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 시도그룹 재산 사들인 위너스텝, CCCS와 주소·대표자 같아…위너스텝코리아 “시도 소속 아냐”
단군 이래 최대 ‘탈세 스캔들’ 중심엔 선박왕 권혁 시도그룹 회장이 있었다. 권 회장을 둘러싼 형사재판은 2016년 마무리됐지만, 조세 관련 행정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일요신문은 최근 2014년 권 회장 항소심 판결문에 포함된 ‘시도그룹 지배구조’를 공개한 바 있다(관련기사 “탈세의 교과서” ‘선박왕’ 권혁의 시도그룹 지배구조 해부).
취재에 따르면 검찰이 수사한 시도그룹 지배구조에 포함돼 있지 않은 또 다른 기업군이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도그룹 지배구조는 명의신탁 방식을 통해 크게 두 갈래로 뻗쳐 있다. 영국령 케이맨제도 기반 자회사들과 바하마 기반 자회사들이다. 그 가운데 2011년부터 수사를 진행했던 검찰이 세부적으로 포착한 지배구조는 바하마 기반 자회사들이었다.
바하마 기반 자회사는 다시 두 줄기로 나뉜다. 한 줄기엔 헤라오아시스홀딩스 산하 시도쉬핑 홍콩, 시도쉬핑 한국지사가 있다. 또 다른 줄기엔 오로라멜바홀딩스 산하 홍콩 투자기업 멜보인터내셔널이 있다. 멜보인터내셔널은 한국에 시도쉬핑코리아, 대상중공업, 유도쉬핑 등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영국령 케이맨제도를 기반으로 한 자회사 지배구조는 홍콩까지만 이어져 있다. 시도탱커홀딩스와 시도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는 단선회사(선박 1척에 대한 특수목적법인)와 비오홀딩이 보유하고 있는 홍콩 소재 시도카캐리어서비스(CCCS)다.
CCCS는 자동차 해상 운송 선사로 시도그룹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권혁 시도그룹 회장이 자신을 둘러싼 횡령, 저축관련부당행위, 조세범처벌법 위반 등 혐의 관련 형사소송 재판을 받을 당시 CCCS는 사건 공동 피고인으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홍콩에 본사를 둔 CCCS가 국내 법인세 납부 대상인지를 두고 법리공방이 오갔다.
검찰 측 공소사실에 따르면 검찰은 CCCS가 홍콩에서 설립됐으나 그 사업의 실질적 관리장소가 국내에 있어 법인세법 상 내국법인에 해당한다고 봤고, 2330억 6080만 7101원 소득에 대한 법인세 납부 의무가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검찰은 CCCS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회에 걸쳐 합계 582억 1320만 1775원 법인세를 포탈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취지로 CCCS에 대한 원심 유죄부분을 파기했다. CCCS에 대한 유죄 파기는 권 회장 역외 탈세 혐의 재판 형량이 대폭 줄어든 근거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관련기사 권혁 시도그룹 회장 판결문 단독입수…그는 어떻게 ‘선박왕’이 됐나).
일요신문은 취재를 통해 CCCS와 연관이 깊은 것으로 추정되는 기업군을 새롭게 파악했다. 취재에 따르면 홍콩 소재 기업 위너스텝으로부터 파생되는 기업군이다. 위너스텝은 CCCS와 사무실 주소 및 대표자가 같다. 대표자는 CCCS의 대표자인 일본인 A 씨다. 홍콩 현지 법인등기부 확인 결과 위너스텝의 유일한 주주는 1주를 보유한 일본인 B 씨였다. 위너스텝이 국내에 들여온 자금 규모는 약 900억 원대로 추산된다.
한 제보자는 “이 회사는 말 그대로 홍콩 소재 페이퍼컴퍼니”라면서 “도쿄에 거주하는 일본인 B 씨가 주식 100%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주식 가치가 1홍콩달러(약 176원)”라고 했다. 제보자는 “위너스텝이라는 기업은 각종 투자를 위해 국내에 900억 원대 자금을 조달했는데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서류상 위너스텝이 CCCS와 사무실 및 대표자가 같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다만 CCCS가 위너스텝의 모회사인지 여부엔 의문점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위너스텝은 국내 소재 몇몇 기업들 대주주로 파악됐다. 목포에 거점을 두고 있는 선박블록 제조회사 K 사, 강남 소재 부동산 개발기업 L 사 등이다. 여기다 서울시 서초구에 거점을 두고 있는 위너스텝코리아가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위너스텝은 위너스텝코리아 지분 32%를 보유하고 있는 2대주주다. 위너스텝코리아 대표자는 권 아무개 씨로 권혁 시도그룹 회장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2014년 권 회장 항소심 판결문에서 권 씨는 ‘시도그룹 보험대리점 영업자’로 명시돼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선박보험 영업과 관련해 권혁 회장이 “권○○이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권 씨는 권 회장과 관련 있는 여러 기업 대표이사로 재직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권 씨가 대표자로 재직 중인 위너스텝코리아 사무실은 서울 서초구 소재 한 빌딩에 있었다. 해당 사무실 주소는 권 회장 역외 탈세 관련 판결문에 명시된 CCCS 주소와 같은 빌딩 같은 층이었다. 위너스텝코리아 법인등기부상 주소를 찾아가 보니 한 대형 보험사 사무실이 있었다. 위너스텝코리아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사무실에서 나오는 직원에게 ‘사무실 안에 혹시 위너스텝코리아라는 기업이 따로 입주해 있느냐’고 묻자 “처음 듣는 회사”라면서 “여기는 ○○손해보험이 쓰고 있다”고 했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사무실 소유주는 홍콩 소재 시도쉬핑주식회사(시도쉬핑 홍콩)다. 시도쉬핑 홍콩은 권혁 회장의 국내 실거주지로 알려진 고급 아파트 소유주이기도 하다. 시도쉬핑 홍콩은 2014년 1월 해당 보험사와 전세권을 설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너스텝코리아가 설립(2021년)되기 전부터 이 사무실은 대형 보험사가 전세로 들어와 있던 셈이다.
보험사 사무실 옆 호실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옆 호실을 쓰고 있는 기업이 시도쉬핑 홍콩의 한국 영업소였다.
위너스텝은 2015년경부터 시도그룹 지배구조 핵심 자회사 중 하나였던 멜보인터내셔널 소유 재산 일부를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멜보인터내셔널은 2006~2010년 사이 권혁 시도그룹 회장 일가 재산을 사들인 기업이다.
멜보인터내셔널이 사들인 권 회장 재산 일부를 다시 홍콩 기업인 위너스텝이 사들인 셈이다. 각종 등기부에 따르면 위너스텝과 멜보인터내셔널, CCCS는 모두 홍콩에서 같은 공간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대표자도 일본인 A 씨로 모두 동일인이었다.
익명의 제보자는 “검찰 수사 당시엔 파악되지 않았던 기업군으로 권 회장 일가 재산이 옮겨갔다”면서 “선만 하나 따로 빼서 똑같은 방식으로 재산을 은닉하고 담대한 탈세 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보자는 “위너스텝은 과거 국세청이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한 멜보인터내셔널과 똑같은 방식으로 재산을 은닉해 차명으로 국내에 투자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면서 “조세 사정 당국의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권 회장은 바하마에 뿌리를 둔 자회사들 재산을 다른 채널 자회사 쪽으로 옮기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보자는 그중 한 재산을 ‘선박왕 재산 운반 플랜 핵심’이라고 콕 짚었다. 2016년 위너스텝이 경매로 구입한 서울 소재 한 사찰이었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이 사찰은 경매에 앞서 멜보인터내셔널이 보유하고 있었으며 2007년경 멜보인터내셔널이 권 회장 일가로부터 사찰 부지를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보자는 “2011년 국세청 조사 이후 출국금지로 국내에 발이 묶인 권 회장이 조세 및 수사 당국 눈을 피해 재산을 은닉할 ‘브리지’가 필요했다”면서 “위너스텝이 경매로 구입한 그 사찰이 권 회장의 ‘탈세 재산은닉 브리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찰 고유번호증을 확인한 결과 사찰 대표자는 위너스텝 코리아 대표자이자 선박왕 권혁 회장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권 씨였다.
공교롭게도 권 씨가 대표로 재직하던 바하마 기반 한 홍콩 기업 국내 자회사는 최근 경찰이 수사 중인 권 회장 횡령 사건에 연루된 기업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권 아무개 위너스텝코리아 대표이사는 6월 14일 일요신문 통화에서 “위너스텝코리아는 시도그룹 소속이 아니”라면서 “위너스텝 홍콩이 시도그룹 소속인지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게 페이퍼(컴퍼니) 비슷해 내가 하는 일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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