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은 서울과 수도권에서만 뚜렷하다. 경기 회복에 따른 선순환 효과가 아닌 주택 수급 불안에 따른 반작용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다시 가계대출을 조이기 시작했고 주택 공급 확대 의지를 거듭 밝혔다. 한은도 지금 상황에서는 기준금리 인하가 쉽지 않다며 진화에 나섰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DSR이 적용되지 않는 특례보금자리론을 늘려 집값을 높였다가 연말께 대출을 줄여 집값 상승세를 꺾었다. 올해에도 비슷한 흐름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1.9%로 90%에 가까워졌다. 한때 100%를 넘던 가계부채 비율이 90% 초반대로 떨어진 것은 ‘국민계정 2020년 기준년 개편’에 따라 분자인 GDP 규모가 확대된 영향이다. 한은과 정부 모두 GDP 대비 비율을 하향 안정시켜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특히 한은은 80% 수준까지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은이 발표한 ‘2024년 6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 은행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전월보다 6조 원 늘어난 1115조 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올해 상반기에 가계대출은 20조 5000억 원 증가했다. 가계대출 상승세는 주택담보대출이 견인했다. 6월 주담대는 6조 3000억 원 늘어나며 지난해 8월(7조 원)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상반기 주담대는 26조 5000억 원 늘며 2021년 상반기(30조 4000억 원) 이후 3년 만에 최대폭 상승했다.
금리인하 기대에 4월 이후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대로 하락했고 2%대 상품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정부는 신생아특례대출의 연소득 요건을 2억 원으로 완화했다. 내년부터 3년간은 2억 5000만 원까지로 넓혔다. 정부가 최근 전면 시행을 늦춘 스트레스 DSR도 대출을 서두르도록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주담대 증가는 즉각적으로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7월 11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7월 둘째 주(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4% 올라 16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울의 상승폭은 지난 2018년 9월 셋째 주(0.26%) 이후 5년 10개월 만에 최대치다. 0.12% 오르며 전주(0.10%)에 비해 오름폭이 확대됐다. 반면 지방은 0.03% 하락했다.
아파트값 상승세는 서울에서만 뚜렷하다. 지방에서 돈을 빌려 서울 집을 사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서울은 신규 공급 물량이 적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1월부터 지금까지 공급한 주택은 인허가 기준 전국 51만 3000채로 집계됐다. 2년 전 ‘8·16 공급 대책’에서 올해 말까지 100만 채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는 그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서울의 공급 실적은 3만 5000채로 목표치(19만 채)의 18.4%에 그쳤다. 택지는 부족한데 공사비까지 급등해 단기간에 추가 공급을 하기도 쉽지 않다.
수도권도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앞두고 있어 상당기간 공급보다 수요가 많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에서 매물을 찾지 못한 수요가 수도권으로 넘어오면 값이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 반면 지방은 인구 감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나마 자금력을 갖춘 이들까지 서울과 수도권으로 넘어가면 지방 아파트 수요는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다. 지방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해결도 쉽지 않다. 부실 사업장 대부분이 지방에 위치하고 있어서다.
가장 먼저 대응 카드를 꺼낸 곳은 금융위원회다. 금융위는 스트레스 DSR 전면 시행시기를 늦춘 데 이어 지난 7일 전세자금 대출에도 DSR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과 관련해 구체적인 시행 시기와 적용 범위 등을 연내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지난 7월 10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는 “최근 부동산 시장은 전반적인 지표 안정에도 불구하고 서울 일부 지역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이라며 “3기 신도시 등 기계획된 물량은 신속 공급하고 필요시 추가 공급확대 방안도 적극 강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11일 서울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글로벌 금융학회’ 정책심포지엄에서는 “가계부채가 여러 가지 리스크 요인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며 “(하향 안정화로) 관리하겠다는 기조는 확고하다”고 말했다.
한은도 나섰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7월 11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통방)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이 유동성을 과도하게 유입한다거나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잘못된 시그널을 줘서 주택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그런 정책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에 금통위원 모두 공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제는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조성됐다”면서도 “외환시장, 수도권 부동산, 가계부채 움직임 등 앞에서 달려오는 위험 요인이 많아 불확실한 상황이고,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에도 시중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상향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7월 11일 대면·비대면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2%포인트(p) 올렸다. 국민은행은 불과 일주일 전 주담대를 비롯한 가계 부동산담보대출 가산금리를 0.13%p 인상했다. 우리은행도 12일부터 주담대 5년 주기형 금리와 전세자금대출 2년 고정금리를 0.1%p씩 높였다. 신한은행은 15일부터 금융채 5년물 금리를 기준으로 삼는 모든 대출 상품 금리를 0.05%p 상향한다. 하나은행은 1일부터 주담대 감면금리 폭을 최대 0.20%p 축소했다. 케이뱅크도 이미 9일부터 대환대출로 취급되는 5년 주기형 아파트담보대출 금리를 0.1%p 인상하고 전세대출 금리도 최대 0.15%p 올렸다. 카카오뱅크도 금리 인상을 검토 중이다.
증시와 아파트값 동행할까
서울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는 가운데 증시도 상승하고 있어 동행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주가 상승세가 뚜렷해지면서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은 최근 하반기 코스피가 3100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과거 아파트값과 주식시장은 꽤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주식은 경기를 선행하고 부동산은 경기에 후행하기 때문이다. 다만 서울과 지방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증시가 하락하거나 조정을 받을 때에도 서울 아파트값은 지방보다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금리도 마찬가지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방보다 금리 변화에 덜 민감했다. 서울 아파트를 거래하는 이들은 경기나 금리 변화의 영향을 덜 받는 고소득자나 자산가가 많다는 뜻이다. 주가가 더 오르거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다면 아파트값 상승세는 서울과 수도권을 넘어 지방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증시 흐름이 시원치 않다면 아파트값 상승세는 서울과 수도권 인기 지역에 국한될 가능성이 클 수 있다. 지난해에도 특례보금자리론 덕분에 오르던 아파트값은 대출 공급이 줄자 곧바로 기세가 꺾였다. 지난해 코스피는 상고하저(상반기 +13.9%, 하반기 +3.9%) 흐름을 보였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