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빠꾸 탁재훈’·‘피식대학’ 채널 연이어 논란…TV 출연 연예인 유튜버는 책임감도 뒤따라
방송인 겸 가수 탁재훈은 유튜브 채널 ‘노빠꾸 탁재훈’를 운영하고 있다. 구독자가 170만 명이 넘는다. 연예인 동료들이 ‘사석에서 가장 재미있는 연예인’으로 꼽는 그는 방송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유튜브 세상에서 물 만난 고기마냥 입담을 뽐낸다. 정해진 각본이 아니라 주고받는 대화 속 ‘말장난’으로 웃음을 이끌어내는 그에게 취조실로 꾸며진 ‘노빠꾸 탁재훈’ 스튜디오는 잘 차려진 밥상이나 다름없다.
1차 논란은 6월 19일 올린 영상으로 불거졌다. 일본 유명 AV 배우인 오구라 유나를 초대했다. 오구라 유나는 MC로 참여한 걸그룹 시그니처 멤버 지원에게 “인기 많을 것 같다. 몸매가 좋으니까. 꼭 데뷔해 달라”면서 “진짜 톱 배우가 될 수 있다. 내가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AV 배우의 정확한 정의를 모르는 지원이 어리둥절한 사이 MC 신규진은 “(지원 씨를) 지켜야 해요”라며 만류했다. 탁재훈이 직접 지원에게 출연을 권한 것은 아니었으나 오구라 유나의 발언에 동조하는 듯한 뉘앙스를 보였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제작진은 탁재훈을 감쌌다. 제작진은 “녹화 현장에서 지원 씨에게 질문한 내용이 잘못되었음을 인지하고 탁재훈 씨는 만류하였으나 현장의 재미만을 위해 편집 과정에서 탁재훈 씨의 의도가 드러나지 않게 편집이 된 점에 대해서도 탁재훈 씨에게도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전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탁재훈도 억울할 수 있겠다’는 분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이 직후 공개된 걸그룹 카라 멤버 니콜 편을 통해 탁재훈은 2차 논란에 휩싸였다. 이 영상의 제목은 ‘니콜라스케이지 니콜라요키치 니콜키드먼한테 인지도 밀린 그냥 니콜’이다. 해당 콘텐츠의 방향성을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뉘앙스다. 이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탁재훈은 니콜이 속한 카라에 대해 “다 노땅들 아닌가. 지금 새로운 아이돌들이 얼마나 올라와 있는지 모르냐”면서 카라 멤버들을 ‘아줌마’라고 불렀다. 또 “카라가 오랜 세월이 지나지 않았나. 신곡이 별 반응 없었지 않냐”고 물었다.
중요한 건 니콜의 반응이다. 그가 하나의 콘셉트이자 농담으로 여겨 웃으며 받아넘겼다면 대중의 공분이 일지 않을 수 있다. 니콜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즉, 탁재훈의 발언은 웃음을 위한 농담이 아니라 비하가 된 셈이다.
탁재훈에 앞서 대중의 질타를 받은 유튜브 채널은 ‘피식대학’이다. 개그맨 정재형, 김민수, 이용주 등이 진행하는 이 채널은 318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승승장구 중이었다. 하지만 7월 4일 현재 이 채널의 구독자는 293만 명으로 줄었다. 약 한 달 만에 25만여 명이 이탈한 저변에는 ‘지역 비하 발언’이 있다.
지난 5월 경상도 영양을 방문한 그들은 ‘경상도에서 가장 작은 도시 영양에 왔쓰유예’라는 제목의 영상을 업로드했다. 영양에 처음 온 이들은 지인의 추천을 받아 빵집과 식당 등을 방문했다. 빵집에 들른 뒤 그들은 “할머니가 해준 맛”, “젊은 사람들이 햄버거 먹고 싶을 때 대신 먹는 것”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식당 방문 후에는 “(전쟁이 터졌을 시절) 부대찌개 같은 음식이다. (패스트푸드를) 못 먹으니까 막 먹는 거 아니냐”라며 폄훼했다.
영양의 특산품인 블루베리 젤리를 맛 본 뒤 내뱉은 발언은 더 가관이다. “할매 맛이다. 내가 할머니 살을 뜯는 것 같다”라고 비윤리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내가 공무원이면, 여기 발령받으면…. 여기까지만 하겠다”라며 이 지역을 지속적으로 비하했다.
논란이 불거진 뒤 수습하는 과정도 문제였다. 그들은 꽤 긴 시간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 영상 공개 일주일이 지나서야 “신속한 사과가 중요함을 잘 알고 있었으나 이번 일과 관련된 당사자분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직접 드리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며 “해당 지역 주민과 소상공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경솔한 표현을 사용했다. ‘중국 같다’, ‘특색이 없다’, ‘똥물’, ‘할머니 맛’ 등 지적해 주신 모든 부분들에 대해 변명의 여지없이 책임을 통감하며 사과드린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유튜브라는 공간의 특징은 자유로움이다. 방송법의 관리를 받는 기존 TV 플랫폼은 표현이나 발언 수위 등에 적잖은 제약이 따른다. 가끔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단속한다. 반면 유튜브에서는 신조어 사용 및 감정 표현이 비교적 자유롭다. 하지만 탁재훈이나 ‘피식대학’ 출연진의 발언은 자유를 넘어 방종에 가깝다는 것이 대중적 인식이다. ‘선’을 한참 넘었다는 뜻이다.
이는 그들의 직업적 특성과도 연결된다. 훨씬 더 과격하고 인격 모독,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발언과 표현을 서슴지 않는 유튜브 채널도 많다. 하지만 탁재훈과 ‘피식대학’ 출연진은 연예인 범주에 포함돼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한다. 그들에게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는 의미다. 편집 과정에서 이를 덜어내지 못한 제작진 역시 잘못했지만, 이 프로그램의 간판인 유명인에게 화살이 돌아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이치다. 인기를 기반으로 그들이 큰돈을 버는 만큼 그 인기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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