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법조 관계자 “현지에서 재판 받을 것”…베트남 마약 처벌 엄격, 법정 최고형 가능성까지
당시 사건을 요약하자면 베트남 하노이 경찰은 하노이 바딘(Ba Dinh) 지역에서 5월 30일 한국인 L 씨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L 씨는 여성을 살해하고 겁에 질려 방에서 뛰쳐나와 자살할 마음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호텔 65층으로 올라가려고 했다. 하지만 호텔 경비원에게 제지당해 호텔에 구금됐다고 한다. L 씨는 당시 호텔에서 알몸으로 돌아다니기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L 씨는 전직 롤(LOL·League of Legends) 프로게이머로 한국 롤 프로게임단에서 활동했으며, 글로벌 구단에서 활동하다 사실상 프로게이머에서 은퇴한 상태다. 당시 베트남 언론을 통해 한국인 남성 나이가 44세로 잘못 전해지면서 혼란이 있었다. 다만 베트남에 정통한 소식통 A 씨에 따르면 ‘공안 측에서는 44세로 전한 적이 없다. 일부 베트남 언론이 잘못 적은 것 때문에 헛소문이 퍼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초 베트남 언론은 ‘성관계를 거부해서 살해가 벌어졌다’고 했고, 이에 따라 한국에서도 같은 이유로 살인 동기가 보도됐다. 하지만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이마저도 정확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A 씨는 “베트남 현지 언론은 신뢰도가 떨어진다. 아직 그 문제 때문에 갈등이 빚어졌다고 확신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충격적인 소식도 더해졌다. 베트남 경찰이 실시한 L 씨의 마약 검사 결과 양성이 나왔다는 얘기다. 현지 소식통 A 씨는 “알몸으로 호텔을 활보했기 때문에 마약 검사를 실시했는데 마약도 검출됐다고 들었다. 정신병이 아니라 마약 증상이나 마약 후유증인 것 같다”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약물이 검출됐는지까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마약 검사 결과로 살인 동기가 지금까지 알려졌던 ‘성관계 거부’가 아닌 마약 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성관계 거부는 아직은 일부 베트남 언론에서 나온 얘기일 뿐 공신력 있는 곳에서 확인된 내용은 없다. 오히려 확정적으로 검출된 마약이 살인의 직접적 이유일 것으로 현지에서는 판단하고 있다고 한다.
사건 초기 L 씨는 한국 송환이 추진될 것으로 보였으나, 마약 검출로 인해 송환 가능성이 낮아졌다. 현지 소식을 잘 아는 베트남 한국 교민 B 씨에 따르면 “살인 사건만 보면 한국인끼리 살인이라 송환 가능성이 있다고 봤고 베트남 당국도 의사가 있다고 들었는데, 마약 때문에 힘들어졌다고 본다. 마약을 한국에서 하고 베트남에 갔는지, 베트남으로 마약을 가져가 그곳에서 했는지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도 이 사건을 두고 외국인 형사 사건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논란이 됐다고 한다. 현재 매체 PNVN는 이와 관련해 하노이 변호사협회 사무소장인 당 반 끄엉 베트남 변호사와 인터뷰했다. 이 인터뷰에서 당 변호사는 “여성을 살해한 L 씨는 결과에 대해 베트남에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이 높으며 형법 제123조 규정에 따라 살인죄로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 변호사는 “형법 조항에 따라 베트남 영토에서 인간의 생명, 건강, 명예 및 존엄성을 침해하는 모든 행위는 베트남 형법에 따라 처리된다. 베트남 영토 내에서 범죄 행위 가해자가 외교관 신분을 가진 사람이거나 상호주의 원칙에 대한 국가 간 합의가 있는 경우에만 국제법 또는 어느 국가로 향할지 합의로 처리할 수 있다. 베트남 형사소송국이 베트남 주재 한국 대사관에 피해자 가족과 피의자 가족에게 살인 사건의 기소, 체포, 수사 사실을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마약을 어디서 했는지에 따라 L 씨의 형량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은 전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게 마약 범죄에 대응하는 나라라는 평가다. 헤로인 600g 이상 또는 2.5kg이 넘는 필로폰을 소지하거나 밀반입하다가 적발되면 사형에 처한다. 현지 교민 B 씨에 따르면 “L 씨가 마약을 갖고 베트남으로 넘어가서 투약했다면 살인죄에다 마약 관련 죄가 같이 다뤄져 무기징역 이상을 받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현지 소식을 종합해보면 L 씨가 최대 사형 선고를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베트남에서 한국인의 사형 선고 소식은 꾸준히 매년 1명 정도 나오는 추세다. 2023년 9월 베트남에서는 한국인 정 아무개 씨가 함께 사업하던 C 씨를 살해한 혐의로 베트남 현지 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돼 집행 대기 중이다. 현재 베트남에서 한국인 5명이 사형수로 복역 중이다.
베트남 유흥주점 종업원으로 일하던 D 씨는 2019년 한국 동포 여성을 상대로 강도 범죄를 저지르다 살해해 2022년 3월 사형 선고를 받았다. 2023년 11월 국정원 출신 김 아무개 씨와 강 아무개 씨도 베트남에서 216kg 상당의 마약을 유통하다 사형 선고를 받았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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