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JTBC ‘가브리엘’ vs 나 tvN ‘서진이네2’…‘낯선 곳에 던져진 스타들’ 콘셉트 비슷
#우열을 가리기 힘든 ‘자강두천’
온라인상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으로 ‘자강두천’이 있다. ‘자존심 강한 두 천재’의 준말이다. 실제 두 사람은 여러모로 라이벌 관계가 구축된다. 일단 각각 1975년생(김태호), 1976년생(나영석)으로 비슷한 시기에 학창시절을 보낸 X세대다. 또한 김 PD는 고려대 출신, 나 PD는 연세대 출신이다. ‘고연전이냐? 연고전이냐?’부터 대립각을 세울 이력이다. 대학 졸업 후에는 MBC와 KBS에 각각 입사했다.
여전히 지상파 3사가 위세를 떨치던 시절, 두 사람은 ‘주말의 왕’이었다. 하지만 요일은 달랐다. 김 PD는 ‘무한도전’으로 토요일마다 숱한 젊은이들을 TV 앞에 앉게 만들었다. 일요일에는 나 PD가 연출하는 ‘1박2일’을 보기 위해 시청자들이 채널을 고정했다. 두 PD의 페르소나는 각각 유재석, 강호동이었다.
‘국민 MC’이라는 호칭이 어울렸던 유이(有二)한 MC가 두 PD의 손에서 탄생한 셈이다. 두 PD는 2000년대 중반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 시대를 열었다. 스튜디오에 갇힌 예능은 생명력을 잃었다. ‘1박2일’이 여전히 새로운 시즌으로 방송되고 있고, 유재석이 또 다른 리얼 버라이어티 SBS ‘런닝맨’에 출연 중인 것을 고려할 때, 두 PD가 구축한 시장이 20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무한도전’과 ‘1박2일’이 주말을 양분하던 시대가 지나간 뒤 두 PD의 행보는 달라진다. 나 PD는 tvN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때부터는 결을 달리 한다. ‘꽃보다 청춘’ ‘삼시세끼’ ‘윤식당’ 시리즈 등으로 승승장구했다. 이를 통해 시즌제 예능 시장도 개척했다. 같은 요일, 같은 시간대에 편성돼 몇 년 동안 방송을 이어가던 분위기는 점차 흐릿해졌다.
반면 김 PD는 ‘한 우물’을 팠다. ‘무한도전’ 종방 후 잠시 휴식기를 가진 뒤 ‘놀면 뭐하니’를 론칭했다. 유재석과 다시 손잡고 새 판을 짰다. 김 PD는 새로운 트렌드에 집중했다. ‘부캐’(부캐릭터)다. 유재석이 트롯 가수에 도전한 유산슬은 트롯 열기에 불을 지폈고, 이후 싹쓰리(유재석, 이효리, 비), 환불원정대(유재석, 이효리, 엄정화, 제시, 화사) 등 프로젝트 그룹으로 연이어 성공을 거뒀다. 각각의 출연진에게 새로운 이름을 부여하는 부캐 프로젝트로 꾸준한 성과를 냈다. 이후 MBC를 떠나 지금은 독립 제작사를 운영하며 또 다시 여러 예능을 실험해보고 있다.
#TV 시청률 끌어올릴 기회 될까
두 천재 예능 PD가 드디어 같은 요일, 같은 시간대에 맞붙는다. 김 PD가 6월 21일 JTBC ‘마이 네임 이즈 가브리엘’(가브리엘)로 먼저 포문을 열고 한 주 뒤인 28일 나 PD가 tvN ‘서진이네2’로 맞불을 놓는다.
‘가브리엘’은 스타들이 72시간 동안 타인의 삶을 살아보는 체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이는 김 PD가 연출한 ‘무한도전’이 지난 2011년 시도했던 ‘타인의 삶’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무엇보다 지원군이 든든하다. 배우 박보검, 지창욱, 염혜란 등 쟁쟁한 배우들이 가세했다. 박보검은 아일랜드 더블린의 합창단장 루리로 분하고, 지창욱은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제2의 삶’을 산다. 염혜란은 중국 충칭에 위치한 훠궈 식당 총지배인으로 나선다. 여기에 ‘무한도전’ 이후 오랜만에 김 PD의 선택을 받은 방송인 박명수가 힘을 보탠다.
‘가브리엘’이 김 PD의 새로운 도전이라면, 나 PD는 익숙함을 무기 삼은 ‘서진이네2’로 출사표를 던졌다. 이는 지난해 방송됐던 ‘서진이네’의 속편이다. 이번엔 아이슬란드로 가서 꼬리곰탕을 판다. 사장님인 배우 이서진이 당연히 출연하고, ‘나영석 사단’이라 불리는 박서준, 정유미, 최우식 등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여기에 배우 고민시가 ‘뉴 페이스’로 참여한다.
두 PD 모두 해외를 타깃으로 삼았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이국적인 풍광을 안방극장에 제시할 수 있다는 강점 외에도 한국에서는 너무 얼굴이 알려져 일상생활이 어려울 지경인 유명 연예인들을 생소한 장소에 떨어뜨려 놓았을 때 벌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도 몹시 닮았다.
방송가는 두 PD의 대결이 시너지 효과를 내길 기대하고 있다. 하향평준화된 TV 시청률을 끌어올릴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결국 TV에서 하나의 채널만 선택할 수 있다. 결국 서로의 시청률을 갉아먹는 ‘치킨 게임’으로 이어져 ‘대박 시청률’을 올리긴 어려울 것이란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누군가는 이기고, 또 다른 누군가는 진다. 단순히 시청률만으로 성패를 판단할 수 없다지만, 자강두천의 첫 대결이 몹시 흥미진진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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