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조선소 인수 ‘오션’ 추가 인수합병 타진…적자 전환 ‘솔루션’ 여천NCC·한화저축 매각 거론
#한화솔루션, 태양광 부진에 시름
지난 6월 21일 한화그룹은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조선소 지분 100%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한화시스템(지분 60%)과 한화오션(40%)이 인수에 참여한다. 총 인수금액은 1억 달러(약 1380억 원)다. 필리조선소는 노르웨이 석유·가스·재생에너지 전문기업 아커의 미국 소재 자회사다. 1997년 설립된 이후 미국에서 건조한 대형 상선의 약 50%를 책임지고 있다. 해상 풍력 설치선, 관공선 등 다양한 선박을 건조한 이력이 있는 회사다.
한화오션은 미국 상선 및 방산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미국 현지에서 직접 선박을 제조하고 북미 시장에서 원가 경쟁력을 높여 현지 상선 수주를 확대할 수 있다. 한화오션은 미국 해군 함정 유지·보수·운영(MRO)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미 해군은 군사력은 우수하지만 해군 함정 MRO 인프라가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화오션은 MRO 사업이 안착하면 북미 시장에서 군함까지 수주하는 게 목표다.
한화오션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호주 조선 업체 오스탈 인수도 타진하고 있다. 미국에 조선소를 둔 오스탈은 미 해군에 군함을 납품하는 회사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11월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1조 4970억 원을 수혈 받았다. 한화오션은 올해 1분기 529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했다. 조선업이 수주 호황을 보이면서 올해 연간 흑자 전망도 나온다.
반면 한화솔루션의 최근 실적은 부진하다. 올해 1분기 한화솔루션은 영업손실 2166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한화솔루션 매출 대부분을 책임지는 신재생에너지 사업 부문(한화솔루션 큐셀 부문)과 기초소재(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에서 각각 1871억 원, 189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중국은 동남아 지역에 공장을 두고 관세를 우회해 미국에 태양광 모듈을 수출해왔다. 올해 6월 미국은 이들 제품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했다. 관세 부과 전 중국산 저가 제품을 확보하려는 업체들이 늘면서 태양광 모듈 가격이 폭락했다. 수익성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모듈 재고는 1년 설치량을 초과하는 규모로 재고 수준이 매우 과도하다”며 “석유화학산업은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하방 경직성이 높아지면서 석유화학산업의 수익성 회복에 부담이 되고 있다”라고 했다.
한화솔루션 재무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한화솔루션 부채비율은 2022년 말 140%에서 올해 1분기 212%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도 4조 9915억 원에서 8조 7565억 원으로 늘었다. 미국 태양광 잉곳·웨이퍼·셀·모듈 부문 등 태양광 발전 밸류체인 생산 라인을 건설 중인 영향이다. 생산 라인 건설에 올해와 내년 연평균 2조 6000억 원 정도의 자본적지출(CAPEX)이 예정돼 있다.
지난해 한화솔루션은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를 주도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의 합작법인인 한화퓨처프루프에 5억 달러(약 6500억 원)를 출자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태양광 발전 분야와 연계에서 한화솔루션이 M&A를 해왔다면 현재는 일단락된 상태다. 당분간 한화솔루션에서 직접 M&A를 진행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비핵심 사업부 개편 여부 주목
이런 가운데 한화솔루션이 비핵심 사업부 개편에 나설지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의 금융업계 관계자는 “주력인 태양광 사업을 제외한 다른 사업부 법인 지분 매각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시장에서 꾸준히 정리 대상으로 꼽히는 회사 중 하나는 여천NCC다.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1999년에 공동으로 설립했다. 한화솔루션은 여천NCC에서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을 받아 각종 석유화학 제품을 만든다.
여천NCC는 지난해 매출 5조 4348억 원, 영업손실 2388억 원을 기록했다. 2022년(매출 6조 8569억 원, 영업손실 3867억 원)과 비교해 영업손실폭이 줄긴 했지만 매출은 21%가 감소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여천NCC 신용등급 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한화솔루션은 여천NCC에 대해 2022년 1512억 원, 지난해 1238억 원의 지분법 손실을 인식했다. 여천NCC가 2006년 1월 한화솔루션과 맺은 장기공급계약은 올해 말 만료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솔루션은 여천NCC로부터 원재료 조달이 계속 필요해 다시 공급 계약을 맺는 형태로 갈 것으로 보인다”며 “공급 계약과는 별개로 여천NCC는 기초 유분 생산만 하고 있기 때문에 반등이 쉽지 않다. 때문에 분할이나 매각을 검토하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 같다”라고 했다. 금융업계 다른 관계자는 “애초에 여천NCC는 원재료 조달 목적으로 세워진 기업이다. 주주사들이 여천NCC를 분리 흡수해서 수직 계열화를 효율적으로 할 필요성도 있다”라고 했다.
한화저축은행도 매물로 나왔다. 한화저축은행은 한화솔루션 자회사인 한화글로벌에셋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저축은행의 순이익은 2022년 215억 원에서 지난해 26억 원으로 줄었다. 한화저축은행의 위치도 애매하다. 한화 금융 계열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한화저축은행이 한화생명 산하에 있지 않다. 한화그룹 오너 3세 중 김동관 부회장이 방산·조선·태양광,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금융,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부사장이 유통과 레저를 맡는 구조로 승계구도가 구축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저축은행 M&A 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과 지방 저축은행의 합병을 허용하는 방식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저축은행은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정부 규제 완화에도 M&A가 활성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라고 했다.
이와 관련,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비핵심 자산 매각은 검토 중인 사항으로만 봐주면 좋을 것 같다”라며 “여천NCC 매각이나 분리는 과거와 비교해 구체화되거나 특별히 달라진 상황은 없다. 한화저축은행 매각 역시 크게 진척은 없는 것으로 안다”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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