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측 “경영권 탈취 혐의 입증할 진술·물증 충분히 확보” vs 민희진 대표 “코미디 같은 일”
7월 9일 민희진 대표의 첫 피고발인 조사가 이뤄졌다. 4월 26일 하이브 측이 “민희진 대표이사 주도로 어도어의 경영권 탈취 계획이 수립됐다는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했다”며 서울 용산경찰서에 민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수사해달라는 고발장을 제출한 지 2개월여 만에 이뤄진 첫 조사였다.
이날 오후 1시 38분께 용산경찰서에 출석한 민 대표는 흰색 티셔츠에 청바지, 남색 모자를 쓴 가벼운 차림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이제껏 피고발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에 임하던 다른 유명인들과 달리 밝은 모습을 보인 민 대표는 기자들에게 “(조사에서는) 사실대로만 이야기 하면 된다. 업무상 배임 혐의는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피고발인 조사는 당초 민희진 대표 일정이 아니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8시간이 넘는 조사를 마치고 같은 날 오후 10시께 경찰서를 나온 민 대표는 “사실 오늘은 제 조사 날짜가 아니었는데 제가 원해서 먼저 조사를 받은 것”이라며 “제가 성격도 급하고 하고 싶은 말이 좀 많아서 그렇다. 오늘 중요한 이야기는 다 했고, 사실대로 이야기해서 속이 너무 후련하다”고 말했다.
조사 질의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민 대표는 4월 26일 첫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와 같이 “애초에 배임일 수가 없는 일”이라며 혐의 전체를 부인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제 입장에선 코미디 같은 일일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지분구조상 하이브 측이 어도어 지분 80%를 소유하고 있어 민 대표가 경영권을 찬탈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혐의가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 5월 하이브 측 고발인들을 불러 1차 고발인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조사 내용은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들은 4월 접수한 고발장과 민 대표가 하이브 측에 제기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주장한 것과 동일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5월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재판부는 민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하이브가 제출한 증거나 관련인들의 진술 내용 등을 종합하더라도 민 대표의 행위는 ‘하이브’에 대한 배신적 행위는 될 수 있어도 ‘어도어’에 대한 배임 행위로는 볼 수 없다는 것이 당시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어도어 임시주총을 열어 민 대표와 그 경영진을 즉시 해임한 뒤 하이브 인사로 신임 경영진을 채우고, 형사고발은 별건으로 법적 책임을 물을 계획을 세워놨던 하이브 입장에서는 가처분 소송에서 패배가 상당한 타격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만큼 하이브에 이번 고발 사건은 벼랑 끝 싸움이다. 가처분 결정 이후 민 대표의 화해 제스처에 응하지 않고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버텼음에도 이번 고발 사건마저 진다면 기업 이미지 훼손을 넘어 멀티 레이블 운용을 포함한 경영 능력까지 의구심을 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번 사태가 불거지면서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체제를 놓고 “중심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몸집부터 키우면서 생긴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쏘스뮤직, 플레디스 등 기존의 기획사를 인수하거나 어도어 등 자회사를 별도로 설립하는 방식으로 멀티 레이블 체제를 구축한 하이브는 각 레이블의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한다면서도 이른바 ‘적자’로 불리는 일부 레이블과 그 소속 아티스트들에게 우선적인 힘을 실어준다는 내부 비판을 받아왔다. 이러다 보니 실제 실적보다 하이브에 대한 충성도가 레이블 경쟁에서 중요해지고, 이런 내부 불만의 총체가 결국 ‘민희진의 난’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얘기다.
화해로 이 같은 갈등과 논란을 봉합하기엔 너무 먼 길을 와버린 하이브 입장에선 2025년 하반기 방탄소년단(BTS)의 완전체 컴백까지는 어쩔 수 없이 이 고발 사건에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됐다. 현재 하이브 측은 민 대표의 경영권 탈취 혐의를 입증할 진술과 물증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가처분 소송에서 제출한 자료 외에 추가적인 핵심 증거자료가 포함됐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각종 증거자료가 외부로 유출되며 여론전이 펼쳐졌던 것과 달리 고발 사건의 수사 진행 과정과 그 결과를 침묵으로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민희진 대표는 하이브의 고발 사건 외에도 하이브 산하 또 다른 레이블인 빌리프랩(BELIFT LAB)에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된 상태다. 빌리프랩은 형사 고소와 더불어 민 대표에 대한 민사소송도 제기했는데, 이번 고발 사건에서 민 대표의 혐의가 인정될 경우 하이브 역시 추가적인 민사소송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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