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지분 정리 염두 본인이 이끌지 않겠다는 뜻 해석…삼양인터내셔날 “내부 사정으로 인한 것”
#삼양인터내셔날 사내이사직 8년 만에 사임
삼양인터내셔날 법인등기부 등에 따르면 허서홍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31일 삼양인터내셔날 사내이사직에서 사임했다. 허 부사장은 2015년 11월 사내이사에 취임한 뒤 2018년 11월과 2021년 11월 중임했다. 당초 허 부사장의 임기 만료일은 2024년 11월이었다. 허 부사장은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1년 정도 일찍 자리에서 물러난 셈이다.
삼양인터내셔날은 고 허만정 GS그룹 창업주의 장남인 ‘허정구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GS그룹 계열사다. 1986년에 설립돼 담배·골프용품·윤활유·건자재 사업 등을 영위한다. 허서홍 부사장의 부친이자 고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 3남인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사장이 2008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다.
GS그룹 지주사인 (주)GS와는 지분관계가 없다. 허정구 명예회장의 장손이자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장남인 허준홍 삼양통상 대표이사 사장이 지분 37.33%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 있다. 허준홍 사장은 삼양인터내셔날 사내이사도 맡고 있다. 허서홍 부사장은 삼양인터내셔날 지분 33.33%를 가진 2대 주주다.
허서홍 부사장의 삼양인터내셔날 사내이사직 사임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허 부사장이) 삼양인터내셔날을 본인이 이끌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판단한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지분 정리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며 “향후 허준홍 삼양통상 사장은 삼양통상을 중심으로 한 그룹을 구상할 수도 있다. 그룹을 분리할 때 허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양인터내셔날도 그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너 4세들 사이에서도 교통정리가 이뤄지고 있는 듯하다”고 내다봤다.
현재 오너 4세 중에서는 허정구 일가인 허준홍 사장의 (주)GS 지분율이 3.34%로 가장 높다. 또 다른 허정구 일가 허세홍 GS칼텍스 사장과 허서홍 부사장의 지분율은 각각 2.37%, 2.15%다. 허세홍 사장은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 2남인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허만정 창업주의 3남 고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 손자 허윤홍 GS건설 사장의 지분율은 0.53%다. 오너 4세 간 지분 차이가 미미해 지금으로선 크게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삼양인터내셔날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은 허서홍 부사장은 2006년 GS홈쇼핑 신사업팀을 시작으로 GS에너지, 2020년부터는 (주)GS 미래사업팀에서 경험을 쌓았다. 2022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주)GS 미래사업팀장 부사장으로 승진한 허 부사장은 2024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GS리테일의 전략·신사업 투자 부문 등을 총괄하는 경영전략SU장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경영전략SU는 경영지원본부와 대외협력부문을 합쳐 지난해 말 신설됐다. 삼양인터내셔널 사내이사직 사임은 GS리테일에서 본격적으로 경영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재벌사’를 펴낸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는 “GS그룹에서는 형제간의 서열보다는 그룹에 공이 가장 많고 경영 능력이 탁월한 사람을 회장으로 추대한다”며 “허준구 일가에서 1, 2대 회장이 나왔기 때문에 다른 계파에서 차기 회장이 나올 가능성도 열려 있다. 다만 시조인 허만정 창업주의 장남 허정구 명예회장이 LG나 GS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허정구 일가 후손들이 차기 회장 자리에 오르는 과정에서는 이견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GS리테일 신사업 성장 입증 과제
허서홍 부사장은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오너 4세들 중에서는 승계 명분이 약한 편이다. 허준홍 삼양통상 사장은 그룹 장손이다.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은 오너 4세 중 연장자다. 허세홍 사장은 1969년생으로 허준홍 사장(1975년생), 허서홍 부사장(1977년생), 허윤홍 GS건설 사장(1979년생)과 6~10세 차이가 난다. 허세홍 사장 부친인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은 GS칼텍스를 20년 넘게 이끌며 회사를 세계적인 석유화학 기업으로 키워냈다. 허윤홍 사장은 허준구 일가이며 올해 3월 GS건설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신사업 발굴 역량을 강조하고 있다. 허서홍 부사장은 (주)GS에서 근무하던 2021년 휴젤 인수를 주도했다. GS그룹이 주도한 오랜만의 대형 딜인 데다 GS그룹이 바이오 사업으로 다각화할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데서 주목받은 인수 건이었다. 허 부사장은 올해 2월과 4월 GS리테일이 신사업으로 투자한 푸드커머스 업체 쿠캣과 배달플랫폼 요기요 운영사 위대한상상의 기타비상무이사로 각각 선임됐다.
허서홍 부사장은 신사업 부문의 실적 개선이라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지난해 위대한상상은 연결 기준 65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1116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2022년에 비해 개선됐지만 아직 적자폭이 상당하다. 앞서 2021년 위대한상상 지분 30%를 2400억 원에 인수했다. GS리테일이 책정한 위대한상상 장부가는 2022년 말 2778억 원에서 지난해 말 1380억 원으로 감소했다.
GS리테일이 2022년 550억 원에 지분 47%를 인수한 쿠캣은 2022년 155억 원, 지난해 69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쿠캣 등 GS리테일의 신사업 실적을 포괄하는 공통 및 기타 부문은 지난해 영업손실 600억 원을 냈다. 2017년부터 7년 연속 적자다.
특히 배달의민족에 이어 배달 플랫폼 시장 2위를 지키고 있던 요기요는 지난 3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쿠팡이츠에 역전되며 2위 자리를 내줬다. 배달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GS리테일과 함께 위대한상상 경영권을 인수한 사모펀드 운용사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배달 플랫폼 후발 주자가 적극적이어야 하는 마케팅에서조차 의견 조율이 안 된다는 이야기가 많다”며 “의사결정을 위해 방향성을 정해주는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삼양인터내셔날 관계자는 “(허서홍 부사장 사임은) 내부 사정으로 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GS리테일 관계자는 “GS리테일에서 전략을 담당하는 임원이 통상 위대한상상이나 쿠캣 비상임 등기임원으로 선임돼 왔다”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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