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프로게이머 L 씨가 베트남에서 살인 혐의로 체포됐다. 최근 마약 검사에서 양성이 나와 현지에서 재판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연출된 실루엣 이미지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일요신문DB](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614/1718341108187577.jpg)
L 씨는 전직 롤(LOL·League of Legends) 프로게이머로 한국 롤 프로게임단에서 활동했으며, 글로벌 구단에서 활동하다 사실상 프로게이머에서 은퇴한 상태다. 당시 베트남 언론을 통해 한국인 남성 나이가 44세로 잘못 전해지면서 혼란이 있었다. 다만 베트남에 정통한 소식통 A 씨에 따르면 ‘공안 측에서는 44세로 전한 적이 없다. 일부 베트남 언론이 잘못 적은 것 때문에 헛소문이 퍼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초 베트남 언론은 ‘성관계를 거부해서 살해가 벌어졌다’고 했고, 이에 따라 한국에서도 같은 이유로 살인 동기가 보도됐다. 하지만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이마저도 정확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A 씨는 “베트남 현지 언론은 신뢰도가 떨어진다. 아직 그 문제 때문에 갈등이 빚어졌다고 확신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충격적인 소식도 더해졌다. 베트남 경찰이 실시한 L 씨의 마약 검사 결과 양성이 나왔다는 얘기다. 현지 소식통 A 씨는 “알몸으로 호텔을 활보했기 때문에 마약 검사를 실시했는데 마약도 검출됐다고 들었다. 정신병이 아니라 마약 증상이나 마약 후유증인 것 같다”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약물이 검출됐는지까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마약 검사 결과로 살인 동기가 지금까지 알려졌던 ‘성관계 거부’가 아닌 마약 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성관계 거부는 아직은 일부 베트남 언론에서 나온 얘기일 뿐 공신력 있는 곳에서 확인된 내용은 없다. 오히려 확정적으로 검출된 마약이 살인의 직접적 이유일 것으로 현지에서는 판단하고 있다고 한다.
![L 씨는 살인사건 직후 베트남 하노이의 호텔에서 알몸으로 돌아다녔고 이로 인해 베트남 공안이 마약 검사를 진행했는데 여기서 마약이 검출됐다. 그래픽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그래픽=백소연 디자이너](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614/1718341421401264.jpg)
베트남에서도 이 사건을 두고 외국인 형사 사건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논란이 됐다고 한다. 현재 매체 PNVN는 이와 관련해 하노이 변호사협회 사무소장인 당 반 끄엉 베트남 변호사와 인터뷰했다. 이 인터뷰에서 당 변호사는 “여성을 살해한 L 씨는 결과에 대해 베트남에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이 높으며 형법 제123조 규정에 따라 살인죄로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 변호사는 “형법 조항에 따라 베트남 영토에서 인간의 생명, 건강, 명예 및 존엄성을 침해하는 모든 행위는 베트남 형법에 따라 처리된다. 베트남 영토 내에서 범죄 행위 가해자가 외교관 신분을 가진 사람이거나 상호주의 원칙에 대한 국가 간 합의가 있는 경우에만 국제법 또는 어느 국가로 향할지 합의로 처리할 수 있다. 베트남 형사소송국이 베트남 주재 한국 대사관에 피해자 가족과 피의자 가족에게 살인 사건의 기소, 체포, 수사 사실을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마약을 어디서 했는지에 따라 L 씨의 형량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은 전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게 마약 범죄에 대응하는 나라라는 평가다. 헤로인 600g 이상 또는 2.5kg이 넘는 필로폰을 소지하거나 밀반입하다가 적발되면 사형에 처한다. 현지 교민 B 씨에 따르면 “L 씨가 마약을 갖고 베트남으로 넘어가서 투약했다면 살인죄에다 마약 관련 죄가 같이 다뤄져 무기징역 이상을 받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현지 소식을 종합해보면 L 씨가 최대 사형 선고를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베트남에서 한국인의 사형 선고 소식은 꾸준히 매년 1명 정도 나오는 추세다. 2023년 9월 베트남에서는 한국인 정 아무개 씨가 함께 사업하던 C 씨를 살해한 혐의로 베트남 현지 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돼 집행 대기 중이다. 현재 베트남에서 한국인 5명이 사형수로 복역 중이다.
베트남 유흥주점 종업원으로 일하던 D 씨는 2019년 한국 동포 여성을 상대로 강도 범죄를 저지르다 살해해 2022년 3월 사형 선고를 받았다. 2023년 11월 국정원 출신 김 아무개 씨와 강 아무개 씨도 베트남에서 216kg 상당의 마약을 유통하다 사형 선고를 받았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