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질병 재출현에 풍토병 글로벌 유행…파리에 모인 선수단·관광객 통해 확산 우려
현재 가장 신경 쓰이는 감염병은 백일해다. ‘백일 동안 기침하는 병’이라는 의미의 백일해는 갑자기 짧게 여러 번 기침하는 ‘발작성 기침’이 특징인 2급 법정 감염병이다. 참고로 코로나19는 이제 4급 법정 감염병이다.
6월 1일 기준 백일해 환자수는 1365명으로 2023년 같은 기간 환자수 13명보다 105배가량 많다. 백일해는 2018년에도 한 차례 유행했는데 당시 연간 환자수 980명을 2024년에는 단 5개월 만에 넘길 만큼 유행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2018년 같은 기간 대비하면 환자수가 6.7배나 많다.
중국에서도 4월 한 달 동안 9만 1272명의 백일해 환자가 발생했는데 이는 2023년 같은 기간 대비 83배 늘어난 수치다. 중국에선 백일해 누적 사망자도 20명이나 된다. 필리핀의 경우 4월 기준 백일해 사망자가 96명이 이른다.
미국에선 5월까지 4800명 이상의 백일해 환자가 발생했는데 이는 2023년 같은 기간 대비 2.8배 증가한 수치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도 백일해 감염자 증가세가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유럽의 경우 2023년 중반부터 덴마크,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등의 국가에서 백일해 감염자가 증가하기 시작해 2023년 연말부터는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백일해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백일해와 같은 2급 법정 감염병인 홍역 감염 사례도 증가 추세다. 한국에선 2024년 누적 홍역 감염자가 45명이다. 그리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2020년 6명, 2021년과 2022년 0명, 2023명 8명에 비하면 급증한 수치다.
문제는 유럽이다. 2023년 전 세계 홍역 감염자는 28만여 명으로 2022년 대비 1.6배 늘었다. 유럽에서만 4만 2000여 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는데 이는 2022년 대비 45배 폭증한 수치다. 2024년 4월에도 유럽 17개국에서 1293건의 홍역 감염자가 보고됐다. 유럽 상황만 놓고 보면 백일해보다 홍역이 더 심각하다.
코로나19를 통해 확인됐듯 글로벌화가 이뤄진 현 상황에서 감염병은 한두 국가에 국한돼 유행하지 않는다. 엠폭스(원숭이두창)의 글로벌 유행처럼 풍토병의 개념도 사라져 가는 양상이다. 게다가 2~3년 동안 지속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인의 전반적인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이미 사라진 것으로 여겨지던 감염병들도 글로벌 유행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글로벌 유행세가 주춤해질 당시 글로벌 유행한 엠폭스의 경우 2022년 1월 1일부터 2023년 4월 30일까지 세계 117개국에서 9만 7208건의 감염자가 보고됐고 이 가운데 186명이 사망했다. 이후 엠폭스 유행이 잠잠해진 분위기지만 6월 1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보건부가 엠폭스 확진자 5명이 발생(1명 사망)했다고 발표해 다시 전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뎅기열도 문제다. 뎅기열은 뎅기 바이러스를 가진 모기가 사람을 무는 과정에서 전파되는 질병으로 아시아, 남태평양 지역,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 등 뎅기 바이러스를 가진 모기가 서식하는 열대지방과 아열대 지방 풍토병이다. 그런데 2024년 들어 확산세가 무시무시하다. 브라질과 파라과이 등 남미 지역에서 크게 유행해 미주 지역 전역으로 확산됐으며 이제 유럽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뎅기 바이러스를 가진 흰줄숲모기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 중인데 오스트리아,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프랑스, 독일, 그리스, 헝가리, 이탈리아, 몰타, 포르투갈, 루마니아, 슬로베니아, 스페인에서 이미 서식지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영국국가보건서비스(NHS)는 11월까지 크로아티아,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및 마데이라 자치구 등의 유럽 휴양지에서 뎅기열를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한 일본에서 유행하는 ‘극증형 용혈성 연쇄상구균 감염증(STSS)’도 신경 써야 한다. 아직 확산세는 그리 폭발적이지 않지만 치명률이 높다.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에 따르면 STSS 환자가 2024년 상반기에만 977건 발생했는데 이는 관련 통계를 낸 후 최대 수치다. 30%가 넘는 치명률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STSS는 A군 연쇄상구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질환으로 괴사성 근막염, 다발성 장기부전 등 중증으로 빠르게 악화해 높은 치명률을 보인다. 일본에선 외부 유입으로 STSS 환자가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 유럽에서 유행하던 균이 일본으로 유입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글로벌 축제인 2024 파리 하계올림픽이다. 각국 선수단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올림픽을 즐기기 위한 관광객들이 대거 파리로 모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홍역과 백일해 등 유럽에서 유행하고 있는 감염병이 전세계로 유행세를 확대할 우려가 나오고 있는 데다 엠폭스와 뎅기열 같은 풍토병이 파리 올림픽 이후 글로벌 유행할 위험성도 도사리고 있다.
게다가 빈대(베드버그)도 있다. 1950년대 사라진 것으로 여겨졌던 빈대가 2023년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 등 유럽 전역에서 급증했다.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프랑스가 빈대와의 전쟁을 벌여 어느 정도 상태가 진정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예 빈대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프랑스 등 유럽에선 빈대 확산이 심각한 사회 문제다. 특히 프랑스에선 갑작스런 빈대 급증이 이민자 때문이라는 의혹으로 확산되며 ‘늘어나는 이민자가 사회 불안을 부추긴다’는 불만으로 이어졌다.
최근 열린 제10대 유럽의회 선거는 우파 정당의 승리로 끝났다. 프랑스 역시 여당인 르네상스당이 극우 국민연합(RN)에 완패했는데 그 여파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의회 해산을 선언했다.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빈대 급증이 이민자 문제로 이어진 게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면서 ‘빈대가 마크롱을 잡았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빈대는 주로 숙박업소를 통해 확산되는 터라 파리 올림픽을 통해 전세계로 확산될 우려가 크다. 국내에서 발견된 빈대 역시 대부분 해외에서 유입된 것이었다.
전동선 프리랜서
-
2심서 감형 가능할까…이재명 '선거법 위반 혐의' 1심 분석해보니
온라인 기사 ( 2024.11.15 16:41 )
-
‘독도’ 노래한 엔믹스에 일본서 역대급 반발…일본서 반대 청원 4만건 돌파
온라인 기사 ( 2024.11.18 09:45 )
-
동덕여대 공학 전환 사태에 동문들 “훼손 용납 안 돼” vs “근간 흔든다”
온라인 기사 ( 2024.11.17 16: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