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정석 동아제약 대표. 연합뉴스 |
‘박카스’로 유명한 동아제약의 지주사 전환 계획 발표를 두고 제약업계와 재계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신사업 강화와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서’라는 공식 발표와 달리 동아제약의 지주사 전환 계획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가 적지 않은 것. 그중에서도 경영권 강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장 많다.
동아제약은 경영권 다툼으로 시끄러웠던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다. 지난 2007년 강신호 회장과 강 회장의 차남 강문석 당시 이사는 경영권을 놓고 크게 다툰 바 있다. 제약업계 1위 기업이 형제간도 아닌 부자지간에 경영권을 놓고 큰 싸움을 벌인 터라 시끄럽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강 회장은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이었다. 우리나라 경제의 상징적 위치에 있는 인물이 아들과 경영권 다툼을 벌인다는 것은, 이유야 어쨌든 볼썽사나운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동아제약은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늘 노출돼 있는 기업 중 하나다.
▲ 강신호 회장. |
동아제약의 지주사 전환이 경영권 강화와 연결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지주사로 전환하려면 공정거래법상 지주사가 자회사 의무보유비율 요건을 갖춰야 한다는 데 있다.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의 경우 20%, 비상장 자회사의 경우 40%의 지분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지주사만 강화해 놓는다면 경영권 위협이나 적대적 M&A에서 안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소버린 사태’로 경영권이 통째로 흔들렸던 SK그룹이 부랴부랴 지주사로 전환한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자회사의 지분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자금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순환출자 고리’로 비판받는 재벌들이 지주사 체제로 쉽게 변화하지 못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지주사 요건을 충족하려면 수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
동아제약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 목적은 어디까지나 신사업과 해외 진출 강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경영권 강화에 대해서는 “그 부분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 아니겠느냐”며 애써 부인하지는 않았다.
조사가 진행 중이긴 하지만 동아제약이 조사 결과 발표 전에 미리 ‘뒷돈 거래’라는 오명을 떨치기 위해 ‘투명경영’을 강조하는 지주사 전환을 전격적으로 선택한 것이라는 얘기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동아제약은 워낙 규모가 큰 회사여서 아무리 깨끗하게 경영하겠다고 한다 해도 검은돈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런 상황에서 지주사 전환을 선택한 것은 국면전환용이라는 의혹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리베이트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동아제약은 보건복지부가 선정한 ‘혁신형제약기업’에서도 탈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복지부는 지난 6월 신약 연구개발 역량이 우수하고 해외 진출 가능성이 있는 제약사 43곳을 선정, ‘2012년도 혁신형제약기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중 적지 않은 회사가 리베이트 문제로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복지부의 ‘혁신형제약기업’ 선정 과정에 대한 비판과 문제가 발생할 경우 탈락 기준이 없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선정 발표 당시에도 리베이트 관련 기준을 제시했다”며 “다만 그 기준점에 대해서는 현재 내부 의견을 조율하는 상태고 11월 중 명확한 기준점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제약에 대해서는 “조사 중이어서 지금으로선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 자연스레 복지부 결과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제약 관계자 역시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이 서울대 의대 출신으로 동문인 안철수 대선 후보를 지원하고 있고 안철수 후보에게 거액의 후원금을 전달했다는 이유로 동아제약이 이른바 ‘괘씸죄’에 걸려들었다는 소문이 돌기도 한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가 ‘쇄신과 개혁’으로 큰 점수를 얻고 있는 데다 안철수후원회(후원회장 조정래)는 ‘후원금은 개인에 한해 1000만 원까지 가능하다’고 명시해놓았다는 점, 후원회의 모금한도액이 27억 9885만 원이란 점 등에 미뤄볼 때 ‘강 회장이 안 후보에게 거액의 후원금을 전달했을 것’이라는 얘기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이유로 특정 후보와 연결시키기는 무리다. 전경련 명예회장으로서 이따금 경제 관련 말씀을 하신 것을 본 적은 있으나 정치적 발언을 하신 적은 본 적이 없다”며 “안철수 후보에게 거액의 후원금을 기부했다는 얘기는 물론 안 후보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얘기도 금시초문”이라고 부인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