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기술 없으면서 ‘결제 기능’ 내세워 투자금 모아…검찰, 코인 발행·판매자 3명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
수원지방검찰청은 지난 6월 5일 암호화폐 ‘RNDX 코인’ 사기 사건 주범인 이 아무개 L 투자그룹 대표를 구속기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보다 앞서 검찰은 지난 4월 22일 이 사건 공범인 B 컴퍼니 조 아무개 대표와 ROUND X 배 아무개 대표 등도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한 바 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이들은 2022년 3월 16일부터 2022년 5월 26일까지 70여 일 동안 정 아무개 씨 등 투자자(피해자) 377명으로부터 RNDX 코인 구입 대금 명목으로 1102회에 걸쳐 총 104억 2760만 4453원을 송금 받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회사명 ROUND X에서 ‘RNDX 코인’ 이름이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B 컴퍼니 조 대표는 증권정보를 제공하는 L 투자그룹 경영실장으로 근무하면서 RNDX 코인을 발행하고 판매해서 그 판매대금을 관리하는 등 실무 총괄자였다.
RONUD X 배 대표는 조 대표와 동갑내기 친구다. 그는 투자자들이 보낸 RNDX 코인 판매대금을 확인한 후 투자자들에게 RNDX 코인을 전송하는 업무를 맡았다. 또한 판매대금을 현금화해 보관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 사건의 중심축에는 조 대표가 근무한 L 투자그룹이 있다. L 투자그룹은 관리부서와 주식분석 전문가 그룹, 영업부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불특정인들을 대상으로 유사투자자문업을 영위하면서 회원으로 가입한 사람에게 가입비를 받고 주식 정보를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으로 제공했다. 이른바 ‘유료 리딩방’을 운영한 회사다.
이 회사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 큰 타격을 받았다. 2020년 12월부터 주식시장 시황이 좋지 않았다. 그러자 신규 회원이 더 이상 늘지 않았다. 회원들이 환불을 요구하기도 했다. 영업실적이 악화된 것이다.
이에 L 투자그룹 이 대표는 직원 두 명을 대표로 한 판매법인 B 사를 2020년 12월에, J 사를 2021년 3월에 각각 설립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L 투자그룹 이 대표 등이 영업 과정에서 발생한 환불과 같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였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이들 판매법인은 L 투자그룹 영업부에서 하던 업무를 하도록 했다. 또한 E 컴퍼니 등 유사투자자문업체와 텔레마케팅 업무 계약을 체결했다. 이 유사투자자문업체로부터 고객 정보가 담긴 DB(데이터베이스)를 제공받아 영업에 활용했다.
L 투자그룹 이 대표는 2021년 10월 KPC코인, 일명 ‘케이팝’ 코인 판매대행을 의뢰받았다. 여기서 많은 수익을 챙겼다. 그러자 직접 코인을 발행해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2021년 11월부터 12월 사이에 이 대표 등은 코인 전문가들을 만나 코인 발행과 마케팅, 거래소 상장 등에 관한 컨설팅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SNS(소셜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D 애플리케이션(D 앱)과 연계해 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 대표 등은) 마치 D 앱에 결제시스템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된 것처럼 피해자들을 속여 코인을 판매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B 컴퍼니 조 대표는 코인 발행, 판매, 판매대금 관리 실무를 총괄하기로 했다. ROUND X 배 대표는 코인을 발행할 법인 명의와 판매대금을 입금 받을 계좌를 제공하기로 했다. 배 대표는 또한 코인 판매대금을 확인한 다음 구매자에게 코인을 전송하며 판매대금을 현금화해 보관하다가 이 대표 지시를 받은 사람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기로 했다. 검찰은 “이 대표 등과 범행을 순차적으로 공모했다”고 강하게 의심한다.
조 대표는 2022년 2월 배 대표에게 코인 발행 주체가 될 법인 대표자 명의와 코인 판매대금을 입금 받을 은행 계좌를 제공해주면 매월 2000만 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배 대표는 이를 승낙했다. 그는 코인을 발행할 법인을 인수하는데 필요한 서류를 피고인 조 대표에게 제공했다. 조 대표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이미 설립돼 있던 법인을 인수해 상호를 ‘ROUND X’로 변경했다. 그리고 배 대표를 ROUND X 대표로 등록했다.
조 대표는 또한 D 앱 소유권을 양수받을 법인으로 W 사를 설립했다. 그런 다음 M 사가 2022년 3월 D 사로부터 양수받은 D 앱 소유권을 다시 양수받았다. RNDX 코인 발행과 D 앱 연계 사업 추진을 위한 외관을 갖춘 셈이다.
이후 본격적인 사기 행각에 나선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조 대표는 "RNDX 코인이 D 앱의 공식 결제 수단이 될 예정이다. D 앱 유저들은 앱 광고 시청이나 인기 많은 포스팅을 통해 보상으로 RNDX 코인을 지급받게 될 것이다. 어플의 VIP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RNDX 코인을 통한 결제가 필요하다"는 등 추후 도입 예정 기능들이 기재된 RNDX 백서와 "RNDX 코인 상장 전에 프라이빗 세일을 통해 개당 8원에 코인을 살 수 있고 향후 개당 12원에 상장될 것"이라는 내용을 배 대표를 통해 판매법인에 전달했다.
판매법인은 이 같은 내용을 토대로 소속 텔레마케터들이 투자자들에게 설명할 영업대본, 일명 스크립트를 작성했다. 그런 다음 이미 확보한 고객 정보가 들어있는 DB와 백서 등을 텔레마케터에게 전달했다. 사기 행각 시나리오는 다 짜인 셈이다.
텔레마케터는 2022년 4월 2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피해자 정 씨에게 전화했다. 텔레마케터는 “인스타그램을 제치고 코인 채굴 시스템을 결합하는데 성공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결정 났는데 D 앱이다. 동남아나 유럽에서 10명 중 1명이 D 앱으로 메시지를 보낸다. 이와 관련한 전용 코인이 RNDX 코인이다. 플랫폼에서 ‘좋아요’ 버튼을 누를 때마다 확률적으로 코인이 얻어지는 시스템이다. RNDX 코인은 (2022년) 5월 말 상장 예정이다. SRT 코인보다 폭발적으로 올라갈 것이다. SRT 코인보다 10배는 더 갈 것이다. RNDX 코인은 12원에 상장 예정인데 8원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라는 등으로 RNDX 코인 매수를 권유했다.
검찰은 “그러면서 향후 백서에 기재된 기능들이 도입될 것이고 이에 따라 RNDX 코인 가치가 크게 오를 것처럼 거짓말했다”며 “하지만 사실 당시 RNDX 코인은 D 앱과 연계된 상태가 아니었다. 코인 보유자끼리 주고받을 수 있는 전송기능만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이 대표 등을 비롯한 피고인들은 RNDX 코인 백서에 기재된 내용과 같이 D 앱과 RNDX 코인의 향후 도입 예정 기능들을 개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코인 판매대금을 기능들 개발에 사용할 의사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이 대표 등과 공모해 텔레마케터를 통해 피해자들을 기망했다는 것이다. 이에 속은 한 피해자로부터는 2022년 4월 27일부터 3일 동안 네 차례에 걸쳐 RNDX 코인 구입 대금 명목으로 배 대표와 텔레마케터 등의 명의 은행계좌 두 곳으로 모두 2억 원을 송금 받아 편취했다.
이 대표 등 피고인들은 이 같은 수법으로 2022년 3월 16일부터 2022년 5월 26일까지 피해자 377명으로부터 모두 104억 2760만 4453원을 송금 받아 편취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한편 일요신문은 피의자들 변호인과 접촉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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