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기업 3년 만에 순이익 1000억 원 증가 추정…미래에셋 상장 주선으로 수십억 원 챙겨
이노스페이스는 지난 2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기관투자자 수요예측과 일반투자자 청약에서 흥행에 성공하면서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상장일 주가 흐름은 기대와 정반대로 흘러갔다. 시초가는 공모가(4만 3300원)보다 600원 높은 가격에 형성됐으며, 최고가는 4만 6050원까지 올라간 게 끝이었다. 상장 당일 종가는 공모가 대비 약 20% 하락한 3만 4450원이었다. 이노스페이스의 주가는 이후에도 하락세를 이어가며 11일 종가 기준 2만 7000원까지 떨어졌다. 상장 후 불과 며칠 만에 공모가 대비 30% 이상 추락한 것이다.
최근 공모주 시장은 청약만 하면 수익을 볼 확률이 높을 정도로 좋았기에 이번 결과는 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또 이노스페이스가 기술특례 상장기업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해 파두 사태와 맞물려 기술특례 상장기업에 대한 불신이 더 높아지고 있다.
기술특례 상장기업은 전문평가기관 25곳 중 2곳에서 A등급과 BBB등급 이상의 평가 결과를 받으면 자기자본이 10억 원이거나 시가총액이 90억 원만 넘으면 상장 가능하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이노스페이스는 ‘소형발사체 기술 및 소형발사체 발사 기술’을 SCI평가정보와 기술보증기금에서 각 A등급을 받았다.
업계에 따르면 기술성 평가에서 A등급을 받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한 벤처기업 관계자는 “기술성 평가에서 A등급을 받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에는 기술만 보유하고 있어도 A등급을 받는 일이 종종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기술과 관련한 수주 계약서가 있어야 한다. 즉 해당 기술로 실적을 올리고 있는지가 평가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셈”이라고 전했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이노스페이스는 해외 위성 고객사 등과 발사 서비스 용역 계약 4건 수주에 성공했다. 1건은 지난 5월 계약금 100% 수령을 마쳤다. 나머지 3건은 2025년 이후 합의된 일정에 따라 계약금을 수령할 예정이다. 원달러 환율을 1350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계약금은 170억 원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우주항공산업은 정부 주도 산업에서 민간 주도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정부도 우주항공청 신설로 우주항공산업을 대한민국의 미래 사업으로 발전하려 하고 있다”며 “이노스페이스는 당장 매출 규모는 미미하지만 내년 이후에는 한국을 대표하고, 국가의 격을 높이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노스페이스의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더라도 주관사가 공모가를 적절하게 책정했는지는 별개 문제다. 미래에셋증권은 공모가격 산정을 위해 주가수익비율(PER)을 사용했다. PER은 주가를 1주당 순이익(EPS: 당기순이익을 주식 수로 나눈 값)으로 나눠, 주가가 1주당 수익의 몇 배가 되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공모가는 PER을 업계 평균치로 구한 뒤 EPS와 곱해 산정한다.
PER에서 필수 요소는 기업이 당기순이익을 실현해야 한다는 점이다. 손실이 나면 PER 책정이 불가능하다. 이노스페이스는 2022년 483억 원, 2023년 832억 원으로 당기순손실을 기록 중이어서 기존 실적으로는 PER 측정이 어렵다.
기술특례 상장기업은 대체로 실적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상장을 추진하기에 주관사들은 해당 기업의 성장성, 즉 실적 추정치로 공모가를 책정한다. 미래에셋증권도 적자 기업인 이노스페이스 공모가 책정을 위해 2026년 추정 손익을 활용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노스페이스가 2025년 흑자 전환에 성공해 2026년에는 당기순이익이 214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노스페이스가 3년 만에 지금의 순손실을 다 만회하고도 200억 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노스페이스의 매출은 대부분 발사 서비스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발사 서비스는 각 발사체 목표 발사 횟수, kg당 발사 단가, 발사체 수송 능력(kg)을 모두 곱해 산출한다. 즉 발사체 발사 횟수 목표가 실적에 중요한 지표인 셈이다. 이노스페이스는 발사 횟수 목표를 2025년 총 7건, 2026년 10건으로 책정했다. 첫 시도부터 발사에 성공하고 실패가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 미래에셋증권이 추정한 목표 실적에 도달할 수 있다.
이 목표치는 미국의 소형 발사체 기업인 ‘로켓랩’의 시장 진입 데이터 및 추이를 참고해 설정했다. 이노스페이스 자체 계획에 따른 목표치가 아니다. 미래에셋증권도 투자설명서에 “소형위성 발사시장의 초기 진입자 및 현재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은 로켓랩 1개 기업뿐이다. 후발주자로서 경향성을 산출하기에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PER 산정을 위한 비교기업 선정에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이노스페이스는 유사 기업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 제노코, 오르비텍을 선정했다. 지난해 실적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의 PER은 22.91배였지만, 제노코는 75.23배로 측정되면서 평균값을 높였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2022년 기술특례 상장기업 28곳 중 24곳이 상장 시점에 제시한 영업이익을 충족하지 못했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파두 역시 상장 시점에는 2023년 매출을 1202억 원으로 예측했지만, 지난해 실제 매출은 224억 원에 불과했다. 이노스페이스 공모가의 적절성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특례상장 기업의 성과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특례상장 기업 중 상당수는 상장 후 장기간 지난 후에도 큰 폭의 적자를 보인다. 상장 후 많은 기술특례 상장기업의 주가 성과는 재무성과보다 잠재적인 기술력이나 기술의 시장성에 관한 정보에 기반을 두고 형성되고 있다. 즉 기술특례 상장기업의 주가는 기술개발의 성공 여부에 따라 크게 등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노스페이스 상장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은 이노스페이스 상장으로 수십억 원의 수익을 챙겼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노스페이스 상장으로 수수료 약 22억 원을 받았다. 미래에셋증권 일반 투자자 청약 건수는 39만 1963건으로 수수료는 7억 8392만 6000원으로 예상된다. 청약 증거금 이자로는 약 22억 원을 수령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이 총 벌어들인 금액은 약 51억 원으로 추정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상장 주선인 의무로 공모 규모의 3%에 해당하는 이노스페이스 주식 2만 3094주를 3개월 보호예수 조건으로 취득했다. 공모가 기준 취득 금액은 9억 9997만 200원이다. 11일 종가 기준, 7억 994만 8800원으로 가치가 하락했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이노스페이스 지분가치로는 현재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지만, 앞서 챙긴 수수료 등 수익으로 이를 충분히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노스페이스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지만 풋백옵션(환매청구권) 부재로 주관사에 되팔 수도 없다. 환매청구권은 예정된 시일에 주가가 일정액 이하로 하회하면 예정가와 실질가의 차액을 보전해주는 권리다. 현행 규정상 환매청구권은 ‘테슬라 요건’으로 알려진 성장성 평가 상장 기업에 한해 주관사가 의무로 부담을 져야 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기술특례 상장제도 개선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 주관사 책임 강화에 나섰다. 상장 후 2년 이내에 관리·투자 환기 종목으로 지정되거나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기술특례 상장기업의 상장 주관사가 또 다른 기술특례 상장을 주선할 때는 풋백옵션을 의무 부과(6개월)하고 인수 주식 보호예수기간도 연장(3→6개월)하기로 했다. 주관사별 기술특례 상장 건수·수익률 등의 정보를 거래소 전자공시 시스템을 통해 시장에 비교·공시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들어서 IPO(기업공개) 시장 전반적으로 공모가가 높게 책정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단타 위주로 IPO 투자에 접근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지다 보니 공모가의 적정성을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더욱이 기술특례 상장기업은 다른 상장기업보다 불확실성이 높다. 상장기업 전체가 고평가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한 상황에서 기술특례 상장기업은 더 보수적인 관점에서 공모가를 평가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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