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주관사 업무 개선 추진…일반 투자자 수요예측 참여·기관 단기 차익 실현 여부 추적 등 방안 제시
금융당국은 공모가 고평가 등 최근 IPO 시장에 대두되고 있는 문제들의 원인이 IPO를 추진하는 주관사에 있다고 판단, 지난 5월 ‘IPO 주관업무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현재 주관사는 상장 실패 시 수수료를 받지 못하는 영업 관행 탓에 상장 적격성이 낮은 기업도 IPO를 강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금융당국은 주관사의 형식적이고 부실한 기업실사로 위험 요인 파악에 실패해 중요 투자위험 미공시 사례가 발생하고, 과도한 추정치 사용으로 적절한 공모가가 책정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대표 주관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주관사가 수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대신 주관사의 형식적인 기업실사를 방지하기 위해 주관사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부실 기업실사에 대한 제재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연내 인수업무규정이나 금융투자업규정 등을 개정할 계획이다.
공모가 산정과 관련해서는 추정치, 비교기업 등 주요 평가 요소의 적용 기준, 내부 검증절차 등을 주관사 자체적으로 마련하는 것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금융투자협회는 ‘IPO 공모가격 결정기준 및 절차’를 만들고 배포해 각 증권사들의 내부기준 마련을 지원할 예정이다.
적정 공모가 책정을 위해서는 수요예측 제도도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우리나라는 기관 투자자들의 수요예측으로 공모가를 결정해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실시하지만 해외에서는 수요예측과 청약을 함께 진행하거나 일반 투자자들이 수요예측에도 참여할 수 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작성한 ‘최근 IPO 시장의 개인투자자 증가와 수요예측제도의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주관사가 기업 실사로 공모예정가를 먼저 정한 후 수요예측을 기관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실시한다. 일반 투자자들도 기관 투자자처럼 희망 공모가와 배정 물량을 신청할 수 있다.
홍콩은 2주간 수요예측을 진행하는데, 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공모예정가 범위를 설정해 3~4일 동안 일반 투자자 공모를 수행한다. 주관사는 수요예측과 개인투자자 공모 절차를 동시에 마감하고 공모예정가 범위 내에서 최종 공모가를 결정해야 한다. 대만도 홍콩과 기간의 차이가 있을 뿐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 기간에 일반 투자자 공모를 시작한다.
이석훈 연구위원은 “해외 사례에서와 같이 주관회사가 공모가를 결정하기 전에 개인투자자 청약을 하게 되면 개인투자자의 수요까지 포함하여 검토할 수 있으므로 적정한 공모가 결정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도입 여부도 주목받는다. 이 제도는 공모가격 신뢰성을 제고함과 동시에 장기 투자를 활성화할 방안으로 꼽히고 있다. IPO 과정에서 증권신고서 제출 이전에 발행기업과 주관사가 투자자를 미리 유치해 공모주 일부를 배정하는 제도다. 코너스톤 투자자는 공모가격을 모르는 상태에서 보호 예수를 조건으로 일정 금액을 투자하기로 약정하고 공모주식을 배정받을 수 있다.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시아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및 국내 논의 동향’을 통해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가 도입되면 공모가격 산정 전 기관투자자들이 장기 투자 물량을 확보할 수 있어 상장 후 주가 안정과 함께 IPO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이 제도는 도입을 위해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하는 걸림돌이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증권신고서 수리 전 투자자를 유치하는 행위를 ‘사전공모’로 보고 이를 금지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도입을 위한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으나 21대 국회 종료와 함께 법안은 폐기됐다.
상장일 단기 차익 실현 쏠림 현상을 막을 방법도 제시되고 있다. 기업공개 추적시스템(IPO Tracking System) 도입이 그중 하나다. 기업공개 추적시스템은 공모주를 배정받은 기관의 공모주 매도 내역을 일정 기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미국에서는 1997년부터 이 제도를 도입했다.
김갑래‧이한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증권 인수업 선진화를 위한 개선방향’ 보고서에서 “미국 등 IPO 강국은 단기 수익 편취에 대해 고율의 주식 양도 소득세를 부과하지만, 국내 세법은 공모주 투자에 대해 장단기 보유와 관계없이 증권거래세만 부과하기 때문에 세제 비용 대비 단기 수익 편취 기대수익률이 높다”며 “대표 주관사 및 인수인이 통제 계좌를 통해 자율적‧적극적으로 단기 수익 편취를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모주 단기 차익 실현을 조장하는 유튜브, 커뮤니티 사이트 등 소셜 미디어 단속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종은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 기업이 상장할 때 각종 소셜 미디어에서는 꼭 투자해서 치킨값 벌자는 등 단기 차익 실현의 기회라는 점을 엄청나게 강조한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이 더 몰리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들은 금융기관 소속이 아닌 일반인이기에 투자자들의 손해를 책임질 필요도 없다. 이런 부분들을 규제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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