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흑서 게시자 등 2명 ‘댓글팀’ 의심, 무혐의 종결…피고발인 “김 여사와 모르는 사이, 황당”
일요신문이 입수한 고발장엔 ‘온라인에서 집단적으로 가짜정보를 게시·배포하는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김건희 여사 문자 메시지엔 이른바 ‘댓글팀’과 관련된 부분이 나온다. 당시 한동훈 비대위가 ‘김건희 여사 댓글팀’을 염두에 두고 고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떠오른 배경이다.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에게 1월 15일부터 25일까지 5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을 두고 후폭풍이 거세다. 여기엔 ‘김건희 여사 댓글팀’ 내용도 포함돼 있다. TV조선에 따르면 1월 23일 김 여사가 한 후보에게 보낸 메시지 원문은 다음과 같다.
“요 며칠 제가 ‘댓글팀’을 활용해 (한동훈) 위원장님과 주변에 대한 비방을 시킨다는 얘기를 들었다. 너무도 놀랍고 참담했다. 함께 지금껏 생사를 가르는 여정을 겪어온 동지였는데 아주 조금 결이 안 맞는다 하여 상대를 공격할 수 있다는 의심을 드린 것조차 부끄럽다. 제가 모든 걸 걸고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결코 그런 일은 없었고 앞으로도 결코 있을 수 없다.”
한동훈 후보는 비대위원장 재직 시절 ‘댓글팀’이 자신을 비방하고 있다는 의심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7월 9일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한 후보 측에서 본인에 대한 온라인의 비판 댓글이나 비판 글들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거는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인위적인 댓글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그 당시에 제기했던 거로 안다”고 했다.
‘한동훈 흑서’라는 문건이 보수 성향 커뮤니티에서 퍼지기 시작한 것은 김 여사가 한 후보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던 무렵이다. 1월 21일 당시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한동훈 후보에게 사실상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를 하면서 이른바 ‘윤·한 갈등’이 불거졌다. 그러자 보수 성향 커뮤니티 네티즌들은 ‘친윤계’와 ‘친한계’로 분화 조짐을 보였다. 1월 25일 한동훈 후보를 비판하는 ‘한동훈 흑서’라는 제목의 글이 작성됐고, 내용이 수시로 업데이트됐다.
‘한동훈 흑서’에는 △김경율 마포을 사적 공천 △대통령을 향한 배신과 영부인에 대한 공격 △대통령과 충돌 △개딸과 다름없는 팬덤 정치 △김경율 ‘마리 앙투아네트’ 비유 발언 무조치 등의 내용이 있었다.
1월 28일 국민의힘은 언론 공지를 통해 “최근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집단적으로 근거 없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날인 29일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회는 보수 성향 커뮤니티에 ‘한동훈 흑서’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한 이와 그 글에 댓글을 단 네티즌 2명을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고발장에 따르면 ‘한동훈 흑서’에 대해 “온라인상에서 집단적으로 이뤄지는 가짜정보 게시·배포 행위”라고 명시했다. 앞서 공개된 김건희 여사 메시지와 이런 상황을 모두 종합하면, 온라인상 댓글팀이 ‘한동훈 흑서’를 작성했다고 의심해 네티즌들을 고발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시 한동훈 비대위가 댓글팀을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발장에 다음과 같이 기재했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집단적으로 근거 없는 허위 사실이 유포되고 있다. 이러한 온라인 허위 게시물은 재생산되는 방식이 비교적 쉽다. 온라인에 한 차례 게시되면 초기 조회수가 집중되며 확증 편향성으로 인해 허위 사실에 기초한 여론이 한 번 형성되면 사후에 이를 변경하는 것이 매우 어렵게 된다. 총선을 앞두고 온라인상에서 집단적으로 게시·배포한 가짜정보가 난무하게 된다면 대한민국 정치는 퇴보할 수밖에 없고, 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리게 될 것이다.”
이어 고발장에는 “1월 25일 박광배라는 닉네임을 사용한 사람이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비방할 목적으로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비대위 갤러리ⓜ에 ‘한동훈 흑서’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이후 게시글의 주요 정보를 유지하며 제목과 글의 세부 내용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을 지속적으로 게시 유포하고 있다”며 “1월 27일에서 28일 사이 ‘한 위원장이 경남 양산 통도사 방문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공개로 방문했다’는 허위 사실이 포함된 글을 게시했다”고 범행 내용을 기재했다.
경찰은 고발 사건을 무혐의로 불송치했다. 그러자 3월 27일 국민의힘은 이의신청을 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이 폐지됐음에도 불구하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셈이다. 6월 28일 검찰은 불송치 결정을 검토한 뒤 기록을 경찰에 반환하며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시켰다.
한동훈 지지자들 사이에선 ‘한동훈 흑서’가 김건희 여사 댓글팀에 의해서 작성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퍼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김건희 여사 댓글팀 리더가 박광배 아니었나?’ ‘국민의힘 의원실 보좌관이 한동훈 흑서 글 게시된 국민의힘 비대위 갤러리ⓜ 굴리고 있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닉네임 ‘박광배’는 한동훈 흑서 작성자이자 국민의힘 비대위 갤러리ⓜ 운영자다.
‘박광배’는 일요신문과 만나 “김건희 여사와는 전혀 모르는 사이다. 한동훈 지지자들로부터 제가 김건희 여사 댓글팀이란 의심을 너무 받고 있어서 황당한 상황”이라며 “저는 국민의힘 책임당원이다. 당원을 고발하는 당이 어디에 있나. 당원을 고발한 한동훈 후보와 국민의힘에게 사과를 받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7월 11일 ‘박광배’는 본인 유튜브에 ‘영부인 댓글팀 의혹에 대한 입장표명’ 제목의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일요신문은 ‘김건희 여사 댓글팀’을 노리고 보수 성향 커뮤니티 네티즌들을 고발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한동훈 후보, 한동훈 캠프 공보팀에 질의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아울러 고발 당시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이었던 전주혜 전 의원과 현 위원장인 주진우 의원도 어떤 답변도 하지 않았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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