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본소득’ 두고 김 지사 “개선 필요성”…‘배달특급’도 운영 방식 전면 재검토 논의
청년기본소득은 경기도에 3년 이상 거주 중인 만 24세 청년에게 1인당 연 100만 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정책이다.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도입했다.
청년기본소득 예산은 연간 1500억 원가량으로 상당한 규모지만 그에 걸맞은 효과를 내고 있느냐는 의문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급 조건이 24세라는 나이뿐이라 왜 그 나이의 도민에게만 줘야 하는지에 대한 반발도 있었다. 민선 7기 경기도는 청년이 대학을 졸업하고 대략 사회에 나오는 시기에 맞춰 24세를 정했다고 설명했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는 청년이나 군대를 다녀오는 경우 사회에 나오는 연령대가 24세와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어 궁색한 이유라는 지적도 있었다.
특히 1~2년 차이로 청년기본소득을 지급받지 못한 25세, 26세 청년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막대한 예산에 비해 기대효과가 낮다는 비판 역시 매년 제기됐다.
경기도는 청년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기 때문에 소상공인, 전통시장, 지역 상권을 부양하는 효과가 있다고 해명했지만 지역상권 내에서도 특정 업종들에만 결재가 쏠리는 점과 지역화폐 깡(불법 환전) 문제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혔다.
그런데도 민선 7기 경기도는 2020년 청년기본소득을 지급받은 청년들의 삶에 유익한 변화가 있었고, 금전적 걱정을 덜었다는 등의 의견이 있었다며 청년기본소득의 만족도가 80%를 상회한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발표하며 청년기본소득을 띄웠다. 하지만 해당 만족도 조사는 청년기본소득을 지급받은 청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2019년 7월, 2019년 11월)였다.
경기도가 주최한 2019년 기본소득박람회에서는 패널들이 청년기본소득이 청년의 정치 참여를 늘리고 혁신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경기도 정책기획관은 “성남시 청년배당 100억 원 지출을 기준으로 연간 일자리 207개, 192억 원의 생산유발효과, 205억 원의 소득증가 효과와 함께 평균 23.3%의 골목상권 활성화 효과가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민선 7기 경기도는 기본소득의 밝은 면만이 강조되던 시기였다. 하지만 민선 8기 전반기가 지난 현시점에서 기류가 바뀌는 움직임이 느껴지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6월 12일 경기도의회 제375회 정례회 도정질문에서 청년기본소득을 바꿀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 질문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강태형 도의원의 물음에 김 지사는 “그렇다. 바꿀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김동연 지사는 “청년기본소득은 기본소득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어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면서 “다만 정책에 대한 수혜자(만 24세 청년)나 앞으로 수혜를 기대하는 사람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문제다. 하지만 바꾸고 싶다”라고 답했다.
현재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기회소득’이라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성장시키고 있다. 기회소득은 일정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대상에게 보상을 지급하는 개념이다. 조건 없이 퍼주는 기본소득의 개념과는 다르다.
경기도는 장애인 기회소득, 예술인 기회소득, 농어민 기회소득, 체육인 기회소득을 진행 중에 있다. 향후 아동돌봄, 기후행동 기회소득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 역시 예산이 필요하다. 특히 정부가 경기도 정책에 국비 지원을 줄여나가는 상황(지역화폐, 복지 등 예산)에서 1500억 원이라는 매머드급 예산이 들어가는 청년기본소득을 다른 형태로 개편하지 않겠느냐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는 청년기본소득보다 ‘배달특급’의 상황은 더 안 좋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왜 내 세금으로 남의 배달비 깎아주나”라는 비판에 직면한 상태다.
배달특급은 2020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배달앱 독과점을 막고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공공배달앱이다. 소상공인의 배달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로 과감하게 앱을 개발하고 민간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경기도의회 이병길 의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시장 점유율은 1%에 불과한 수준이다.
6월 13일 경기도의회 이채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제375회 정례회 도정질문에서 경기도가 배달특급을 운영하기 위해 2021년 137억 원, 2022년 80억 원, 2023년 71억 원의 예산을 편성하고 있지만 이용자 수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월간활성 이용자 수는 2021년 12월 60만 명대에서 2024년 2월 26만 명대로 급감했고 같은 기간 배달특급 월별 거래액은 105억 원이 감소했다.
이채영 도의원은 “배달특급은 민간 배달 앱과 비교해 낮은 서비스 품질, 적은 입점 업체, 상대적으로 더 높아진 배달료 등 운영 지속을 위한 경쟁력이 상실된 상태”라며 “그 결과 배달특급의 투입 예산 대비 중개 수수료 이익은 2021년 마이너스 127억 원, 2022년 마이너스 67억 원, 2023년 마이너스 62억 원으로 이는 혈세를 밑 빠진 독에 들이붓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공공배달앱을 만들어 소상공인을 돕고 싶다는 전임 도지사의 정책 취지는 좋았을 수 있지만 전문성이 부족한 상태로 민간 시장에 뛰어들어 세금만 쏟아붓고 사업은 폐업 수순으로 가게 됐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경기도의회에서도 “좋은 의도가 정책의 실패를 가릴 수 없다”는 지적이 들리는 실정이다.
경기도 박승삼 경제투자실장은 6월 13일 “배달특급은 중개수수료를 할인해 민간 배달앱의 독과점을 견제하고 소상공인 민생 안정에 기여하고 있지만 배달 수요가 감소하고 중개수수료 수입이 적어 민간 배달앱과 경쟁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배달특급 운영 방식의 전면 재검토를 위해서 경기도는 TF팀을 구성해 논의하고 있으며 공공배달앱의 취지를 살리면서 재정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를 사업 재검토에 대한 완곡한 표현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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