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갤러리아 전 지점 매출 하락…플랫폼 등 판매처 다변화로 ‘명품 판매 특화 전략’ 안 통한다는 시각
파이브가이즈 흥행에도 김동선 본부장에 대한 유통업계 시선은 차갑다. 한화갤러리아의 주력 사업인 갤러리아백화점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선 본부장이 주력 사업에 신경 쓰지 않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해외에서 들여온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경영 능력을 검증하기는 무리라는 목소리도 높다.
김동선 본부장은 지난해 파이브가이즈를 국내 선보인 뒤 점포를 늘리고 있다. 또 그룹 계열사와 푸드테크 사업 연계를 추진 중이다. 푸드테크는 김동선 본부장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분야로 알려져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략부문장·한화로보틱스 전략기획담당 부사장이기도 한 김동선 본부장은 호텔과 식음료 사업장에 로봇을 이용한 조리 시스템을 적용하는 등의 전략을 꾀하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 2월 외식사업 부문 자회사인 ‘더테이스터블’의 사명을 ‘한화푸드테크’로 바꾸고 푸드테크 사업 강화에 나섰다. 김동선 본부장은 지난 5월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한화푸드테크 연구개발(R&D)센터 개소식에서 “식음료 서비스 산업 성패는 푸드테크 활용에 달려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동선 본부장이 신사업에 몰두하는 사이 한화갤러리아 주력 사업인 백화점 사업은 퇴보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국내에 총 5개 백화점을 운영 중이다. 갤러리아 명품관(압구정로데오)을 포함해 갤러리아백화점 광교점·타임월드점(대전)·센터시티점(천안)·진주점이다. 가장 유명한 점포는 다양한 명품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갤러리아 명품관이다.
한화갤러리아 백화점의 점유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의 백화점 시장 점유율은 △2021년 8.1% △2022년 7.8% △2023년 6.8%로 감소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의 대표 점포로 꼽히는 갤러리아 명품관은 지난해 점포별 거래액이 1조 1406억 원으로 전년(1조 2260억 원) 대비 7% 감소했다. 갤러리아 명품관의 전체 백화점 점포 순위는 2022년 8위에서 지난해 11위로 밀렸다.
주력인 백화점 사업이 주춤하면서 한화갤러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4345억 원으로 전년(5327억 원) 대비 18.4%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8억 원으로 전년(373억 원) 대비 73.7% 감소했다. 지난해 3월 한화갤러리아가 한화솔루션에서 인적분할해 올해 1~2월 실적이 반영되지 않았지만 이를 고려해도 큰 하락폭이다.
이는 다른 백화점과 상반된 분위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의 지난해 매출은 2조 5570억 원으로 전년(2조 4869억 원) 대비 2.8% 증가했고,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은 3조 3033억 원으로 전년(3조 2319억원) 대비 2.2% 성장했다. 현대백화점의 지난해 매출은2조2914억 원으로 전년(2조 4044억 원) 대비 4.7% 감소했다.
주가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 주가는 지난해 4월 초 2000원대에서 올해 1000~1700원대를 오르내렸다. 4일 종가 기준, 한화갤러리아 주가는 1197원이다. 신사업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지만 주력 사업이 퇴보해 김동선 본부장의 전략 부재라는 지적이 거세다. 그가 한화갤러리아를 비롯해 한화로보틱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모두 부사장 직함을 달고 전략기획을 담당하고 있어 각 부문에서 자신의 위치에 따른 의무를 모두 이행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세 회사의 부사장직을 한꺼번에 맡아 모두 잘해내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세 군데 회사에서 모두 전략본부장을 맡고 있다면 그건 이해상충이 되거나 충실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화점업계에선 한화갤러리아의 명품 특화 전략이 앞으로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매년 연말 국내의 한 패션지에서 ‘올해 전국 백화점 매출 순위’를 정하는데 지난해 처음으로 갤러리아 명품관을 포함해 명품 판매에 집중된 백화점들의 순위가 뒤로 밀렸다”며 “업황은 갤러리아처럼 명품 판매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명품 판매처가 다변화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는 의견이 있다. 과거에는 명품을 백화점에서 구매했지만, 명품 플랫폼의 등장과 이커머스의 명품 판매 진출로 소비자들의 시선이 분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높은 명품 구매율이 명품 판매처 다변화를 이끌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가 발표한 2022년 통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명품 구매액은 325달러(약 42만 원)로 세계 1위였다. 이 중 백화점 명품 매출액의 절반 정도는 한국의 MZ세대가 차지했다고 모건 스탠리는 전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연령대가 높은 소비자들은 구매패턴을 잘 안 바꾸지만 MZ세대는 자신의 상황에 맞춰 구매패턴을 바꾼다”며 “MZ세대가 명품업계 큰손으로 떠오르면서 명품 판매처에도 변화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품 플랫폼도 이 같은 상황을 공감하는 분위기다. 명품 플랫폼 관계자는 “명품 플랫폼은 백화점과 달리 재고가 충분하고 제품 가격이 기존 백화점 판매가보다 저렴해 경제성과 효율성을 따지는 MZ세대에는 최적의 명품 쇼핑장으로 자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화갤러리아는 명품 판매처 다변화에 따른 대안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보인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외국인 VIP 확대와 젊은층 중심의 고객층 다변화를 2024년 주요 키워드로 꼽고 향후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MZ세대를 겨냥할 콘텐츠를 기획해 수익을 내겠다는 것이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4월 895억 원을 투자해 서울 강남구 신사동 부지를 매입했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2026년까지 MZ세대를 겨냥한 콘텐츠 특화 공간을 구성할 것이지만 (이 공간에서) 어떤 콘텐츠를 선보일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고 언급했다.
갤러리아백화점 자체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부 공간을 조성하는 것보다 현재 백화점 경영 전략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부 교수는 “(갤러리아백화점은) 타 백화점 사례를 보며 명품 위주의 매장에서 모든 연령대가 방문하기 쉬운 다양한 브랜드의 복합 쇼핑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며 “이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자연스레 김동선 본부장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한화갤러리아 본부장 위치에 있는 만큼 주력 사업인 백화점 사업에서 경영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선 김동선 본부장의 외식 사업만으로 경영능력 검증할 수 없다고 질타한다. 파이브가이즈가 김동선 본부장이 고민해 내놓은 신사업 아이템이 아닌 기존에 존재하는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오기만 했다는 이유에서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 외에 한화로보틱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 그룹 내에서 여러 직함을 갖고 있다”며 “맡고 있는 직책과 역할에 따라 현재는 미래 먹거리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김영훈 한화갤러리아 대표가 있기에 갤러리아백화점 김영훈 대표 통해 백화점 경영을 해나가기도 한다”고 했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김동선 본부장의 위치는 큰 책임이 있는 자리다. (경영 과정에서) 누가 실질적인 의사결정자인지 외부 이해관계자들은 알 것”이라며 백화점 사업에 대해 김동선 본부장이 경영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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