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창사 이래 10분기 연속 적자…“합병은 옵션 중 하나지만 확정된 건 없어”
SK이노베이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까닭은 SK온의 연이은 영업손실 때문이다. SK온은 창사 이래 최근 10분기 연속 적자를 보였다. 지난해 5818억 원 수준이던 영업손실은 올 1분기에만 3315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49.1% 감소한 1조 6836억 원, 지금까지 누적 적자는 2조 5876억 원에 달한다.
영업현금흐름 적자가 지속된 상황에서 업계 특성상 대규모 투자를 계속해야 하다 보니 차입금도 매년 불어났다. SK온 출범 당시 2조 9000억 원 수준이던 순차입금은 2022년 말 7조 3000억 원, 2023년 말 12조 9000억 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SK온의 이러한 재무상태는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SK온에 차입보증을 서 온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이 올해 3월 하락했다. 또 SK이노베이션의 부채는 SK온의 출범 이전인 2020년 23조 396억 원에서 지난해 말 50조 7592억 원으로 3년 사이 2배 이상 불어났다. SK그룹 차원에서는 SK온과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동반 부진을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SK온은 내부적으로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배터리 사업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SK온을 SK엔무브에 합병한 뒤 상장하는 방안을 포함해 SK아이이테크놀로지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 등 다양하게 논의된 바 있다. 최근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부각되는 것은 현금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SK E&S와 SK이노베이션의 합병이다. SK E&S는 도시가스 공급 자회사와 LNG 발전 자회사 등에서 안정적인 현금이 들어오면서 SK그룹 지주사 SK(주)에 꾸준히 배당금을 지급해왔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사업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있어 합병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크게 낼 수 있을 것”이라며 “합병은 여러 옵션 중 하나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SK온 때문에 재정적으로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한다. SK이노베이션 다른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SK온을 100% 소유하고 있는 것도 아니며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관리도 꾸준히 하고 있기에 부담을 느끼거나 흔들릴 정도는 아니다”라고 우려를 일축했다.
SK온은 최근 운영 효율화를 통한 비용 절감을 위해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실적 부진의 책임이 있는 성민석 SK온 부사장이 최고사업책임자(CCO)직에서 보직 해임된 것을 비롯해 CAO(최고관리책임자)와 CCO(최고사업책임자) 직책을 폐지했다. 임원 연봉 동결과 업무추진비·복리후생 삭감도 단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온의 앞으로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다수의 이차전지 전문가는 “(SK온의) 적자 흐름이 앞으로 3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SK온은 지속적인 적자 이유를 '공격적인 투자'라고 설명하지만 전기차 업황 부진, 트럼프 리스크 등 여건이 좋지 않아 흑자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로 고객사들이 재고 조정에 나서는 등 대내외 환경이 좋지 않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캐즘(성장 직전 일시적 하락)이 향후 3~4년은 갈 것”이라며 “아직까지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고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 대비 2배 이상 높은 것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SK온의 적자는 결국 꾸준한 자금력이 뒷받침돼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한 배터리 사업 전문가는 “모든 산업은 치킨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며 “반도체든 이차전지든 이 시대 산업 양상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얼마나 풍부한 자금력을 지속적으로 투자해 끝까지 건강하게 살아남아 버티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온은 올해 3~4분기를 합쳐 흑자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온 측은 “올해에도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나 미국 판매 증가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증가 및 고객사 신차 라인업 확대 등 시장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내부적으로는 관리 수준을 강화해 원가 절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유안타증권 분석에 따르면 올해 SK온의 보유 현금은 3조 6000억 원이나 설비 투자는 7조 5000억 원으로 최소 4조 원 이상 외부 자금이 필요한 실정이다. SK온은 “해당 설비 투자와 관련해 미국 에너지부의 최대 92억달러 한도 첨단기술차량제조(ATVM) 자금 지원, AMPC 등 자금 조달 방안에 대해 모든 계획이 수립돼 있다”고 설명했다.
양보연 기자 by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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