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고지도 못 넘은 ‘원더랜드’ ‘하이재킹’…마블 대작 ‘데드풀과 울버린’ 개봉에 영화계 긴장
요즘 극장가에선 ‘인사이드 아웃2’의 기세가 무섭다. 6월 12일 개봉해 2주 만에 400만 관객을 넘겨 500만 관객을 바라보고 있다. 2015년에 개봉해 49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인사이드 아웃1’의 흥행 기록을 가볍게 돌파할 전망이다.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2’는 전편의 흥행기록과 최근 극장가 애니메이션 열풍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흥행이 보장된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영화계에서도 이 정도까지 치고 올라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영화계에선 일주일 먼저 개봉한 ‘원더랜드’와 21일 개봉한 ‘하이재킹’ 등 한국영화 기대작에 많은 관객이 몰릴 것이라고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원더랜드’는 ‘인사이드 아웃2’ 개봉 하루 전인 6월 11일까지 일주일 동안 51만 1660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인사이드 아웃2’ 개봉 이후 관객이 더 줄어 6월 26일까지 누적 관객수는 62만 1867명에 머물고 있다. 김태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탕웨이, 수지, 박보검, 정유미, 최우식 등 스타급 출연진을 자랑하는 기대작이었지만 기대 이하의 흥행 성적을 기록하고 말았다.
6월 21일 개봉한 ‘하이재킹’은 더 기대감이 컸다. ‘원더랜드’는 스타급 출연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인해 수년 동안 개봉이 미뤄진 창고영화였다. 대부분의 창고영화는 결국 흥행에 실패했다. 반면 ‘하이재킹’은 2023년 상반기에 촬영이 이뤄진 따끈따끈한 영화다. 하정우, 여진구, 성동일, 채수빈 등 출연진의 중량감이 돋보이는 데다 ‘1987’의 김경찬 작가가 시나리오를 쓰고 ‘1987’의 조감독 김성한 감독의 입봉작이라 기대감이 컸다.
그렇지만 개봉 5일째인 6월 26일 기준 누적 관객수는 70만 6792명에 불과하다. ‘원더랜드’보다는 조금 앞선 수준이지만 ‘인사이드 아웃2’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 올여름 극장가에 개봉하는 한국 영화 가운데 첫 주자로 화려한 스타트가 기대됐던 영화인 만큼 한국 영화계에 또 다시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게다가 26일 개봉한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에 밀려 일일 박스오피스도 3위로 내려앉았다. 역시 26일 개봉한 이성민 이희준 주연의 ‘핸섬가이즈’는 일일 박스오피스 4위에 그쳤다.
‘인사이드 아웃2’는 개봉 3주 차에 돌입하는 상황에서도 평일 관객수가 10만 명을 넘길 정도로 흥행세가 탄탄하다. 2023년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이 기록한 723만 8453명 돌파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분위기다. 참고로 ‘엘리멘탈’은 ‘서울의 봄’ ‘범죄도시3’에 이어 2023년 흥행 3위에 올랐다.
이어 한국 영화로는 7월 3일 이제훈 구교환 홍사빈 주연의 ‘탈주’, 7월 12일 이선균 주지훈 김희원 주연의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7월 31일 조정석 이주명 한선화 주연의 ‘파일럿’, 8월 7일 전도연 지창욱 임지연 주연의 ‘리볼버’, 8월 14일 혜리 박세완 조아람 이정하 주연의 ‘빅토리’ 등이 개봉한다. 조정석 이선균 유재명 주연의 ‘행복의 나라’도 8월 개봉 예정이다.
‘7말 8초’(7월 마지막 주와 8월 첫 주)를 전후로 매주 블록버스터 한국 영화가 개봉해 과도하게 경쟁하다 동반 흥행 참패를 기록한 2023년과 2022년의 우를 범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드러난 개봉 일정이다. ‘하이재킹’부터 흥행 몰이를 시작하는 게 가장 좋은 그림이었지만 빗나갔고 이제 ‘탈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제는 외화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부분이다. 당장 ‘원더랜드’, ‘하이재킹’, ‘핸섬가이즈’만 해도 ‘인사이드 아웃2’라는 막강 외화에 밀리고 말았다.
여름 극장가에서도 극성수기인 ‘7말 8초’에 개봉하는 한국 영화는 ‘파일럿’, ‘리볼버’ 단 두 편이다. 영화계에선 이런 개봉 스케줄이 확정된 배경에 7월 24일 개봉하는 외화 ‘데드풀과 울버린’이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지금은 인기가 한풀 꺾인 마블 영화지만 코로나19 이전에만 해도 한국 영화계는 마블 블록버스터를 피해 개봉 일정을 잡았다. 최근 흥행세를 두고 보면 마블 영화의 흥행력이 과거 같진 못하지만 여전히 경계의 대상이다. 게다가 어지간해선 한국 영화의 흥행력을 감안해 여름 성수기에 개봉 일정을 잡지 않던 디즈니가 새로운 마블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은 일찌감치 7월 24일 개봉을 확정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페이즈 5의 네 번째 영화인 ‘데드풀과 울버린’은 기존 MCU와 엑스맨 유니버스가 연계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크다. 데드풀 실사영화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으로 데드풀이 MCU에 편입된 이후 첫 영화이기도 하다. 또한 MCU 최초의 R등급 영화다.
2017년 ‘로건’ 이후 더 이상 울버린 역할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한 휴 잭맨이 다시 울버린 역할을 맡았고 데드풀 역할도 여전히 라이언 레이놀즈다. 게다가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는 휴 잭맨과 라이언 레이놀즈가 7월 4~5일 한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과 레드카펫 등 홍보 행사에 참여하는 두 스타는 한국 예능 프로그램 출연 가능성도 높다. 2018년 ‘데드풀2’ 홍보를 위해 내한했을 당시에는 라이언 레이놀즈가 MBC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에 출연했다.
그만큼 마블 입장에선 흥행 성공이 절실하다. MCU 페이즈 4부터 흥행세가 크게 떨어져 페이즈 5에서도 좀처럼 회복이 안 되고 있다.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155만 명),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420만 명), ‘더 마블스’(69만 명)를 극복하고 네 번째 작품인 ‘데드풀과 울버린’으로 반등해야만 한다.
이처럼 절박한 심정으로 여름 성수기 극장가에서 다시 만나는 한국 영화와 마블 영화 가운데 과연 승자는 누가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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