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서 골키퍼 빼고 모든 포지션 소화…“지금 멤버와 함께한다면 풀백이 재밌을 듯”
허 전 감독은 선수시절 1986 멕시코 월드컵에 출전, 디에고 마라도나를 전담 마크하며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네덜란드 리그에서 활약하던 시절에도 당대 최고 스타 요한 크루이프를 상대하며 좋은 활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포지션은 수비적인 역할을 맡은 미드필더로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104경기 30득점이라는 A매치 기록에서도 알 수 있듯 공격력, 득점력을 겸비한 자원이었다. 그는 스스로 주 포지션으로 어느 곳을 선택했을까.
그의 답은 "없다"였다. 그는 "대표팀에서 이렇게 전 포지션을 다 소화한 사람은 드물 것이다. 공격부터, 미드필드, 수비까지 왼쪽, 중앙, 오른쪽, 골키퍼를 제외하면 모든 포지션에서 다 뛰어봤다. 나는 다 재미있었다. 어느 포지션이든 다 매력이 있다"며 웃었다.
'그래도 제일 편한 곳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에도 "나름대로 다 재미있다"는 답으로 일관했다. '제일 많이 뛴 곳은 어디인가'라고 질문을 바꾸자 "대표팀에서 왼쪽 공격수로 많이 뛰었다"고 답했다. 그는 "네덜란드 가기 전에는 왼쪽 윙에 많이 섰다. 오른쪽에는 차범근 선배, 중앙에는 김재한 선배가 뛰셨고"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여러 포지션을 소화한 계기에 대해서 말했다.
"함흥철·김정남 선생님이 대표팀에 계실 때다. 1978 방콕 아시안게임에 나갔는데 중국전에서 내 패스를 차범근 선배가 받아 넣어서 앞서 나갔다. 그런데 오른쪽 풀백 보던 김호곤 선배가 다쳐서 내가 그 자리에 들어갔다. 그렇게 그 경기를 1-0으로 이겼다. 그다음부터는 우리가 골을 넣으면 나는 풀백으로 내려갔다(웃음). 원래는 공격수로 뛰었으니까 풀백을 보더라도 공격에 많이 가담했다."
허 전 감독은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에서 활약하며 시야가 넓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축구에 대해 많이 배웠다. 눈을 떴다고 해야 할까"라며 "그러면서 미드필더에서 많이 뛰었다. 국내 리그가 창설되고 현대에서 뛸 때는 주로 세컨 스트라이커로 많이 뛰었다"고 전했다.
현재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역사상 가장 화려한 선수단 면면을 자랑한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 포지션마다 빅리그, 빅클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자리한다. 멀티 플레이어의 대명사 허정무 전 감독은 자신이 선수라면 어느 포지션에서 뛰고 싶어 했을까.
그의 선택은 풀백이었다. 그는 "지금 대표팀 멤버 구성에 나도 전성기라면(웃음) 풀백이 재미있을 것 같다"며 "요즘은 과거와 달리 수비수들이 수비만 하는 게 아니지 않나. 나는 선수 시절에도 과감하게 공격에 가담했지만 지금 뛴다면 더 재밌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좌측과 우측을 선택해달라는 요청에는 "오른쪽 왼쪽 다 좋다"고 답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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