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금융사고 9건 발생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김해금융센터 직원 A 씨가 최근 100억 원가량의 대출금을 횡령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월 19일 기자들과 만나 “필요시 현재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엄정하게 본점까지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최근까지 약 6년간 발생한 은행 횡령액은 1533억 원에 달했다. 이 중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횡령액이 735억 원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 3월 임종룡 회장 취임 후 ‘빈틈없는 내부통제시스템 구축’을 최우선 경영방침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번 횡령 사고로 인해 임 회장의 경영 방침도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강민국 의원에 따르면 임종룡 회장 취임 후인 2023년 3월 24일부터 2024년 6월 20일까지 우리금융그룹 계열사 4곳에서 총 9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피해액은 총 142억 원에 달한다.
강민국 의원은 “임종룡 회장의 내부통제 관리 등 경영능력 부족을 여실히 보여 주는 것”이라며 “관치금융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임종룡 회장이 내부통제 부실 문제로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우리금융그룹의 수장으로 온 것 자체가 문제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임종룡 회장은 사태 수습이라는 숙제를 안게 됐다. 국회에서는 올해 국정감사 증인으로 임 회장 소환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임 회장이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면 정치권에서 집중 포화를 당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난해 임 회장이 국정감사에 소환되지 않은 것을 놓고 관료 출신 때문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올해 이런 횡령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소환하지 않으면 전관예우라는 뒷말이 다시 돌 것이고, 이는 정치권에서도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룡 회장은 이번 횡령이 우리금융그룹 사업 계획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해야 한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금융사에 기관경고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우리은행은 앞서 2022년 발생한 700억 원대 횡령 사고 관련해서도 기관경고 처분을 받았다.
기관경고를 받은 금융사는 징계 시점부터 1년 동안 신규 사업에 진출할 수 없다. 우리은행은 현재 알뜰폰 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5월 은행장 직속으로 ‘신사업추진위원회’를 신설했다. 우리은행의 신사업이 중단되면 이는 실적이나 사업 계획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안 그래도 우리금융그룹은 임종룡 회장 취임 후 실적이 하락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의 순이익은 2022년 3조 3240억 원에서 2023년 2조 6269억 원으로 20.97% 줄었다.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11.38% 감소한 8389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는 “철저한 조사로 대출 실행 과정의 문제점을 파악해 유사 사례의 재발을 방지할 것”이라며 “관련 직원에 대한 엄중 문책과 전 직원 교육으로 내부통제에 대한 경각심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제재나 구체적인 재발 방치책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M&A로 리더십 발휘할까
임종룡 회장은 우리금융그룹 외부에서도 주목 받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이 최근 금융사 인수합병(M&A)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그룹은 현재 보험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임종룡 회장은 취임 후 줄곧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겠다고 밝혀왔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 중 보험사가 없는 곳은 우리금융그룹뿐이다.
우리금융그룹은 롯데손해보험 예비입찰에 참여한 상태다. 롯데손해보험 최대주주인 JKL파트너스는 매각가로 2조~3조 원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롯데손해보험 매각 희망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예상 매각가 2조 7000억~3조 원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더라도 다소 높은 수준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우리금융그룹은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최대주주는 중국 다자보험이다. 다자보험 및 특수관계자는 동양생명 지분 75.37%, ABL생명 지분 100%를 각각 보유 중이다. 우리금융지주는 “비은행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보험업 진출을 고려 중으로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대주주와 비구속적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면서도 “인수에 대해 협의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임종룡 회장의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다. 임 회장이 임기 전까지 유의미한 실적 상승을 이끌기 위해서는 올해 기반을 다져야 한다. 그러나 임 회장이 실적 상승을 위해 무리한 M&A를 추진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롯데손해보험과 동양생명 두 회사 모두 최근 실적이 하락세에 있다. 롯데손해보험의 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 564억 원에서 올해 1분기 409억 원으로 27.56% 줄었다. 같은 기간 동양생명의 순이익은 1496억 원에서 827억 원으로 44.73% 감소했다.
채영서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롯데손해보험의 위험자산 비중은 올해 3월 말 기준 46.9%로 높은 편”이라며 “동양생명도 수익증권, 대출채권 등을 포함한 위험자산비중이 다소 높은 편으로 향후 자산건전성 추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오버페이’는 없을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M&A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우리금융지주 재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임종룡 회장의 리더십에도 손상이 갈 수밖에 없다.
김한울 NICE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비은행 M&A에 필요한 자금조달 과정에서 회사의 사채 발행 및 차입 등을 통한 외부 자금 조달이 증가하는 가운데 우리은행의 배당 부담 또한 확대될 수 있다”며 “M&A 과정에서 이중레버리지비율(자회사 출자액을 금융지주사의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 점진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케이뱅크 주주인데…' 우리은행 KCD뱅크 투자 앞과 뒤
우리은행이 최근 KCD뱅크 컨소시엄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KCD뱅크 컨소시엄은 한국신용데이터가 주도하는 곳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추진 중이다. KCD뱅크는 ‘소상공인 특화금융’을 내걸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현재 케이뱅크 지분 12.58%를 갖고 있다. BC카드에 이은 케이뱅크 2대주주다. KCD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받으면 우리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 두 곳의 주요주주가 되는 셈이다.
우리은행이 KCD뱅크에 투자해 얻는 실익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제는 시중은행에도 IT 인력이 많아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얻는 노하우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케이뱅크도 흑자전환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는데 과거 대비 경쟁이 심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터넷전문은행의 단기간 내 성과를 장담할 수 없다”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는 “소상공인을 지원한다는 취지가 좋아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