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민·이희준의 ‘안 터질 수 없는’ 코미디…생각 없이 봐야 제맛
6월 26일 개봉하는 영화 '핸섬가이즈'는 자칭 터프가이 재필(이성민 분)과 섹시가이 상구(이희준 분)가 꿈에 그리던 유럽풍 드림하우스에서 새 출발 하려다 젊은이들의 잇따른 연속 사망 사건에 휘말리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2010년 개봉한 캐나다의 공포 코미디 영화 '터커 앤드 데일 vs 이블'의 리메이크작으로 코미디, 공포, 고어, 슬래셔, 스릴러 장르가 한데 섞인 '짬뽕형 장르' 작품이기도 하다. 코미디가 전면에 내세워져 있기에 가볍게 보기엔 큰 무리가 없지만, 황당하면서도 다소 잔인한 방식으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만큼 고어물에 내성이 없는 관객이라면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극중 재필과 상구는 속내는 누구보다 여리고 다정하지만 험상궂고 범상치 않은 외모 때문에 되지도 않는 오해를 사게 되는 불운의 콤비다. 모아둔 돈을 탈탈 털어 산 스위트 홈은 알고 보니 한때 이 마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악마가 봉인된 터였고, 악마의 부름에 이끌린 젊은이들은 굳이 이곳까지 와서 어처구니없는 방식으로 죽음을 맞는다. 설상가상으로 경찰은 재필과 상구의 외모만 보고 젊은이들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으로 오해해 체포하려 든다.
꿈에 그리던 마이 홈을 지키기 위해 퇴마도 해야겠고, 죽어나가는 젊은이들 사이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여대생 미나(공승연 분)도 구해야겠고, 내 인생의 반쪽이나 다름없는 상대방도 지켜야겠고. 재필과 상구는 러닝타임 내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상황 속에서 너무 처절해서 더 웃겨주는 고군분투에 빠져들게 된다.
코미디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 으레 그렇듯 '핸섬가이즈' 역시 불필요한 곁가지들을 모두 쳐낸 단순한 서사로 관객들의 집중도를 높인다. "도대체 이 캐릭터는 왜 이러는 거야, 이야기가 이게 말이 돼?"라며 머리 아프도록 당위성을 상상하고 억지로 납득하며 볼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게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모든 나사 빠진 행동은 그저 "원래 이런 사람이구나"로, 밑도 끝도 없이 치고 들어오는 배경 이야기는 "그럴 수도 있지"로 이해하면 만사가 평탄하다. 말 그대로 '뇌를 잠시 빼둔다'면 굳이 2차 해석에 빠져드는 고통 없이 러닝 타임 내내 신명나게 관람한 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무엇보다 이처럼 고민 없는 관람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역시 주인공 콤비를 연기한 두 배우의 '영혼을 바꿔 끼운' 연기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직전 이성민은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작품의 흐름을 온전히 좌지우지한 진양철 회장을 연기했고, 이희준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에서 주인공 이상으로 거대한 존재감을 보인 쾌락살인마 송촌 역으로 시청자들의 압도적인 호평을 이끌어냈다.
상당한 무게감을 지닌 캐릭터로 받은 호평은 대중들로 하여금 두 배우의 가벼운 코미디 케미스트리를 쉽게 떠올리거나 기대할 수 없도록 만드는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했다. 각자의 작품 속 코믹 연기를 상상하려 해도 잠시 멈칫할 만큼 전작의 카리스마가 압도적인 상황에서 이들을 한데 묶어 코미디 영화에 던진다는 것은 연출을 맡은 남동협 감독에게도 상당한 모험이었을 터다.
그러나 두 배우는 이처럼 익숙한 진중함에 낯선 코믹함을 완벽하게 믹스해 관객들을 대접한다. 극중 사람들이 보기에 정신나간 연쇄살인마를 바로 연상할 수 있을 정도로 험상궂고 수상한 분위기를 풍길 땐 관객들이 가장 진하게 기억하는 그들의 전작 속 모습을, 반대로 순수하고 다정한 속내가 드러날 때는 낯설지만 왠지 자꾸만 정이가는 새롭고 귀여운 '허당미'를 보여주는 식이다.
이처럼 정반대의 얼굴을 순식간에 오가면서도 그 변화에 낙오되지 않고 따라올 수 있게끔 자연스럽게 시선을 이끌며, 동시에 매 신에 진하게 자리잡고 있는 코믹함도 빠트리지 않고 짚어준다.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에서 배우들의 가리키는 방향을 그대로 따라가다 보면 관객들은 웃음이 터져야 하는 시점마다 불가항력으로 터지게 된다. 아무도 상상하지 않은, 기대하지 않은, 그리고 확신하지 않은 이들의 코믹 콤비 케미스트리가 역으로 관객들의 허를 찌르는 셈이다.
엔딩 크레딧까지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 내내 진득하게 묻어나는 여운을 가진 작품도 좋지만, 때론 내가 뭐 때문에 웃었는지도 모를 만큼 아무 생각없이 그저 '터지기만' 하다가 나오는 작품에도 입맛이 동할 때가 있다. 한밤중에 갑자기 끌리는 컵라면 같은 영화를 찾는다면 올여름 '핸섬가이즈'는 후회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모든 것을 놓아버린 이성민의 상탈 투혼과 이희준의 끔찍하게 사랑스러운 댄스 타임을 한 작품에서 즐기고 싶다면 주저없이 관람하도록 하자. 예매 전 다시 한 번 주의할 점은 '이 작품은 깊게 생각하면 진다'는 것. 101분, 15세 이상 관람가.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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