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청-중흥 공모” 전 동해 망상사업부장이 고소…중흥 “그 주장 자체가 허위” 강자청장 “철저하게 심사 중”
2023년 인천 미추홀구에서 불거진 전세사기 사건 나비 효과는 강원경제자유구역으로 번졌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출신 ‘송영길 라인’이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 재임 당시 강원경제자유구역청(강자청)에 대거 합류하며 ‘건축왕’ 남헌기 씨를 사업에 끌어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관련기사 ‘미추홀 전세사기’ 남헌기와 정치권 커넥션 어디까지 번지나)
강원도는 2023년 6월 경제자유구역 망상1지구 사업 관련 감사를 진행했고, 신동학 전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장(지금 명칭은 강원경제자유구역청장)과 이 아무개 전 망상사업부장 등 3명을 수사의뢰했다.
이 전 부장은 2023년 말 자필 진술서를 통해 “심영섭 강자청장이 권고사직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진술서는 강원도 동해 현지 한 시민단체가 심영섭 강자청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는 과정에서 주요 참고자료로 포함되기도 했다. 심영섭 강자청장은 2023년 12월 28일 일요신문 통화에서 “직원들도 다 함께 있는데 어떻게 특정인에게 사직을 강요할 수 있겠느냐”면서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이 전 부장 진술서 내용을 정면 반박한 바 있다(관련기사 [단독] “청장이 사직 강요” ‘송영길 라인’ 전 동자청 사업부장 진술서 공개).
취재에 따르면 2024년 6월 5일 이 전 부장은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 전 부장은 직권남용,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두 사람을 고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과 심영섭 강자청장이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고소장 내용에 따르면 이 전 부장이 정 부회장과 심 청장을 고소한 이유는 이랬다.
이 전 부장은 2016년 8월 12일 4급 지방서기관에 해당하는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현 강자청) 투자유치2부장에 5년 임기제로 임용됐다. 2017년 2월 투자유치2부는 망상사업부로 명칭이 변경됐고, 이 전 부장은 2021년 8월 11일까지 임기를 채웠다. 그는 2년 임기로 2021년 8월 12일 망상사업부장으로 재임용돼 2023년 8월 11일까지 근무할 수 있게 됐다.
그는 2022년 12월 31일자로 사직했다.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고소장에서 이 전 부장은 “2022년 9월경 심영섭 청장이 사실상 자신을 업무배제 시켰다”고 했다. 이 전 부장은 자신이 업무에서 배제된 뒤 강자청과 정 부회장이 공모, 중흥토건을 망상1지구 개발사업시행자로 지정하기로 공모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 전 부장은 “피고소인들이 마치 투명하고 공정한 공개모집 방법을 통해 망상1지구 개발사업시행자를 선정하는 것처럼 하기 위해 2023년 10월 19일 ‘망상1지구 개발사업시행자 공모’ 공고를 했으나, 시민단체와 언론 등이 의혹을 제기하자 정원주 부회장 측이 일단 공모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전 부장은 “의혹 제기가 잠잠해진 틈을 타서 심영섭 청장이 2024년 3월 11일 망상1지구 개발사업시행자 재공모를 공고했다”면서 “재공모 사업제안서 접수일인 2024년 4월 29일 임박 무렵까지 정원주 부회장이 공모 참여를 주저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장은 “심 청장과 정 부회장은 한 달 정도를 기다려 중흥토건을 공모에 참여시키로 모의했고, 재공모 사업제안서 접수(마감)일 전날에 갑자기 재공모 기간을 한 달 연장했다”면서 “이들은 미리 짜고 특정업체를 개발사업시행자로 지정하기로 했음에도 마치 투명하고 공정한 공개모집을 통해 개발사업시행자를 지정하는 것처럼 기망했다”고 했다.
이 전 부장은 수천억, 수조 원대 규모 개발사업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해하는 절차가 위법하다는 취지로 고소장을 작성 및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신문은 6월 11일 이 전 부장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이 전 부장은 “망상1지구 사업은 공모를 통해 진행되는데, 공모를 하는 이유는 어떤 특혜를 없애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면서 “경자청 문건 중 대외주의 문서로 대우건설이 특정된 문건이 있었는데, 그렇게 특정 기업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위법 소지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관련기사 [단독] ‘건축왕’ 남헌기 퇴출 그후…망상1지구 ‘밀어주기 의혹’ 추적).
이 전 부장은 “‘이런 저런 기업들이 반드시 우리 공모에 참여해서 정당한 절차에 따라 경쟁을 통해 더 좋은 기업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적혀 있었으면 상관이 없는데, 특정 기업을 투자 유치 대상으로 명명한 것은 공정성에 상당한 문제 소지를 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고소 이유를 설명했다.
이 전 부장 건을 알고 있는 법조계 관계자는 “일련의 사건에서 여러 인과관계가 있을 수 있는데, 2022년 9월 이 전 부장이 업무배제가 됐다”면서 “업무배제가 된 시점 이후에 특정기업을 밀어줬다는 의혹 중심에 선 대외공문이 작성됐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런 일련의 흐름으로 봤을 때 정 부회장과 심 강자청장에 대한 고소가 이뤄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에 대해 6월 12일 중흥그룹 측은 “이 사업에 관심이 있어 공모 참여를 하게 됐다”면서 “그러나 전직 망상사업부장이 이야기한 것처럼 어떤 이해관계나 정치적인 그런 요소가 얽혀있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중흥그룹 측은 “우리는 단순히 사업을 하는 사업자 입장에서 해당 사업에 관심이 있어 공모를 잘 준비해서 참여한 것밖에 없다”고 했다.
중흥그룹 측은 “이 사람(이 전 부장)이 얘기하는 내용들 자체가 허위사실이고, 정원주 부회장에 대한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면서 “중흥그룹은 관련 내용과 관련해 결백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법적 검토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6월 12일 심영섭 강자청장은 통화에서 “정원주라는 분이 사업자고, 우리가 그런데 무슨 경제자유구역법 위반으로 (이 전 부장이 고소를) 했다는 게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면서 “1년 반~2년 전에 직장을 그만둔 사람이 망상1지구 사업자 선정 관련 정원주 회장이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심 청장은 “지난번 언론 보도 했을 때 동해시청 간부 공무원이 개입돼 거기(일요신문)에 자료를 주고 하지 않았냐”고 물으면서 “동해시 간부 공무원과 서울 지역 사업자 등이 업무방해로 동해경찰서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고 했다.
심 청장은 “강원경제자유구역은 10년 동안 사업자를 잘못 선정해서 아무 사업도 못하고 지금 발목이 잡혀서 사업 진행을 못 하다가 현재 사업자 2개 업체가 들어와서 경찰관 입회 아래 전국 평가위원을 모집해 철저하게 심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중흥그룹에서 공모에 참여했느냐는 질문에 심 강자청장은 “심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두 개 기업체가 들어왔다는 것만 지금 얘기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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