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에 이름 올린 장남
재계에서는 서진석 대표가 셀트리온그룹의 경영권 승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셀트리온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셀트리온은 지난해 12월 기우성 대표 체제에서 기우성·김형기·서진석 3인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서진석 대표는 올해 3월 셀트리온 주주총회도 진행했다. 서진석 대표는 현재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 셀트리온스킨큐어, 셀트리온제약,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등 5개 계열사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이 중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은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과 공동의장 체제다.
서진석 대표는 셀트리온그룹 2인자로 평가 받는다. 서정진 회장은 2019년 1월 기자간담회에서 “아들에게는 이사회 의장을 맡기고 회사의 미래를 고민하는 역할을 하도록 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 대표는 현재 대표이사로서 실제로 셀트리온을 이끌고 있다.
서진석 대표는 2019년 수석부사장으로 셀트리온에 합류했다. 그는 제품개발부문장을 맡아 렉키로나, 유플라이마, 짐펜트라 등 제품 연구개발(R&D)에 참여했다. 렉키로나는 국산 1호 코로나19 치료제로 주목을 받았고, 유럽 시장에도 진출했다. 다만 렉키로나는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하지 못해 현재는 공급이 중단된 상태다. 유플라이마는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복제약)고, 짐펜트라는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다.
서 대표의 합류 이후 셀트리온의 매출은 크게 늘었다. 셀트리온의 매출은 2019년 1조 1285억 원에서 2023년 2조 1764억 원으로 92.87%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815억 원에서 6515억 원으로 70.75% 늘었다.
유플라이마와 짐펜트라는 최근 미국 시장에 출시했다. 전망도 긍정적이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의 올해 예상 바이오시밀러 매출은 약 2조 8716억 원으로 유플라이마 등이 성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한다”며 “짐펜트라는 현재 미국 내 약 1800명의 환자를 확보했으며 실처방이 가능해지는 7월부터 셀트리온의 매출에 적극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도 “2024년 3분기부터 짐펜트라 매출이 본격 증가해 영업이익도 대폭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니어닥' 앱 서비스 종료
서진석 대표는 2021년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으로 취임하면서 미래전략을 총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제품개발과 달리 미래전략 부문의 성과는 눈에 띄지 않는다. 서진석 대표는 미래전략을 총괄한 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셀트리온은 2021년 서 대표 주도로 염증성 장질환 환자 대상 모니터링 애플리케이션(앱) ‘니어닥’을 출시했고, 2022년에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 환자 모니터링 앱 ‘과장님케어’를 선보였다.
하지만 니어닥 앱은 올해 초 서비스를 종료했다. 과장님케어 SNS(소셜미디어)에는 2023년 3월 이후 게시글이 올라오지 않고 있고, 앱도 2023년 12월 이후 업데이트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셀트리온 관계자는 “과장님케어는 고도화를 위해 연구를 계속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서진석 대표는 화장품 및 건강기능식품 사업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은 서 대표 합류 후인 2021년 3월 사업목적에 화장품 관련 사업을 추가했다. 셀트리온그룹에는 이미 화장품 및 건강기능식품을 영위하는 계열사 셀트리온스킨큐어가 있다. 서진석 대표는 2017년 10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셀트리온스킨큐어 대표를 역임했고, 현재는 셀트리온스킨큐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재계에서는 서진석 대표가 셀트리온스킨큐어와 셀트리온의 협업을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셀트리온의 화장품 사업은 3년째 들려오는 소식이 없다. 일각에서는 화장품업계 업황이 좋지 않아 셀트리온이 사업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오고 있다. 셀트리온은 이와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셀트리온은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화장품 및 건강기능식품 사업은 CEO(최고경영자) 직속의 연구개발 부문에서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 연구개발 단계로 개발 완료한 제품 및 서비스는 없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스킨큐어의 자금 거래
비단 사업이 아니더라도 서정진 회장과 셀트리온그룹에게 셀트리온스킨큐어는 중요한 계열사다. 셀트리온스킨큐어는 서 회장이 직접 지분 69.12%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스킨큐어는 셀트리온홀딩스와 서정진 회장에게 자금을 빌려주기도 했다. 셀트리온스킨큐어의 채권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셀트리온홀딩스 611억 원, 서정진 회장 432억 원이다. 지주사와 오너가 계열사로부터 수백억 원을 빌린 것이다.
셀트리온스킨큐어는 지난해 매출 278억 원, 영업손실 58억 원을 거뒀다. 셀트리온스킨큐어는 특수관계자로부터 전체 매출의 22.23%인 62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이 중 18억 원은 서정진 회장 개인으로부터 발생한 매출이다. 서 회장이 셀트리온스킨큐어 매출의 6.58%를 책임진 셈이다. 다만 해당 매출에는 서 회장이 셀트리온스킨큐어로부터 대여한 금액의 이자가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 셀트리온스킨큐어 관계자는 “셀트리온GSC(셀트리온스킨큐어의 전신) 사업 초창기 시절 사업 운영과 관련해 자금 대여가 있었고, 그 자금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이라며 “서정진 회장은 개인적으로 셀트리온스킨큐어 제품을 선물용으로 구매하곤 하며 매출 18억 원은 대출이자가 포함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서정진 회장 또 '대형 M&A' 시사…이번엔 믿어도 될까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몇 차례 발언을 번복한 전례가 있다. 서정진 회장은 2013년 4월 “저와 회사의 노력만으로는 투기세력을 막아내는 데 역부족이었다”며 “보유 지분을 다국적 제약사에 모두 매각하겠다”고 선언했다. 서 회장은 결과적으로 지분을 매각하지 않았다. 서 회장은 2015년 3월 “상황을 정리하고 보니 구태여 매각할 이유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서정진 회장은 2020년 은퇴 및 소유와 경영 분리를 약속했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서 회장은 2021년 은퇴했지만 이를 번복해 2023년 경영에 복귀했다. 서 회장의 장남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도 그룹 내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서정진 회장은 지난해 3월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수합병(M&A)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당시 “대규모 M&A를 위한 준비를 지난해부터 해왔다”며 “3분기쯤 자금을 집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현재까지도 이렇다 할 M&A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서정진 회장은 최근에도 대형 M&A를 시사했다. 서 회장은 지난 6월 12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증권가 연구원 및 투자자 대상 간담회에 발표자로 나섰다. 서 회장은 이날 “150여 개 케미컬 제품을 보유한 유럽 제약사 등 3개 기업을 인수 후보로 고려하고 있다”며 “인수 비용은 1조 원 내외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서정진 회장의 발언을 두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셀트리온 주가도 현재까지는 큰 변화가 없다. 셀트리온은 이와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