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7일 부산교육청 중등 교장공모제를 담당하던 장학사 A 씨가 고향인 경남 밀양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경찰은 타살 혐의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교직경력 24년 차인 장학사 A 씨는 부산 한 중학교의 내부 교장 공모제 업무를 담당하면서 지속적인 민원에 시달리며 힘들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건이 알려지자 부산교원단체총연합회(부산교총)는 7월 1일 오후부터 릴레이 1인 시위를 펼치고 있으며, 3일에는 시교육청 앞에서 대한민국교원조합 부산지부와 공동집회를 개최했다.
앞서 부산교총과 교원조합 부산지부는 7월 2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선 “공교육을 함께 짊어지고 있던 교육 동료를 죽음으로 내몬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13만 회원은 물론 전국의 선생님과 함께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교육공동체의 회복을 위하는 길에 서로의 가슴을 울리고 손을 맞잡고 있는 이 시점에 터진 일이라 더욱 가슴이 무너진다”고 밝혔다.
교육단체들은 이어 3일 오후 5시 30분 부산시교육청 정문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선 “장학사가 스스로 유명을 달리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기에 사건 전말이 규명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부산교총과 대한민국교원조합 부산지부를 비롯해 부산자녀사랑학부모회, 부산 공교육 살리기 학부모연합, 건강과 가정을 위한 학부모연합, 보건학문&인권연구소, 바른 교육 희망 학부모연합, 부산학부모연합회, 부산사립유치원연합회 등이 참석했다.
이들 단체는 “‘교육공동체 회복 대토론회’가 한참 진행 중인 6월 27일 참담한 비보를 듣게 됐다”며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육공동체 회복에 힘을 모으자는 이야기를 함께 나누던 이때에 벌어진 일이라 더욱 황망하고 비통하기만 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장학사도 학교 현장의 교사도 교육공동체의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이때에 자신들의 요구만을 위해 절차도 시스템도 무시한 행태는 어떤 구실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교육 동료이자, 전도유망한 장학사가 스스로 유명을 달리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기에 이 사건의 전말이 규명돼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들 단체는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직무를 수행하는 교육 가족들이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하는 일이 계속되도록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며 “동료의 황망한 죽음 앞에 우리 교육공동체 모두는 그 어떤 방해가 있더라도 반드시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장학사 A 씨와 중학교 학부모 운영위원장이 부산시교육청 내선전화로 나눈 12분 58초짜리 통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7월 3일 공개되며 또 다른 논란으로 비화하고 있다. 해당 녹취록은 장학사 A 씨가 숨지기 9일 전인 6월 18일에 가진 통화 내용이다.
녹취록에는 학부모 위원장이 “학부모 의견수렴이 몇 프로 이상 돼야지 교장 공모에 지정 가능하냐”, “미리 알려줬으면 더 홍보를 했을 꺼 아니냐. 1등을 했는데 100점이 아니라고 1등을 인정 못하겠다는 거냐”, “시험 범위를 가르쳐줘야 학생이 공부를 하지 않느냐”라는 등의 심사 관련 내용을 공개할 수 없는 입장인 A 씨를 몰아붙이며 무리한 요구를 반복적으로 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용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