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권·예산심사권 없는 당 특위 역할 한계…집권당 책임론 부담 중진 중심 현실론 확산
민주당은 자당 몫으로 단독 선출한 11개 상임위원회를 가동시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국민의힘을 향해선 원 구성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6월 17일 본회의를 열어 18개 상임위를 독차지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민주당은 당초 6월 13일 본회의를 열어 나머지 7개 상임위를 선출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우원식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를 주문하면서 일정을 뒤로 미뤘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핵심 상임위를 독식한 뒤 여당에 들러리를 서라고 하는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국회 관례에 따라 여당과 원내 2당이 각각 운영위원장과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막판 협상안으로 법사위원장만 가져가는 절충안을 제시했으나, 민주당이 거절했다.
앞서 6월 10일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어 쟁점 상임위였던 △법제사법위(법사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과방위) △운영위를 포함한 11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선출했다. 국민의힘 몫으로 배정된 나머지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정무위 △기획재정위(기재위) △외교통일위 △국방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산자위) △정보위 △여성가족위 등 7곳이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국회 보이콧’을 외치며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6월 11일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민주당이 대화와 타협이란 의회민주주의의 본령을 외면하고 힘자랑 일변도의 국회 운영을 고집한다면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의 명분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날 12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여야 합의 없이 일방 처리하는 법안에 대해선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를 강력하게 건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당 정책위원회 산하에 15개 특위까지 가동시켰다. 또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까지 받지 말자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민주당에 입법 독주 프레임을 씌우겠다는 것이다. 6월 13일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지금 다수의 의견은 (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라며 “여야가 합의하고 원 구성을 하는 것이 국회의 오랜 관행이고 관례다. (지금 받아들이면) 여당도 역사에 오점을 남기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 특위로만 입법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상임위는 입법권과 예산심사권을 지녔으나, 특위는 어떠한 권한도 갖고 있지 않다. 실례로 5월 30일 국민의힘이 발표한 1호 법안 패키지 ‘민생공감 531 법안’은 상임위에서만 통과시킬 수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국민의힘이 정무위 산자위 기재위 등을 받는 안도 나쁘지 않다는 견해가 나온다. 6월 11일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MBC 뉴스외전’에서 “지금 법사위 운영위 이게 민생하고 그렇게 관련되나? 아니다. 자신들의 권력을 비호하는 데만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며 “(국민의힘에) 기재위 정무위 산자위 이 민생과 경제와 정말 밀접한, 최고의 인기 상임위를 다 줬다. 그거 가지고 민생 챙겨서 점수 따야 한다. 점수 따면, 국민들이 지지를 보낸다. 그러면 민주당이 법사위를 하반기에 내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21대 국회에서 18개 상임위를 독식할 때와 전혀 다른 상황이라는 점도 국민의힘으로선 부담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국정 운영 책임 있는 집권 여당이 국회를 보이콧하면 어떡하냐”라며 “4년 전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18개 상임위를 독식할 땐 국민의힘이 야당이었지만, 22대 국회에선 여당이라 유리한 위치다. 상임위원장 하나 때문에 국회를 보이콧한다는 건 국민들에게 안 좋게 비칠 수밖에 없다.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꼭 맡아야 할 이유가 뭔가. 지금 국회 구성에선 법안 지연시키는 것 외에 특별히 할 수 있는 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가져온다고 해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방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국회 들어가서 야당과의 토론 등을 활발히 해야지. 그런 것도 안 하면서 상임위원장 감투 하나 때문에 국회를 보이콧한다는 건 상식 이하의 짓을 하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뭐를 취하고자 하는 정당인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렇다 보니 국민의힘 내부에선 나머지 7개 상임위라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특히 상임위원장을 맡을 수 있는 중진들 사이에선 ‘현실론’이 주를 이룬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의사가 환자를 떠나면 더 이상 의료인 자격이 없지 않나. 민주당이 독단적으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며 원 구성을 강행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국회의원이 국회를 떠나면 자격이 없지 않겠냐”라며 “민주당에 양보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더 큰 역할을 하기 위해서 헌신하는 심정으로 국회 보이콧을 멈춰야 한다. 그러면 국민께서 우리의 진정성을 알아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여당 몫으로 통보한 7개 상임위원장 자리라도 받아서 국정운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결과적으론 국민의힘 나머지 7개 상임위를 받게 될 것”이라며 “다만 시기가 조금 이르다. 민주당의 무리한 입법 독주에 대한 장외투쟁도 한 번 안 해보고 고개를 숙이면 안 된다. 배짱도 없고, 무기력한 모습에 국민께서 실망할 것이다. 국민을 설득한 뒤에 명분과 요구사항 만들어서 상임위 받아도 늦지 않는다. 지금 국민의힘 모습은 매우 무기력한 모습이다. 분노하거나 강력히 투쟁하겠단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
[단독인터뷰] 명태균 부인 “이준석 때문에 우리 일상 다 망가져”
온라인 기사 ( 2024.11.21 18:56 )
-
‘윤석열 OOO 단속도 못해서…’ 한동훈 가족 이름 국힘 당원게시판 글 파문
온라인 기사 ( 2024.11.15 21:34 )
-
‘검사 출신’ 김웅, 이재명 유죄 판결문 해석 눈길
온라인 기사 ( 2024.11.15 1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