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경제는 유럽연합, 미국, 일본 등 주요 경제국가들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인해 급격한 원화 절상현상을 겪고 있다. 달러당 1100원을 돌파하여 고공행진의 기세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경제의 침체로 인해 위축된 수출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일본이 플라자 협약 이후 받은 것과 유사한 타격을 받고 있다. 더욱이 우리 경제의 내부 결함은 당시 일본경제 이상으로 크다. 가계부채가 1000조 원을 넘었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모르고 침몰하고 있어 연쇄부도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상황이 악화할 경우 가계부문과 금융부문이 동반붕괴하는 경제대란이 나타날 수 있다. 당연히 소비와 투자가 곤두박질하여 경제가 성장동력을 잃고 있다. 지난 3분기 작년동기 대비 경제성장률이 1.6%에 그쳤다. 전분기 대비 성장률은 0.2%밖에 안된다. 금융위기 이후 3년 만에 최악이다. 우리경제가 일본경제와 같이 대내외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장기불황의 터널에 진입하고 있다는 증거다.
실로 큰 우려는 우리 경제의 대외여건이 당시 일본경제 여건보다 나쁘다는 것이다. 1990년대 미국 등 주요 경제국가들은 WTO체제를 구축하며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최근 세계경제는 심각한 불황상태다. 우리 경제가 제대로 수출도 할 수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세계경제가 더 악화하면 우리 경제는 일본경제보다 더 빠른 속도로 위기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우리 경제가 살 길은 우리나라 고유의 성장모형을 찾는 것이다. 풍부한 인적자원과 지식 및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여 벤처, 내수, 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다른 나라를 앞서는 산업발전을 해야 한다. 그리하여 꺼지지 않는 성장동력부터 창출해야 한다. 대통령 선거가 인기영합에 치우쳐 성장을 외면하고 경제민주화에 몰두하고 있다. 성장 없는 경제민주화는 허구다. 대선주자들은 경제민주화에 앞서 성장정책에 대한 경쟁부터 벌여야 한다. 그리하여 진정으로 민주화가 가능한 희망의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고려대 교수·전 총장 이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