민주당, 공소청 또는 중수청 신설안 구상 중…경찰 업무 가중 불가피, 수사권 독점 등 부작용 우려도
#검찰청을 없앨 수도…
민주당은 22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검찰개혁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검수완박 시즌2 밑그림 작업에 착수했다. 특히 쌍방울그룹의 불법 대북 송금 의혹 사건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고, 검찰 칼날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로 향하자 검찰의 칼을 아예 거두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여기에 12개 의석을 가진 조국혁신당도 가세하며 검수완박이 핵심인 야당의 검찰개혁은 개요가 완성되는 대로 거침없이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조국혁신당은 6월 11일 창당 100일 기념행사에서도 "저희 법안은 쇄빙선과 예인선으로 나뉘어 있다"며 "검찰 독재 조기 종식이 쇄빙선, 사회권 선진국 만들기가 예인선"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의 이번 검찰개혁안은 2020년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범죄)로 축소, 2022년 2대 범죄(부패·경제)로 제한할 때보다도 훨씬 강력한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에서는 이미 '검찰청 폐지'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민주당 등은 2개 안을 고심하고 있다. 첫째는 검찰청을 없애고 '공소청'을 신설하는 안이다. 수사권만 폐지하는 수준을 넘어 '정치 검찰'의 연속성마저 끊겠다는 구상이다. 둘째는 검찰청은 유지하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새로 만드는 안이다. 이 경우 검찰은 경찰과 중수청이 수사한 사안의 기소권만 갖게 된다.
#경찰은 이도 저도 부담
이러다 보니 경찰에서도 많은 이들이 정치권 분위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어떤 안이 현실화하든 경찰의 업무 가중이 불가피해 보여서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미 두 차례 이뤄진 검찰 수사권 축소도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했단 인식이 적지 않다. 실제 경찰은 수사권 확대 이후 사건 처리 속도가 매우 느려졌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인 2019년 경찰의 평균 사건처리 기간은 50.4일이었다. 그러나 이듬해 수사권이 확대되며 55.6일로 늘었고, 2022년에는 67.7일까지 확연히 지체됐다. 경찰 스스로도 문제의식을 느껴 유사 사건을 병합하는 관행을 만들면서, 2024년 1∼5월에는 59.1일로 조금 앞당겼지만 여전히 과거보단 늦어진 편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등이 추진하는 새 검찰개혁으로 공소청이 신설되면 경찰 수사권은 지금보다도 더 확대될 수 있다. 현재 검찰에 남아 있는 부패·경제 분야 수사를 맡을 곳이 국가수사본부 등 사실상 경찰뿐이라서다. 경찰은 2024년 국정원의 대공수사권까지 넘겨 받은 상태라 수사권을 더 확대하기에는 부담이 만만찮은 현실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처리해야 할 사건은 쌓여 가는데, 가까스로 사건을 넘겨도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하면 시간과 노력이 더 들어간다"며 "가끔은 검찰이 '모르긴 몰라도 일단 더 수사해봐라' 식으로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수사권 분리가 책임의 분산으로 이어진 듯한 인식이 드는 때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경찰이 업무가 가중된 탓인지 '혐의 없음' 처분을 내리는 경우가 늘었다는 게 법조계가 체감하는 현실"이라며 "경찰에서 은근히 불송치 결정을 내림으로써 어지간한 사건은 일찍 끝내려는 분위기가 조성된 게 아닐까 의심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민주당 등 야권이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2안, 즉 '중수청' 별도 신설을 추진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경찰에 짐이긴 마찬가지다. 중수청을 구성하는 인원 상당수가 경찰로 채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당장 '수사 전문 인력' 충원도 고민할 정도로 인력 부족을 토로하고 있어 중수청에 넙죽 인원을 파견하기도 쉽지 않다.
중수청 신설은 지난 국회에서도 법안이 발의된 바 있는데, 관련 내용을 보면 경찰은 부담을 느끼기 충분하다. 2021년 황운하 당시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중수청 신설 법안의 경우 '중수청 수사관은 사법경찰 역할을 하며, 수사관은 수사 경험이 있는 경찰 등으로 구성한다'고 명시했다.
이 법안은 중수청 자체를 사실상 또 다른 경찰청으로 해석할 여지도 남겼다. 수사관의 직급을 수사총감(경찰의 치안총감), 수사정감(경찰의 치안정감)부터 1∼7급 수사관으로 나눈다는 직제도 유사하고, 기관을 중수청 및 지방수사청(경찰의 지방경찰청)으로 분류한다는 지점도 매우 흡사하다.
무엇보다도 규정 자체를 경찰공무원법을 준용한다고 했다. 임용·승진·교육훈련·복무·신분보장 등에 관여하는 사항에서 경찰공무원법상 '경찰청장'은 '수사청장'으로, '경찰공무원'은 '수사관'으로 치환해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경찰 중심적 조직으로 가동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한 '축소' 아닌 '분산'…패러다임 바꿔야
민주당은 오는 7월 초까지 검찰개혁 법안을 완성할 방침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검찰개혁 취지는 설령 동의하더라도, 세부 내용 구성은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바라본다. 당장 검찰과 경찰은 물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국민권익위원회까지 사실상 수사 기능을 하는데, 조직이 많을수록 발생하는 부작용도 있기 때문이다.
2022년 12월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내놓은 '특별수사기관의 수사체계 안착 방안 연구'에는 검경의 수사 실무자 및 관련 분야 전문가 수십 명의 익명 인터뷰가 담겨 있다. 현재 자리 잡은 검경 수사권 조정 및 공수처 신설 직후 현장에서 발생한 각종 애로사항 등이 구체적으로 소개돼 있어 주목할 만하다.
여기서 한 경찰 관계자는 "여러 수사기관이 담당하는 분야가 중복돼 오히려 서로 해당 사건을 떠밀며 회피하려는 경우가 있다"며 "반대로 수사기관끼리 지나치게 경쟁하게 되면 피의자 입장에선 여러 기관에 출석해 중복수사를 받게 돼 인권침해 우려가 따른다"고 바라봤다.
어느 검사는 "권익위 등도 부패 행위에 대한 조사권을 갖고 있는데, 부패범죄 수사를 지나치게 많은 기관이 담당하면 정보 수집이나 수사력의 분산을 가져온다"며 "또 하나의 사건에 대해 여러 수사기관이 각각 조사와 수사를 하는 것은 수사인력 낭비"라고 우려했다.
이 밖에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과 경찰은 다양한 사건을 수사하며 여러 부패 정보를 취득하지만, 공수처는 외부에서 타율적으로 주어지는 정보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한다"며 "검경이 서로는 범죄정보를 쉽게 공유하지만, 공수처에는 이질적인 조직에 대한 신뢰 부족 등 때문인지 공식 경로로만 정보가 전달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검찰개혁을 추진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패러다임은 바꿔야 할 필요성도 지적했다. 가령 고위공직자 수사·기소는 공수처, 그 외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 독점하면 특정 기관만 장악해도 혐의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부작용이 있다.
이에 법조계 한 관계자는 "예컨대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아닌 부패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이 수사를 하되, 검사가 기소를 하지 않으면 예외적으로 공수처가 다시 기소여부를 판단해 재판에 넘길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법하다"며 "권익위와 감사원 등 조사기관과의 정보 교류도 활발히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검찰 수사관 활용법
해당 연구에 참여한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형사법학회장)는 "공수처장 임기(3년)가 짧은 탓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체해야 하고, 수사의 연속성도 떨어지는 문제부터 해결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공수처가 정권 등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는 문제와 직결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이어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수사 인력 부족도 이미 현실로 마주한 문제"라며 "따라서 업무가 비교적 줄어든 검찰 수사관을 경찰에 파견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는데, 수사관들이 업무 가중을 우려해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하고 검찰로서도 인력·예산 삭감으로 이어질 수 있어 아직은 쉽지 않은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처럼 제도를 바꿔도 이를 가동할 인력과 예산이 부족해 수사 업무가 기피 분야가 되면 수사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므로, 새 검찰개혁은 인력과 예산 등을 조정하는 과정 역시 어느 때보다 꼼꼼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수사기관의 권력 분산을 위한 중수청 설립은 괜찮은 아이디어지만, 수사권을 경찰·중수청이 독점하고 기소권은 검찰이 독점하는 등 새로운 과제가 발생할 수 있는 점 역시 미리 알아둬야 한다"면서도 "공수처가 검찰의 불기소 사건을 맡는 것도 한 방법은 되겠으나 그러려면 규모가 몇 배 이상 커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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