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금속부품 주력, 삼성전자 매출 의존도 높아…박 대표 아들이 아리셀 사업 주도 ‘승계’ 관련 시선도
화재로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화성의 1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은 에스코넥(S-Connect)의 종속기업이다. 이번 화재로 인해 24일 코스닥시장에서 에스코넥은 전날보다 22.51%(424원) 하락한 146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과연 에스코넥과 아리셀은 어떤 회사일까.
박순관 에스코넥 대표는 1987년 삼성그룹 삼성시계주식회사에 입사해 마케팅 부서에서 근무하는 회사원이었다. IMF 외환위기로 회사를 떠나게 된 박 대표는 시계행상을 시작했다. 시계회사에서 일한 경험을 살리기 위함이었는데 쉽지는 않았다.
그렇게 시계와의 인연을 이어간 박 대표는 1998년 와치폰(손목시계 휴대폰)을 만드는 기업 삼영코넥(Samyoung Connect)을 설립했다. 그리고 2000년부터 삼영코넥의 기술력을 높이 산 삼성전자의 연락을 받아 휴대폰 부품을 납품하게 된다. 이때부터 직원 10여 명의 작은 회사가 급성장하기 시작한다. 에스코넥은 금속가공 휴대폰 부품 분야에서 디자인부터 검사까지를 아우르는 토털 솔루션 제공이 가능하다는 확실한 장점을 바탕으로 급성장했다.
특히 삼성전자 애니콜 소울폰 신화로 2008년 매출이 급증한 삼영코넥은 우회상장을 위한 절차에 돌입한다. 그렇게 2009년 3월 코스닥 상장사인 반도체 장비회사 세믹스를 인수한다. 2009년 5월 6일 세믹스가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자본감소, 액면분할, 흡수합병계약 체결 등 특별결의를 위한 의안을 모두 승인하면서 우회상장에 성공한 삼영코넥은 7월 13일 상호를 에스코넥으로 변경했다.
에스코넥은 상장사가 된 후에도 성장을 거듭했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불황이 심각했던 2012년 산업계에서 감원 한파가 불었지만 에스코넥은 신입사원을 대거 채용해 직원수가 18%나 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20년에는 에스코넥은 일자리 공약 관련 총선 테마주로 분류되기도 했다. 에스코넥은 인터넷 채용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리어넷을 종속회사로 두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에스코넥은 2020년 12월 커리어넷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현재 에스코넥은 프레스물 형태의 휴대전화 내외장 금속부품이 주력상품인 회사로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본사는 경기도 광주에 있으며 중국과 베트남에 생산법인을 두고 있다. 1차전지 제조 및 판매사인 (주)아리셀, 이산화탄소 저감장치 제조사 (주)에코하이테크, 중국법인 동관삼영전자(유), 베트남법인 에스코넥 BG VINA 등을 종속기업으로 두고 있다.
이번에 공장 화재 참사가 벌어진 아리셀은 2020년 5월에 설립됐다. 2023년 연말 기준 에스코넥 지분이 96%다. 매출액은 설립 첫 해인 2020년 5억 3900만 원, 2021년 8억 3110만 원을 기록했지만 2022년 39억 4441만 원으로 급성장한다. 2023년에도 47억 9088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당기순이익은 꾸준히 적자다. 2020년 41억 4143만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뒤 2021년 88억 3504만 원, 2022년 77억 4271만 원, 2023년 73억 1034만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팔수록 손해가 발생하는 사업구조인 셈인데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부채가 238억 6900여 만 원이나 된다. 자본금이 250억여 원으로 한때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기도 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에스코넥은 꾸준히 아리셀을 지원했다. 출자와 대여금은 물론이고 지급보증까지 서줬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아리셀에서 사내이사로 근무 중인 박중언 이사 때문이 아니냐는 시선이 존재했었다. 박 이사가 아리셀의 사업 전반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는 박순관 에스코넥 대표의 아들이다. 아리셀이 에스코넥 기업 승계에서 중요한 기업이라고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그렇지만 실제 에스코넥의 아리셀 설립은 현금 확보 차원에서 이뤄졌다. 2020년 5월 아리셀을 설립한 에스코넥은 6월 11일 리튬 1차전지 사업을 100% 아리셀에 양도하며 아리셀의 영업양수자금 마련을 위해 149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에스코넥은 2020년 6월 아리셀 전환우선주(CPS) 1000만 주를 곧바로 기관 투자자들에게 넘겼다. 이로써 매각 대금으로 현금 100억 원을 확보한 에스코넥의 아리셀 지분율은 66.66%가 됐다. 에스코넥은 아리셀 지분 매각 대금을 스마트폰 금속부품과 2차전지 금속 가공 설비 증설 자금으로 활용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경쟁력 제고를 위한 선제적 설비투자 행보로 해석했다.
문제는 CPS 1000만 주를 기관 투자자에 매각해 100억 원을 확보할 당시 맺은 교환청구권 조항이다. 아리셀의 2020년 매출이 60억 원을 미달하면 투자금 20%, 2021년 매출 120억 원, 영업이익 10억 원을 미달하면 투자금 50%, 2022~2024년 아리셀의 영업이익이 30억 원에 미달하면 투자금액 100%를 에스코넥 자사주로 교환하는 내용이다.
이로 인해 에스코넥의 아리셀 지분율이 다시 올라갔다. 공시된 자료를 보면 에스코넥은 2022년 12월 6일 아리셀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에스코넥이 주식 600만 주(취득금액 60억 원)를 추가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이로 인해 지분율이 81.58%로 올라갔다. 2023년 12월 7일에도 아리셀 재무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아리셀의 주식 1200만 주(취득금액 60억 원)를 추가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지분율은 96%로 올라갔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 아리셀 화재 사고 수사본부는 6월 25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박순관 아리셀 대표 등 5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에게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으며 경찰은 박 대표 등 5명의 입건자를 출국금지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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