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 개발·식사정치 등 광폭 행보…김동연, 밀려난 친문계 거두며 세력화 시도
#‘식사정치’ 오세훈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 곳곳에 대규모 랜드마크를 세우는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먼저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는 ‘용산국제업무지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 지역에는 100층 규모 랜드마크 빌딩이 건설될 예정이다. 총사업비는 51조 원으로 추정된다.
마포구 디지털미디어시티에는 서울형 대관람차 ‘서울 트윈아이’가 조성된다. 서울시는 5월 23일 상암 개발을 전담하는 도시활력담당관을 신설했다. 한강 변에는 수상택시와 유사한 리버버스가 설치된다. 서울 트윈아이 건설비용은 약 1조 원, 리버버스는 약 208억 원이 들어갈 전망이다.
광화문 대형 태극기 설치 사업은 논란에 휩싸였다. 6월 25일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에 높이 100m에 이르는 대형 태극기 게양대 설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국민 단합을 도모하기 위한 국가상징물 설치라고 설명했다. 게양대 앞에는 꺼지지 않는 불꽃이 설치된다. 국가주의적인 관점의 시대착오적 사업이라는 비판과 오세훈 시장이 대권을 위해 광화문을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정치권에서는 오 시장이 차기를 염두에 둔 몸풀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기류가 팽배하다. 민주당 소속 한 서울시의원은 “오 시장의 꿈은 대권인데, 자기의 확실한 지지 세력이 없다”며 “동지들을 만들려고 찾아보니 보수 세력과 만나게 된 거다. (애국심을 중요시한다는 것을) 보수 세력에게 보여준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 수도권 당협위원장은 “광화문 태극기 설치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전체주의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오 시장이 시정을 잘하고 싶은 욕심도 있을 거다. 대권 욕심만을 위해서 그런 것들을 한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두 개가 서로 모순되는 게 아니다. 시정을 잘해서 그것을 성공시키면 대권 가도에도 도움이 되고, 시장으로서의 업적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태극기 게양대 설치가 논란이 되자 오 시장은 “광화문광장에 태극기 게양대를 만드는 문제는 귀를 더 열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는 “유권자들께서 서울시장 하라고 뽑아놨는데 임기 반환점 도는 시점에 벌써 대권 운운하는 것은 유권자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대권을 운운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말과 달리 오 시장은 꾸준히 정치적 보폭을 넓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4월 19일 국민의힘 서울 지역 낙선자들과의 회동을 시작으로 국민의힘 원내·외 인사들과 오·만찬 자리를 가지고 있다.
4월 26일 만찬에서는 오 시장 측근으로 알려진 인사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는 오신환 송주범 전 정무부시장, 이재영 전 의원, 김병민 전 최고위원, 현경병 전 비서실장, 이창근 전 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모두 낙선했거나 경선에서 탈락한 이들이다. 오 시장은 이들과 2시간 넘게 식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오 시장이 ‘식사정치’를 통해 정치적 입지 다지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오 시장은 7월 1일 김병민 전 최고위원을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임명됐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차관급 정무직공무원으로 국회, 시의회, 언론, 각 정당 등과 서울시의 업무를 협의하는 자리다. 시장이 임명권을 가지고 있다.
중앙 정치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다. 6월 2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레이스가 시작되자 오 시장은 페이스북에 “당 대표 경선이 계파 구도로 흘러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당에 친윤·반윤·비윤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며 “이렇게 되면 과거 친이·친박 싸움처럼 자해적 결과만 남는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당권주자들과도 연이어 회동했다. 6월 23~24일에는 각각 윤상현 후보와 나경원 후보를 집무실에서 만났다. 7월 5일에는 서울역 인근 쪽방촌 동행식당에서 한동훈 후보와 조찬 회동을 했다. 한 후보와 오 시장은 ‘격차 해소(한동훈 공약)’와 ‘약자와의 동행(오세훈)’이라는 부분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 시장은 앞서 약자와의 동행을 최우선 비전으로 삼는 사람을 지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동훈 후보 측 관계자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인식은 한 후보나 오 시장이나 같이 가지고 있는 인식이다. 그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오 시장은 이날 회동에서 한 후보에게 윤 대통령과의 직접 소통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문 결집 김동연
‘이재명 일극 체제’가 공고해지고 있는 민주당에서는 김동연 경기도 지사 움직임이 주목을 받는다. 김 지사는 경기북부특별자치를 숙원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인프라를 확충하겠다고 공언했다. 김 지사는 CBS라디오 4월 27일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추진에 대해 “이재명 대표나 민주당 누구도 반대할 수 없는 우리가 나아갈 길”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총선 이전이던 3월 5일에는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더 큰 대한민국을 위해서 민주당이 할 일이 많다는 말씀을 나눴다”며 “제가 더 큰 역할을 해달라는 당부의 말씀이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더 큰 역할’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겠다고 했다.
김 지사는 친문계가 내세울 수 있는 이재명 대항마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현재 친문계 인사들은 김 지사 밑으로 결집하는 모양새다. 강권찬 경기도청 기회경기수석, 김남수 정무수석, 김혜애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장, 주형철 경기연구원장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문재인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주형철 경기연구원장은 중·성동갑에서 컷오프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해철 전 의원은 도정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됐다. 전 전 의원은 문 전 대통령 최측근 그룹인 ‘3철(이호철·양정철·전해철)’ 중 한 명이다. 전 전 의원은 이번 총선 때 경기도 안산시갑 민주당 경선에서 친명계인 양문석 의원에게 패했다. 이외에도 김 전 지사는 비서실장에는 안정곤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을, 정책수석에는 신봉훈 전 청와대 행정관을 각각 임명했다.
중앙 정치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일도 잦아졌다. 김 지사는 총선 때인 3월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전반적으로 민생이 파탄 난 상황에서 이번 선거는 ‘경제·민생’ 심판이 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국민의힘 심판론을 언급했다. 김 지사는 윤 대통령의 민생토론회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관권 선거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엄청난 규모의 돈에 대한 얘기만 하고 있고, 민생이 뭔지 알고나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김 지사는 이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으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총선 때 이 대표가 내세운 ‘전 국민 25만 원 지급’ 공약에 대해 “전 국민 대상보다는 소상공인이나 취약계층 등 어려운 계층을 촘촘하고 더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당헌·당규 개정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냈다. 민주당은 대표나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가 대선에 출마할 경우 1년 전 당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조항에 예외를 두기로 결정했다.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 당무위원회가 이 문제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때문에 개정안이 이 전 대표 연임을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 지사는 6월 11일 페이스북에 “특정인 맞춤 개정이라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며 “그 누구의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 민주당이 돼야 한다. 정도를 걸어야 한다”고 적었다. 김 지사는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는데, 민주당 지지율도 30%대에 고착돼 있다.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고 자만해서는 안 되는 이유”라고 했다.
이후 ‘2019년 아시아태평양 국제대회’ 결과보고서 자료요청을 두고 친명계 의원들과 김 지사의 갈등이 벌어졌다. 이화영 전 부지사는 대북송금 혐의에 대한 무죄를 입증할 증거라며 경기도에 결과보고서 제출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이를 두고 친명계인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6월 25일 페이스북에 “계속 자료 제출을 거부한다면 검찰을 돕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양문석 민주당 의원도 6월 27일 이 전 대표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 “김동연 경기도 지사! 당신의 작고 소소한 정치적 이득보다, 옳고 그름, 정당한지 부당한지를 먼저 헤아리는 정의로운 기준을 기대한다”고 적었다.
김 지사 측 관계자는 “수사나 재판 중인 것들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공개 안 한다는 게 일반적인 입장”이라며 “(예외적으로 제공하면) 정치 공세가 심할 것이고, 그러면 도정이 마비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이유가 있는데도 주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것) 때문에 김 지사에 대한 정치적 공세가 아닌가 생각하는 분들도 계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향후 김 지사가 이 전 대표 대항마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이 전 대표를 주축으로 하는 친명계에 비해 김 지사 세가 약하기 때문이다. 친문이 결집한다 하더라도 그 파급력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달린다. 한 민주당 중진의원은 “김동연 지사는 민주당의 중요한 자산이다. 그러나 대항마로 떠오를지는 아직은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다”며 “지금 민심은 이재명”이라고 말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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