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부진 속 ‘오카도’ 투자 전망 엇갈려…롯데쇼핑 “본업 강점 강화해 고객 유치 확대”
#롯데온만 유일하게 적자폭 늘려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롯데쇼핑은 연결 기준 매출 3조 5000억 원, 영업이익 607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2.2%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19.6% 늘어난 수치다. 그런데 흥국증권은 6월 27일 발행한 리포트에서 롯데쇼핑의 목표가를 직전인 4월 8일 11만 원에서 9만 5000원으로 13.6%가량 하향 조정했다. 신한투자증권도 5월에 발행한 리포트에서 목표가를 10만 5000원에서 9만 6000원으로 낮췄다.
영업이익이 개선세지만 매출이 꾸준히 하향세를 그리는 점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부터 수익성 강화 전략에 방점을 찍은 롯데쇼핑의 2023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1.6% 늘었다. 2016년 이후 7년 만에 당기순이익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대신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5.9%가량 감소했다. 롯데쇼핑은 올해 1분기에도 매출 3조 5133억 원, 영업이익 1149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2.1% 늘었으나 매출은 1.4% 하락했다. 여기에 고물가와 소비 둔화로 업황 전망이 밝지 않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통합 이커머스 플랫폼인 롯데온이 여전히 뚜렷한 실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쇼핑은 2020년 조 단위의 비용을 들여 통합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을 론칭했다. 출범 당시 롯데온은 오프라인에서 쌓은 롯데의 역량을 발휘해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받았다.
그런데 롯데온의 올해 1분기 매출은 298억 원으로 경쟁사로 꼽히는 쓱닷컴의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게다가 롯데쇼핑 사업부문 중 유일하게 전년 동기보다 적자폭이 확대됐다. 롯데온은 1분기에만 224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추세대로라면 연내 1000억 원가량의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부진이 계속되자 롯데온은 올해 5월 중순 저성과자 직원들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팀장급은 물론 대리급까지 권고사직 대상에 포함시키며 고강도 쇄신에 나섰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대리급들한테 권고사직 신청 받는 거는 드문 경우인데 그만큼 급박하다는 얘기로 보인다”라며 “매출이 너무 적은데 거의 롯데온 입점업체들에게 입점 수수료만 받는 수준이다. 적자 줄인다고 비용 감축에만 몰두하는 게 돌파구가 될 것 같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박성의 진짜유통연구소 소장은 “유통의 핵심은 고객이 방문하는 건데 물건을 산다고 하면 네이버 최저가나 쿠팡, 알리, 테무 검색을 떠올리지 롯데온을 떠올리는 사람이 없지 않느냐. 온라인 시장을 이 시점에 내주면 안 되는데 모객 활동과 마케팅이 부실하다고 본다”라며 “수익성 강화 전략으로 가면 당장 적자는 면하더라도 점점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경영진으로 ‘재무통’만 모셔올 게 아니라 IT 전략을 짤 수 있는 사람을 데려와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오카도 시스템 완공에 6년 걸려
롯데쇼핑은 온라인 신선식품(그로서리)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롯데쇼핑은 2022년 11월 영국의 온라인 식료품 유통기업인 오카도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으며 온라인 그로서리 주문과 배송의 모든 과정을 다루는 통합솔루션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롯데쇼핑은 2030년까지 약 1조 원을 투자해 전국에 6개의 고객 풀필먼트 센터(CFC)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롯데그룹 유통군HQ(헤드쿼터)는 신선식품 경쟁력 강화에 나서 ‘대한민국 그로서리 1번지’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앞서의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시스템을 굳이 새로 짤 필요 없이 이미 완성된 자동화 시스템을 들여와서 최적화하는 방식인데 긍정적으로 본다. 특히 신선뿐만 아니라 향후 버티컬에 집중해 뷰티, 패션 쪽도 공략할 것으로 보이는데 백화점의 프리미엄 이미지가 있는 만큼 시너지가 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카도 자체도 지금 적자가 상당하다는 것은 우려 요인이다. 오카도는 2022년 5억 파운드(약 8810억 원)에 이어 2023년에는 3억 1400만 파운드(약 5530억 원)의 손실을 냈다. 현지에서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는 시스템을 들여와서 국내 신선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발상이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쿠팡, 컬리 등 국내 이커머스들이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쟁 환경도 녹록지 않다.
김익성 동덕여대 평생교육원장은 “특히 신선식품은 수익률이 잘 나오기 어려운 상품으로 꼽힌다. 공산품과 달리 균일한 품질을 담보하기 어렵고 반드시 팔아야만 하는 적정한 타이밍이 있기 때문”이라며 “리뷰 하나만 별로여도 매출이 바로 하락할 만큼 변수가 많고 민감하다. 재고가 남으면 썩기 때문에 폐기 처리 비용까지 들어 공략이 쉽지만은 않은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오카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한다 하더라도 완공까지는 6년이 걸린다. 가장 먼저 착공에 나선 부산 오카도 솔루션도 2026년에나 완공된다. 롯데쇼핑에 오카도 투자 외의 전략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대규모 투자를 추가로 집행하기에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룹 계열사들의 위기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며 3월 말 기준 롯데건설의 도급사업에 대한 PF우발채무만 4조 31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의 채무에 지급보증을 서주고 있는 롯데케미칼도 2022년 이후 석유화학 제품 시장의 업황이 악화하면서 지난 2년간 1조 원을 넘는 적자를 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계열사들 신용등급이 최근 우르르 떨어지면서 줄줄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롯데그룹은 유통이나 소비재 쪽에서 계속 현금을 벌어줘야 화학이나 건설처럼 경기를 심하게 타는 사업에서 어려움이 있을 때 버틸 수 있는 구조다. 지금 롯데쇼핑이 새로 투자를 집행하고 적자를 감수하면서 매출을 늘리기보다는 보수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시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롯데쇼핑 관계자는 “고물가 장기화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을 극복하기 위해 본업의 강점을 강화해 고객 유치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롯데온은 롯데 유통의 강점을 살린 뷰티, 럭셔리, 패션, 키즈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한 버티컬 전문몰을 강화하는 한편, 계열사 상품을 단독으로 할인 판매하는 ‘월간 롯데’ 행사를 통해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고 롯데 대표 온라인몰로 거듭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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