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3곳 경영실태평가, 새마을금고 긴급 지원…‘자체적인 부실 정리’ 촉구 신호탄 가능성
금감원은 지난해 말과 올해 1분기까지 두 분기 연속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 비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저축은행 세 곳을 대상으로 점검에 들어간다. 저축은행업계의 올해 3월 말 기준 연체율은 8.8%에 달한다. 연체채권 가운데 부실채권을 도려낸 자리는 자본으로 메워야 한다. 자본비율이 당국의 기준에 미달하게 대면 증자가 필요하다. 대주주가 증자 여력이 없으면 금융당국은 매각 또는 (강제)계약이전을 추진할 수 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도 부실이 많은 곳들은 대형 금융그룹으로 매각하는 방식으로 정리됐다.
새마을금고의 자금 수혈도 결국 부실의 상처를 메우기 위해서다. 1분기 말 기준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은 7%대로 추정된다. 연체율을 낮추지 위해 새마을금고는 손자회사인 MCI대부에 올 2분기에만 부실채권 1조 원을 더 매각하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연간 기준 2조 원을 매각했는데 올해는 반년 만에 1조 5000억 원을 팔게 됐다. 부실채권을 사줄 곳이 마땅치 않자 중앙회와 정부가 나선 셈이다.
금감원이 3곳으로 수술 대상을 좁히고 새마을금고 중앙회가 부실정리보다 자금 확보를 앞세운 이유는 금융시장 불안 때문이다.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는 모두 수신기능이 있다. 부실 우려가 커지면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가 초래돼 멀쩡한 곳까지 유동성 위기에 노출될 수 있다. 금감원과 중앙회의 이번 움직임은 업계 전반에 자체적인 부실 정리를 촉구하는 신호탄일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6월 초 내놓은 부동산 PF 연착륙 대책의 골자는 옥석을 가려 부실한 사업장은 싸게 매각해 수익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산 값보다 싸게 팔려면 누군가 손해를 봐야 한다. 사업을 주도한 시행사와 브릿지론 단계에서 후순위로 돈을 빌려준 2금융권이다. 빌려준 돈은 회수하지 못하면 부실이고 충당금이나 자본으로 메워야 한다. 2금융권이 부실을 제대로 인식해야 브릿지론 정리가 쉬워진다.
관건은 부실한 PF 사업장이 얼마나 될지, 싸게 나온 사업장이 잘 팔릴지 여부다. 부실한 사업장은 대부분 본PF 이전인 브릿지론 단계일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 전이니 그냥 땅이다. 서울과 수도권 인기지역은 전체 사업비 가운데 땅값 비중이 높다. 땅이 싸게 나오면 전반적인 수익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지방은 땅값보다 건축비 비중이 더 높다. 땅값이 싸져도 수익성 개선이 제한적이다.
예를 들어 땅값과 건축비 비중이 수도권 70 대 30, 지방 30 대 70이라고 치자. 땅값이 30% 싸질 때 전체 사업비 대비 수익성 개선 폭은 각각 수도권이 21%포인트(p), 지방 9%p다. 수익성 개선 폭이 낮으면 잘 팔리기 어렵다. 땅값을 더 낮춰야 하고 그만큼 돈을 빌려준 2금융권이 감당해야 할 부실이 커진다. 지방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가 무더기로 쓰러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부실 저축은행이나 새마을금고를 매각하거나 정리할 수는 있지만 비용이 든다. 새 주인이 나서도 부실까지 떠안을 수는 없다. 결국 정부에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저축은행은 예금보험공사가 예금보험료를 기반으로 부실정리기금을 조성할 수 있다. 새마을금고는 일단 중앙회가 나서고 부족하면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각종 기금을 통해 부실 규모를 줄이려 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정부는 사업성 있는 부동산 PF를 돕기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심지어 본PF로 전환되지 못하고 브릿지론 상환에 곤란을 겪고 있는 경매 위기 사업장 토지를 주택도시기금과 기존 지분투자자가 설립한 공공지원민간임대리츠가 인수한 후 브릿지론을 상환하고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문제는 기금이 부실화되면 결국 국민 부담이 된다는 점이다. HUG의 PF 보증 규모는 올 1분기 1조 5000억 원에 육박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5배 이상 불어났다. HUG는 전세 사기 보증 대위변제 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올해 들어 4월까지 전세보증 사고는 2조 원에 육박했다. HUG가 임대인으로부터 돌려받은 대위변제 회수율은 1분기 17.2%에 그쳤다. HUG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3조 8598억 원으로 1993년 HUG가 설립된 후 최대 규모 적자였다. HUG는 올해 3월 한국도로공사 주식 현물출자 등으로 5조 원을 긴급 수혈했다.
HUG가 운용하는 주택도시기금은 국민주택채권 발행이나 청약통장 예금 등으로 조성된다. 법으로 정해진 사용처는 국민주택 건설이다. 국민주택은 주로 공공기관이나 정부가 짓는 집이다. 부실한 부동산 PF에 투입돼 손실을 입게 되면 그만큼 서민용 국민주택 건설을 지원할 재원이 줄어들게 된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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