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요구 모호, 입장 설명 정도로 보여”…PD·수행비서 진술 등 재판 분위기는 이 대표에 불리
이를 두고 국민의힘에서는 “결정적 증거로 유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녹취 파일을 공개한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 사건이 위증교사가 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형법에 위증교사가 사라져야 할 정도로 명백한 위증교사”라고 비판했고, 검사 출신의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도 “이 위증으로 선거법 위반 무죄 판결에 결정적 증거가 됐으니 징역형까지 갈 가능성이 있다. 집행유예가 붙은 징역형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신중한 반응이 적지 않다. ‘다퉈볼 여지도 있어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체적으로 ‘나에게 유리하게 거짓말로 진술해 달라’고 하는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함께 기소된 수행비서 김 씨 등은 이미 혐의를 인정한 상황이다. 재판부가 녹취파일 하나만 가지고 판단하지 않을 것이기에, 이재명 대표에게 전체적인 분위기는 불리하다는 전망이다.
#“PD 사칭 옆에 있다가 누명” 발언에서 시작된 사건
이재명 대표가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것의 시작은 2018년 경기도지사 출마 당시 참석한 방송토론회다. 방송토론회에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후보는 “PD가 사칭하는데 옆에 있다가 누명을 썼다”고 발언했다가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이 대표는 결국 무죄를 받아냈다. 수행비서였던 김 씨 등으로부터 유리한 진술을 받아낸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가 김 씨에게 거짓 증언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검찰이 찾아냈고, 김 씨와 이재명 대표를 위증 혐의와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했다. 이재명 대표에게 적용된 위증교사 혐의는 2023년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영장을 기각할 당시에도 “혐의가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한 부분이기도 하다.
검찰은 이후 김 씨로부터 확보한 통화 녹취록을 토대로 이재명 대표를 기소했는데, 이 녹취 파일이 박정훈 의원을 통해 언론에 공개됐다.
박 의원이 공개한 녹취파일에 따르면 이 대표는 김 씨에게 전화를 걸어 “주로 내가 타깃이었던 거, 이게 지금 매우 정치적인 배경이 있던 사건이었다는 점들을 좀 얘기 해주면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얘기하거나, “검찰도 나를 손봐야 되고, 또 (성남)시도 그렇고, KBS도 그렇고 전부 다 이해관계가 일치되는 나한테 덮어씌우면 도움이 되는 사건이었던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이제 어차피 세월도 다 지나버렸고, (김병량) 시장님은 돌아가셨다”며 “어차피 세월은 다 지났다. 변론요지서를 하나 보내드리겠다. 그때 우리 주장이었으니까 한 번 기억도 되살려 보시고”라고 말한다.
#“구체성 입증할 증거 더 필요”
위증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된다. 위증을 교사한 경우도 법정형은 같다.
법조계에서는 ‘녹취 파일만 가지고 판단하기는 모호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보통의 위증 및 위증교사 사건은 구체적으로 위증할 내용을 요청하고, 이에 대한 대가가 오가는 것이 확인되는데 이재명 대표 사건의 녹취파일만으로는 구체적 요구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녹취파일만 놓고 판단해야 한다면 맥락상 위증교사로 보기 어렵다고 본다”며 “서로 존대를 쓰면서 이야기를 하는 점이나, 이재명 대표 측의 입장과 상황을 설명하는 정도로 받아들일 여지가 있기 때문에 검찰에서 이 녹취와 별도로 외압이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녹취파일만 가지고는 유죄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 역시 “통상적으로 사건 관련 증인에게 당사자가 직접 접촉해 진술 관련해 회유를 하는 것에 대해서 우리 법원은 엄격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저 통화 녹취만으로 ‘외압’을 받아 거짓말로 진술을 했다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추가적으로 확인할 내용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이 사건에서 등장하는 KBS PD나 수행비서 모두 이재명 대표에게는 불리한 진술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위증교사 사건의 발단이 된 검사 사칭 사건 당시 함께 기소됐던 최 아무개 전 KBS PD는 위증교사 사건 증인으로 나와 “당시 나와 이재명 둘만 있었던 게 아니라 카메라맨, 오디오맨도 있었다. (검찰이) 그들에게도 별도의 진술서를 받았다는 걸 알게 돼 계속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고 얘기하며 ‘PD가 고소 취하를 약속받고 나를 주범으로 몰고 갔다’는 이 대표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당시 두 사람은 공무원 사칭 혐의로 구속된 뒤 재판에 넘겨져 이 대표는 벌금 150만 원을, 최 전 PD는 선고유예를 각각 확정 받았다. 최 전 PD는 또 검사 사칭 녹음테이프와 관련해 이재명 대표 측이 제출한 “제작에 관여하지 않아 경위를 알지 못한다, 제보 받아 나는 발표만 했다”는 의견서에 대해 “제1야당 대표가 저런 식으로 허위 발언하는 것 자체가 충격”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위증 혐의로 함께 기소된 수행비서 김 씨 역시 2024년 2월 열린 증인신문에서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부인에 대해 “꼬리 자르기”라며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꼈다”고 증언했다. 김 씨는 2월 22일 공판에서 “마치 제가 주도한 것처럼 폄하해서 서운하고 놀랐다”며 위증 이유에 대해서는 “이분(이재명 대표)이 큰 꿈을 가진 상황이어서 측은함도 있었고 급한 상황이라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고 부연했다.
‘녹취파일’만 가지고는 유죄 판단이 나오지 않을 수 있지만, 전체적인 재판 분위기는 이재명 대표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전망이 힘을 받는 대목이다.
앞선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녹취파일을 토대로, 관련된 인물들이 하나같이 ‘이재명 대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이 대표 요구로 원하는 대로 진술을 했다’라고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면 재판부가 녹취파일도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채택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를 반박하는 증거나 정황을 이재명 대표 측이 어떻게 재판부에게 제시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재판은 8월에 종결될 전망으로 이르면 9월에 선고가 나올 수도 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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