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도전한 ‘정통 B급 코미디’ 호평 일색…카리스마 벗고 선보인 ‘구애의 댄스 신’도 화제
“저도 믿기지가 않아요. 그래도 이제까지 제가 참여했던 영화나 드라마를 기자 분들이 봐주시고 나름대로 좋게 평가해주셔도 30% 정도는 불호가 있는 편이었는데, 이번엔 정말 합심한 듯이 좋게 써주시니까요. 되게 의아한 거예요. ‘왜들 이러시지’ 하면서(웃음). 믿기지도 않고, 너무 감사하면서도 마음이 들떠요. 지금은 남은 기간 동안 더 열심히 홍보해야겠다는 생각만 드네요(웃음).”
6월 26일 ‘핸섬가이즈’ 개봉을 앞두고 미리 기자와 만난 주연 배우 이희준(45)은 시사회의 호평에 쑥스러워하면서도 행복감을 감추지 못했다. 캐나다의 공포 코미디 영화 ‘터커 앤드 데일 vs 이블’(2010)의 리메이크작으로 먼저 대중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사실 ‘핸섬가이즈’는 개봉까지 꽤나 우여곡절이 많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부터 쌓여온 작품들의 개봉 러시에 밀리면서 당초 계획했던 2023년 개봉 일정도 연기돼야 했던 탓이다. 크랭크인부터 개봉 직전까지 가슴 졸이지 않은 나날이 없었던 만큼 평단과 실관람객의 호평이 더욱 절절하게 와닿고 있었다.
“‘핸섬가이즈’가 남동협 감독님의 입봉작이거든요. 사실 이렇게 개봉이 밀린다는 게 자칫 잘못하면 큰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는데 그 시간 동안 감독님이 정말 긍정적으로 밝게 잘 기다려주신 게 너무 감사해요. 저도 워낙 허술한 사람이라 인터뷰할 때마다 말실수하면 어떡하나 늘 걱정하는데 오늘 아침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렇게 좋게 평가해주시는 작품을 가지고 인터뷰하는 건 어쩌면 다시 없을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 그 생각을 하다 보니 감사한 마음이 들고 얼굴이 막 밝아지는 거예요(웃음).”
이희준의 인터뷰에 대한 마음가짐(?)마저 바꿔버린 영화 ‘핸섬가이즈’는 자칭 터프가이 재필(이성민 분)과 섹시가이 상구(이희준 분)가 꿈에 그리던 유럽풍 드림하우스에서 새 출발 하려다 젊은이들의 잇따른 연속 사망 사건에 휘말리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마음은 누구보다 여리고 다정하지만 험상궂은 외모 때문에 연쇄살인범이란 ‘환장할’ 오해를 받게 되는 이들 콤비는 누명을 벗기 위해 애쓰다가 의도치 않게 더 큰 사건을 일으키게 된다. 극 중 이희준이 맡은 상구는 큰 덩치와 살벌한 인상으로 주변을 압도하지만 속내는 순두부처럼 무르고 부드러운 상반된 매력으로 특히 여성 관객들의 각별한 애정을 받았다.
“관객 분들이 상구를 정말 사랑스럽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상구를 연기할 때는 제가 어린 시절 대구에 살면서 봤던 고향 친구들을 떠올렸어요. 상구처럼 그렇게 말도 좀 느리게 하고, 귀엽지만 바보 같은 친구들이 있었거든요. 사랑스럽게 봐주신다는 건 정말 너무 감사한데요, 사실 상구 같은 이런 사람이랑 실제로 같이 지내보면 좀 짜증나요(웃음). 저도 제 이런 친구들을 보고 있으면 답답할 때가 가끔 있었거든요. 그래도 상구는 마음이 참 예쁘죠, 말하다 보니 제가 상구의 학부모인 것처럼 들리네요(웃음).”
‘핸섬가이즈’ 속 이처럼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중무장한 상구의 킬링 파트를 꼽는다면 역시 ‘구애의 춤’ 신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사망 사건에 휘말린 대학생 중 유일한 생존자인 미나(공승연 분)를 구해 밥을 차려주고, 함께 설거지를 하며 춤을 추는 그 장면은 블라인드 시사회 때부터 여성 관객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뒷이야기가 있었다. 반면 남성 관객들은 제일 질색하던 신이었다고.
“감독님이 제게 음악 파일만 주시고는 ‘상구가 미나한테 춤을 춰주는 신이다’라고만 말씀하시는 거예요. 안무도 따로 없고 그냥 제가 혼자 잘 추는 춤 아무거나 추래요(웃음). 너무 불안해서 촬영 전날 새벽에 제가 아는 안무가한테 전화해서 ‘야! 이런 신인데 어떻게 연기하지’ 물어봤더니 ‘형, 어떤 춤이든 상대한테 사랑 표현을 하면 돼’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그 말대로 춤을 췄는데 시사회 때 보니까 진짜 너무 부끄러운 거예요. 무슨 호주에 사는 큰 새가 구애의 춤을 추는 것 같이 추고 있더라고요(웃음).”
그와 함께 섹시와 터프를 오가는 완벽한 코믹 콤비 케미스트리를 보여준 재필 역의 이성민 배우와의 호흡도 여러모로 화제였다. 이 직전 두 배우는 각각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으로 먼저 대중들을 만났던 만큼, 여기서 선보인 강력한 카리스마가 대중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돼 있었다. 그런 무거운 존재감으로 기억되는 이들이 보여줄 ‘정통 B급 코미디’가 쉽게 상상되지 않는다는 것이 ‘핸섬가이즈’가 개봉 전 넘어야 할 또 하나의 산이기도 했다.
“이성민 선배와 저는 연극 무대에선 이미 코미디 작품을 함께 많이 했었지만, 영화나 드라마로 그런 제안을 받은 적은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도 이렇게 출연시켜주신 게 너무 감사하죠(웃음). 제가 이제까지 상구 같은 캐릭터를 한 번도 보여드린 적이 없는데도 감독님이 저를 100% 믿고 맡겨주신 거잖아요. 처음 제게 ‘핸섬가이즈’ 제안을 주셨을 때 제가 속으로 그랬어요, ‘나를 뭘 어떻게 믿고?’(웃음). 저 개인적으로는 연기에 자신이 있지만 감독님은 제가 하는 걸 본 적이 없으시니까요. 그걸 그냥 믿고 맡겨주셨으니 감사할 따름이죠.”
그 말대로 최근 어두운 작품 속 날 선 캐릭터로 더 쉽게 기억돼 왔다는 것을 잘 알기에 쉼표이자 전환점처럼 다가온 ‘핸섬가이즈’는 더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마냥 다정하고 순수한 상구를 연기하며 이희준이 더없는 ‘힐링’을 만끽하는 동안 그의 아내이자 배우 겸 모델 이혜정 역시 ‘상구로서의 이희준’을 응원해줬다고 했다.
“(이)혜정 씨는 악역을 연기할 때보다 제가 훨씬 데미지를 적게 받는 걸 아니까 저보다 더 좋아해줬던 것 같아요(웃음). ‘살인자ㅇ난감’ 같은 걸 하다 보면 계속 그 배역의 눈으로 세상을 봐야 하니까 아무래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거든요. 괜히 사람들한테 시비 걸고 싶고 화가 나고(웃음)…. 그런데 상구는 ‘사람들이 안 싸웠으면, 행복했으면, 나 때문에 불편해 하지 않았으면’이란 생각으로 사는 캐릭터잖아요? 그러다 보니 찍는 내내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촬영 끝나고 집에 와서도 짜증을 덜 내게 되고(웃음). 그러니까 혜정 씨가 ‘앞으로도 이런 것만 해’ 그러더라고요(웃음).”
이런 B급 코미디 속 여성들의 애정을 한몸에 받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마저 소화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해 내면서 이희준의 다음 작품에 모이는 기대도 더욱 커지고 있다. 앞서 그가 KBS2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나 ‘직장의 신’에서 선보였던 본격적인 로맨스를 더 늦기 전에 다시 한 번 볼 수 있게 될까. 그래도 아직은 전작의 영향 탓인지 ‘강한 작품의 강한 캐릭터’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는 이희준은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다 해 보고 싶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제 작품 선정 기준은 딱 하나예요. ‘가슴이 뛰면, 재미있으면 그냥 한다’(웃음). 연기할 때 제일 행복한 걸 보면 저는 아마도 워커홀릭이 아닌가 싶어요. 연기를 안 하는 순간이 오히려 더 허전하고 그렇더라고요. 좋은 사람을 상대역으로 만나서 제가 준비한 걸 함께 맞춰 보고, 감독님의 그림 안에서 멋진 게 만들어질 때의 그 재미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어요. 그보다 재미있는 게 없어서 연기를 안 하고 쉬는 시간이 더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웃음). 그렇게 주어진 작품에서 감사하며 연기하다 보면 다음에 제안 오는 작품들도 더 잘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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