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진로발렌타인스의 임페리얼, 롯데칠성의 스카치블루인터네셔널, 디아지오코리아의 윈저. | ||
국내 유흥업소에 납품되는 양주 업체의 현재 구도다. 이 중 후발주자에 속하는 하이스코트에서 최근 21년산 슈퍼프리미엄급 위스키 ‘킹덤’을 내놓으면서 위스키 시장의 고가 마케팅에 불을 지피고 나섰다.
국내 양주 소비의 대부분은 위스키다. 업계에서는 연간 위스키 판매량을 약 245만∼275만 박스(9ℓ 상자)로 보고 있다. 국내 위스키 시장은 2002년 357만 박스 판매량을 정점으로 점차 줄어들다 2004년 이후 260만 박스로 안정세에 돌입했다. 업계에서는 국세청의 접대비 한도 인정액 설정, 성매매방지법, 불황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시장이 정체돼 있다 보니 업체들의 경쟁은 치열해지게 마련이다. 올해 1∼11월의 업체별 점유율을 보면 진로발렌타인스 35.8%, 디아지오코리아 34.2%, 롯데칠성 18.1%, 하이스코트 4.8%다. 진로발렌타인스와 디아지오코리아는 외국계, 롯데칠성과 하이스코트(하이트맥주가 100% 출자)는 국내업체다.
그러나 단일 제품으로 보면 진로발렌타인스의 임페리얼 12년산이 30%, 롯데칠성의 스카치블루인터내셔널(12년산)이 18%, 디아지오코리아의 윈저 17년산이 17%이며 윈저 12년산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업체들은 주력 제품들 외에도 숙성연수에 따른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면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려 하고 있다. 업계는 위스키를 스탠다드(8년산 이하), 프리미엄(12년산), 슈퍼프리미엄급(17, 21, 30년산)으로 분류하고 있다. 현재 스탠다드급은 2%, 프리미엄급은 73%, 슈퍼프리미엄급이 25%를 차지하고 있다.
슈퍼프리미엄급은 2000년까지만 해도 제품군이 얼마 없어 점유율이 3%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24%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위스키시장도 점차 고급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 한편 슈퍼프리미엄급은 지난해까지는 17년산이 주종이었으나 최근 업체들마다 21년산을 출시하면서 새로운 카테고리가 필요해지는 상황이다.
스카치블루는 21년산, 12년산, 17년산 순으로 1997년 출시되었다. 임페리얼은 1994년 12년산, 2003년 17년산, 2005년 21년산이 출시됐다. 윈저는 1996년 12년산, 2000년 17년산, 2005년 21년산이 출시됐다.
프리미엄위스키로는 처음 출시된 임페리얼 12년산은 지금도 업계 1위를 할 정도로 가장 대중적인 위스키가 됐다. 특히 지난 2001년 업계 최초로 위조 방지를 위한 ‘키퍼캡’을 도입해 업계 1위로 올라서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이후 타 업체들도 이를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 하이스코트의 킹덤21. | ||
하이스코트는 한때 딤플로 양주 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2002년 딤플 원액의 공급자인 디아지오가 두산씨그램을 인수해 직접 국내영업을 시작하면서 딤플 판매권을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하이스코트는 고심 끝에 자체브랜드인 랜슬럿으로 위스키사업을 재개했다. 또다른 외국계 유명브랜드를 들여오는 것도 검토했지만 딤플과 같은 사태가 다시 벌어질까봐 자체 브랜드를 개발한 것이다.
하이스코트는 12년, 17년, 21년, 30년산을 모두 갖춘 랜슬럿이 있지만 시장에서 인기를 끌지 못하자 킹덤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로 일단 21년산을 출시했다. 그러나 아직 21년산 시장이 1%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21년산을 먼저 출시한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하이스코트는 “과거에도 프리미엄급 시장이 커지기 전에는 절반 이상이 스탠다드급이었다. 현재 17년산 위주인 슈퍼프리미엄급 시장도 점차 커져갈 것이다. 반응이 좋으면 킹덤으로 17년산, 12년산도 출시할 예정이다”고 얘기하고 있다.
고급화 추세에 대해 디아지오코리아는 “시장의 주력이 슈퍼프리미엄급으로 점차 옮겨가고 있어 윈저가 곧 임페리얼을 제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진로발렌타인스는 “시장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며 호락호락하지 않은 반응이다. 슈퍼프리미엄급 위스키 시장이 커진다면 향후 두 업체의 경쟁은 17년산에서 치열하게 벌어질 예정이다.
그러나 이들은 21년산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출고가로 보면 12년산이 2만 2000원, 17년산이 3만 2000원으로 가격차가 크지 않지만 21년산은 7만 3000원으로 두 배가 넘는다. 업소에서는 출고가의 7∼8배를 받는 상황에서 가격저항 때문에 21년산이 주력이 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스코트는 “21년산의 경우 임페리얼 출고가가 7만 2200원, 윈저는 7만 3700원이지만, 킹덤21은 6만 7100원으로 가격이 높지 않다. 업소에서도 17년산의 두 배 가격까지 높여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롯데칠성은 “킹덤21의 경우 21년산이라기보다는 17년산에 가까운 것 아니냐”며 하이스코트의 저가 전략에 벌써부터 ‘이의 제기’를 하고 있다.
21년산 위스키 시장은 현재 스카치블루가 21년산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21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위스키 판매의 1%도 되지 않는다. 때문에 아직은 어느 제품이 1위가 될지는 미지수다.
무주공산인 21년산 시장을 누가 먼저 차지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위스키 시장이 또 한 번 들썩거릴 수도 있는 것이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