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세 최강마를 가리는 농림수산식품부장관배에 출전한 내장산은 2군마인 탓에 인기 순위 최하위권이었지만 4위를 차지하는 인상 깊은 경기를 펼쳤다.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련없음.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장관배는 2000미터 장거리 경주였음에도 초반부터 상당히 빠른 페이스로 치러졌다. 2번 원더풀남해와 4번 명운제왕, 5번 내장산, 12번 힘찬질주, 13번 통제사 등이 머리를 맞대면서 선두경합을 벌였다. 초반 200미터 주파기록이 13.4초였다. 이는 1000미터 경주의 초반 200미터 주파기록과 비슷했다. 그만큼 초반이 빨랐다. 1코너를 지나면서 강하게 대시한 13번 통제사가 선두에 나섰고, 그 뒤를 내장산이 바짝 따라갔다. 2코너를 지나고 뒷직선 주로에 접어들자 12번 힘찬질주가 치고나오면서 선행을 빼앗았고, 밀려난 13번 통제사는 오버페이스를 의식해서인지 조금 처졌다. 하지만 내장산은 페이스를 늦추지 않고 12번 힘찬질주를 바로 옆에서 압박하면서 달렸다. 이런 상황은 4코너까지 이어졌다.
초반부터 뒷직선주로 중간까지 선두권이 뺏고 뺏기는 난타전을 벌인 상황이었기 때문에 처음에 힘을 많이 쓴 통제사와 중간에 내리막길에서 힘을 쓴 힘찬질주는 결승선에서 걸음이 무뎌져 각각 13위, 12위를 했다. 이 정도라면 처음부터 쉼없이 선두마를 괴롭히면서 가장 힘든 경주를 한 내장산은 꼴찌를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는 경주 흐름이었다. 하지만 내장산은 ‘산삼을 먹었는지’ 걸음이 무너지지 않았고 막판까지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우승마와는 5마신, 준우승마와는 1마신 차이로 4위를 차지했다. 실로 놀라운 끈기였다. 초반부터 자리를 잘 잡고 적절하게 힘 안배를 했다면 이변도 가능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전평이었다.
이날 내장산의 구간기록을 주로빠르기까지 감안해 시속으로 환산하면 초반 200미터 53.4㎞, 그후 1코너까지 62.2㎞, 1~2코너 54.8㎞, 뒷직선주로 53.1㎞, 3~4코너 53.6㎞, 결승선 초반 55.9㎞, 결승선 후반 200미터 52.1㎞였다.
출발부터 1코너까지 오르막 500미터를 1000미터 경주를 하듯 뛰었고, 그러고도 종반에 다시 끈기를 보였다는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이었다.
내장산은 그동안 단거리와 중거리에서 급격하게 힘을 쓰면 안쪽 펜스 쪽으로 기대는 모습을 간혹 보였다. 지난 9월 경주에서도 이런 모습을 보여 대상경주 직전 주행검사를 다시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은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추측건대 내장산은 이제 힘이 본격적으로 차기 시작했고, 급격하게 힘을 쓰는 단거리 경주보다는 끈기로 달리는 장거리에 더 적성이 맞는 것이 아닌가 싶다. 혈통을 살펴보면 아비마는 장거리까지 고루 뛰었고 어미마는 단거리에서 주로 활약을 했다.
아비인 메니피는 미국 경주마로 98년 7월부터 99년 10월까지 약 13개월간 활약하면서 11전 5승, 2위 4회, 3위 1회를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블랙타입 경주 성적은 2승, 2위 4회, 3위 1회다. 모든 경주를 모래주로에서 치렀고, 1100미터부터 2000미터 장거리까지 고른 활약을 했다. 2400미터 경주에서 8위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경주는 모두 3위 안에 들었다. 그만큼 모래주로에 강했다.
어미인 미스메리트도 미국산 경주마다. 2004년 8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약 24개월을 경주로에서 뛰는 동안 24전을 뛰었는데 1, 2, 3위를 각각 3회씩 기록했다. 잔디주로에선 딱 한번 뛰었고 나머지는 모두 모래주로에서 뛰었다. 데뷔초엔 1600~1700미터 중거리 경주에도 3회 출전했지만 4, 5, 11위를 차지하며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후 1200~1300미터 단거리 경주에 집중한 후로는 좋은 성적을 냈다.
혈통을 감안하면 내장산은 거리에 상관없이 잘 뛰어줄 말로 보인다. 그동안 간간이 안쪽으로 기대는 모습을 보인 것은 아직 어린 말이라 힘이 덜 찼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3세마 종반을 맞아서 본격적으로 힘이 차기 시작했고, 그 결과가 이번 대상 경주 4위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2군마로 1군 무대에 점핑 출전해 최악의 경주전개를 하고도 강단 있는 모습을 보인 내장산은 2군에선 당분간 적수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부상 없이 관리가 잘 된다면 향후엔 국산마 무대를 주름잡을 명마로 성장할 것이라 기대된다.
김시용 프리랜서
데뷔 9개월 새 2군까지 ‘점프’
내장산은 2011년 9월에 처음 주행검사를 신청했지만 경주로 출장불량으로 주행검사 제외를 당했다. 석 달 뒤인 12월 김혜선 기수가 기승해 1분04.7초로 주행검사를 1위로 합격했다.
한 달 뒤에 치른 데뷔전에선 오경환 기수가 기승해 2위를 차지했다. 당시 뒷심은 좋았지만 스타트는 조금 느렸고, 막판에 안쪽으로 사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2전째는 김혜선 기수가 기승했는데 폭발적인 뒷심을 선보이며 여유 있게 1위로 골인하고 5군 무대로 진출했다. 올 3월엔 거리를 늘려 1200미터에 출전했지만 강자들을 따돌리며 2위를 차지했고, 4월엔 1400미터에 출전해 다시 1위, 4군으로 올라섰다.
4군 무대에서도 거침이 없었다. 승군전을 과감하게 거리를 늘려 1800미터 경주에 출전한 내장산은 또다시 1위를 해 3군으로 승군했고, 9월엔 1700미터 경주에서 1위를 해 2군으로 승군했다. 그러나 질병 후유증으로 조교가 부실한 상태에서 출전했던 내장산은 이 경주에서 결승선 통과 직전 안쪽으로 심하게 사행하면서 주행검사 처분을 받았다. 9월 21일 주행검사를 다시 받고 호흡을 가다듬은 내장산은 2군마로 1군 대상경주에 출사표를 던졌고 만만찮은 실력을 보여준 것이다.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