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자라나는 환경이 서로 달라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도 한쪽에 쏠리지 않고 균형을 잡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부동산처럼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분야도 없다. 그래서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중립적이고 공정한 관찰자적인 자세는 중요하다. 전문가도 믿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나 특정 이해관계자를 옹호하는 대변인이 아니라, 시장을 좀 더 균형적으로 말해줄 수 있는 이를 찾아야 한다. 사견 없이 있는 그대로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시대다.
하지만 이데올로기 전쟁터로 변한 부동산 시장에서는 극단적인 논리만 횡행한다. 물리적인 부동산은 그대로 존재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인간의 렌즈는 지극히 굴절되어 있다. 공익과 사익, 개인과 집단, 보수와 진보, 지역(수도권과 지방) 간 이해관계가 수시로 충돌한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만능의 정책이 있을 수 없지만 많은 사람이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이기적인 답만 원한다. 선택적 선호를 하면 사고나 행동이 한쪽으로 치우치기 쉽다.
내 집 마련 실수요자라면 부동산 담론에 빠지기보다는 실용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당위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원리주의자의 오류에 빠지기 쉽다. 우리는 돈이 주인 노릇을 하는 자본주의 세상에 살고 있다. 시장은 물건과 돈을 바꾸는 장소다. 당신이 도덕군자가 아니라면 당위적 논리보다 자본의 욕망에 좀 더 무게 중심을 둬야 시장 흐름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유교적 영향 때문인지 당위와 명분에서 잘 벗어나지 못한다. 자본의 노예가 되라는 뜻은 아니다. 시장의 생리를 잘 이해하라는 것이다.
요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니 망한 곳만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인기를 끈다. 폐가나 다름없는 시골 농가 주택, 문을 닫은 대학이나 모텔, 그리고 공실 대란을 겪고 있는 분양상가의 몰락 현장을 비춘다. 사람들은 전체 부동산이 그런 것처럼 착각에 빠지고 공포가 스멀스멀 밀려온다. 산업구조와 소비패턴의 급격한 변화로 몰락한 특정 부동산을 확대 포장하면 착시효과가 발생한다. 흔히 말하는 ‘과잉 일반화의 오류’가 생기는 셈이다. 또한 거래가 뜸해 한번 거래가 되면 신고가를 경신하는 일부 슈퍼리치의 초고가 주택에만 초점을 맞추면 전체시장이 그런 것처럼 착각을 낳는다.
보통 샐러리맨이 사고 싶은 부동산은 일반 주택, 그것도 중소형 아파트다. 당신이 부동산 평론가가 아니라 실수요자라면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판단하는 게 좋다. 시장을 보는 초점을 정확히 해야 신호와 소음을 제대로 구분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균형을 유지할까. 그 방법은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아니하고 한쪽으로 치우치지도 않는다’라는 의미의 중용을 추구하는 것이다. 기계적인 균형이라도 좋다. 시장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대처하려면 집이 없는 사람과 집이 많은 사람이라는 극단의 관점에서 거리를 두는 것도 좋다. 무주택자는 집값이 내려가길 바랄 것이고, 다주택자는 반대로 오르길 원할 것이다. 특정 집단의 견해에 함몰되지 말고 생각의 추를 중앙에 놓아보자. 요즘 같은 극단의 시대,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사회적 당위와 시장의 욕망을 구분하고 비중 조절도 잘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시대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권의 가치가 아닌가 싶다.
박원갑 박사는 국내 대표적인 부동산 전문가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부동산학 석사,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를 받았다. 한국경제TV의 ‘올해의 부동산 전문가 대상’(2007), 한경닷컴의 ‘올해의 칼럼리스트’(2011)를 수상했다. 현재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책 자문위원이다. 저서로는 ‘부동산 미래쇼크’,‘ 한국인의 부동산 심리’ 등이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