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발생한 역주행 교통사고 현장. 사진=연합뉴스](https://storage1.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702/1719920174306128.jpg)
정용우 서울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은 2일 기자단 브리핑에서 “사망 사고를 발생시킨 운전자 A 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정 과장은 “향후 면밀한 사실관계 확인 등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하겠다”면서 “사건을 진행하면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다각도로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가해자(A 씨)가 갈비뼈 골절이 있어서 말을 하기 힘들어하는 상황”이라며 “의사 소견을 듣고 경찰서로 부르든지 병원을 방문 조사하든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량에 동승했던 A 씨 아내가 사고 직후 주변에 ‘급발진’ 때문에 사고가 났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서는 “급발진의 근거는 현재까지는 피의자 측 진술 뿐이며 급발진이라고 해도 적용 혐의가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 확인을 위해 차량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감식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과수의 차량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에는 통상적으로 1∼2개월이 소요된다.
경찰은 사건관계인과 목격자 진술, 폐쇄회로(CC)TV,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토대로 사고 당시 상황과 가해 차량의 동선을 재구성하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사고 당일 A 씨 부부는 서울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A 씨 처남(아내 친오빠)의 칠순 잔치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 부부가 탄 제네시스 차량은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빠져나와 한화빌딩 뒤편의 일방통행 도로인 세종대로18길을 역주행하다가 가드레일과 인도의 행인을 들이받은 뒤 BMW, 소나타 차량 등을 이어 추돌한 뒤 시청역 12번 출구 인근 교통섬에 이르러 차량이 멈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당초 사고 직후 A 씨 차량이 BMW와 소나타 차량을 먼저 추돌한 뒤 행인을 들이받은 것으로 알려졌던 것과 차이가 있다.
경찰 관계자는 “CCTV로 확인한 사실과 A 씨, 목격자의 진술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아직 A 씨가 병원에 입원해 있어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국과수 감정을 토대로 A 씨가 사고 전후 브레이크를 밟았는지 여부, 차량 속도 등도 함께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사고 현장에서 A 씨가 도주를 시도하지는 않았으며, 음주 측정과 마약 간이검사를 한 결과 음주나 마약 흔적도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추가 조사를 위해 채혈을 했다고 전했다.
![정용우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이 2일 오전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지난 1일 저녁 발생한 시청역 인근 교통사고 관련 브리핑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storage1.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702/1719920382087374.jpg)
K여객에 입사하기 전에는 1985년부터 1992년까지 서울에서 버스기사로, 1993년부터 2022년까지 트레일러 기사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K여객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A 씨가 입사 후 사고 이력은 없었고, 주변 기사들은 A 씨가 원래 술도 안 마시는 베테랑 기사였다고 한다”며 “서울에서도 버스 기사를 해서 서울 지리도 잘 알 것”이라고 전했다.
A 씨는 지난 1일 오후 9시 27분쯤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제네시스 차량을 몰고 빠져나온 뒤 일방통행 4차선 도로를 역주행하다 왼편 인도로 돌진했다.
이 사고로 보행자 9명이 숨졌다. 6명이 현장에서 사망했으며 3명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가 사망 판정을 받았다.
부상자는 A 씨와 아내, 보행자 2명, A 씨 차량이 들이받은 차량 2대의 운전자 등 총 6명이다.
이강훈 기자 ygh@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