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이네2’ 피해 ‘마이 네임 이즈 가브리엘’ 3회부터 편성 시간 변경…“화제 유발되면 분위기 달라질 수도”
#단 한 번의 대결로 끝나버린 정면승부
JTBC ‘마이 네임 이즈 가브리엘’(가브리엘)은 6월 21일 첫 방송에서 시청률 1.5%(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한 뒤 1.1%, 1.4%, 1.4%를 기록 중이다. 4회까지 방송됐지만 첫 회에서 기록한 1.5%가 자체 최고 시청률이다.
김태호 PD가 연출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라 기대감이 컸던 데 비하면 너무 낮은 시청률이다. 박보검, 박명수, 염혜란, 지창욱, 홍진경, 덱스, 가비 등이 출연해 아일랜드 더블린, 태국 치앙마이, 중국 충칭, 멕시코 과달라하라, 르완다 키갈리, 조지아 트빌리시, 멕시코 멕시코시티 등 세계 각지로 떠나는 콘셉트다. 쟁쟁한 출연진에 상당한 제작비가 드는 해외 올로케이션 촬영인데 시청률이 저조하다.
반면 tvN ‘서진이네2’는 6월 28일 첫 회에서 6.9%를 기록하더니 8.1%, 9.1%로 계속 상승 중이다. ‘서진이네1’이 기록한 자체 최고 시청률 9.3% 돌파도 가능한 추세다. 시즌1의 이서진, 정유미, 박서준, 최우식 등이 이번 시즌에도 함께하고 있으며 군 복무 중인 방탄소년단 멤버 뷔(김태형)를 대신해 배우 고민시가 새롭게 가세했다. 아이슬란드에 오픈한 서진이네 2호점은 곰탕과 소갈비찜, 돌솥비빔밥 등을 판매한다.
애초 두 프로그램은 정면승부가 예정돼 있었다. ‘가브리엘’의 애초 편성 시간대는 금요일 밤 8시 50분이고 ‘서진이네2’는 금요일 밤 8시 40분으로 사실상 같은 요일에 동시간대 편성이었다. ‘자강두천’이라 불리는 김태호 PD와 나영석 PD가 정면승부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0년대 중반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 시대를 연 이들은 토요일 밤 김태호 PD의 ‘무한도전’과 일요일 밤 나영석 PD의 ‘1박2일’로 토요일과 일요일을 양분했다. 이후 각자의 길을 걸으며 최고의 예능 PD라는 아성을 이어온 이들이 처음으로 맞붙은 것이다.
그렇지만 시청률 격차가 너무 컸다. 한 주 먼저 시작한 ‘가브리엘’이 첫 회에서 1.5%를 기록한 뒤 2회에선 1.1%로 하락했다. 한 주 늦게 방송을 시작한 ‘서진이네2’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가브리엘’ 2회와 ‘서진이네2’ 1회가 방송된 6월 28일만 놓고 보면 시청률이 1.1% 대 6.9%로 6배 이상 차이가 났다.
결국 ‘가브리엘’이 3회부터 방송 시간대를 10시 30분으로 변경했다. ‘서진이네2’가 끝나는 시간대로 편성을 옮겨 정면승부를 피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성 시간 변경 후 첫 방송인 7월 5일 ‘가브리엘’ 시청률은 1.4%를 기록하는 데 그쳤고 ‘가브리엘’이 사라지면서 ‘서진이네2’ 시청률은 8.1%로 급등했다. 한 주 뒤에도 ‘가브리엘’은 1.4%에 머물렀지만 ‘서진이네2’는 9.1%로 또 상승했다.
사실 시청률만 놓고 보면 금요일 밤 8시 50분보다 10시 30분이 더 좋은 시간대라고 보기도 힘들다. 이 시간대에는 MBC ‘나혼자 산다’, KBS 2TV ‘신상출시 편스토랑’, TV조선 ‘미스터로또’ 등 인기 예능 프로그램과 SBS 금토 드라마 ‘굿파트너’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익숙함을 극복하지 못한 새로움
아무래도 이번 대결은 시작 전부터 ‘서진이네2’가 더 유리했다. 이미 ‘서진이네1’이 성공한 데다 그 뿌리는 ‘윤식당’과 ‘윤스테이’부터 이어진다. ‘꽃보다 청춘’ ‘삼시세끼’ 등 나영석표 예능 고유의 흐름이 ‘서진이네2’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런 익숙함이 시청자들의 접근성을 높여줬다.
반면 ‘가브리엘’은 새로운 시도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세계 80억 인구 중 한 명의 이름으로 72시간 동안 실제 그 사람의 삶을 살아가는 프로그램’이라는 콘셉트 자체가 아직 시청자들 입장에선 낯설다. MBC 재직 시절 만든 ‘무한도전’과 ‘놀면 뭐하니’에 이어 독립 제작사를 운영하며 ‘서울체크인’, ‘지구마불 세계여행’, ‘댄스가수 유랑단’ 등 꾸준히 실험적인 예능에 도전해 온 김태호 PD의 실험이 계속되는 것이다.
현재까지 흐름은 나영석 PD의 압승이다. ‘가브리엘’의 편성 시간대 변경으로 이미 정면승부는 끝났다. 그렇지만 방송 관계자들 사이에선 꼭 그렇지 않다는 시선도 있다. ‘서진이네2’는 익숙함이 최대 장점이자 단점이다. 너무 익숙한 느낌 때문에 금세 싫증을 느껴 채널을 돌리는 시청자들이 꽤 생겨날 수 있다. ‘서진이네1’ 역시 2회에서 9.3%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뒤 서서히 시청률이 하락해 최종회에선 6.8%에 머물렀다. 3회에서 9.1%를 기록한 ‘서진이네2’ 역시 머지않아 정점을 찍고 하락세에 접어들 수 있다.
‘가브리엘’은 새로운 시도이니만큼 시청자들이 낯선 과정을 지나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반등할 수 있다. 물론 ‘서진이네2’와 시청률 경쟁은 더 이상 의미가 없을 만큼 크게 벌어지고 말았다. 그렇지만 시청률 이외의 부분에서는 여전히 승부가 진행 중이다. 본방 사수 시청자가 급감해 시청률 순위의 의미가 상당 부분 퇴색한 터라 OTT 시청시간, 화제성 등 다른 평가 기준도 살펴봐야 한다.
꾸준히 실험적인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는 김태호 PD는 시청률에선 계속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화제성 등 다른 영역에선 좋은 점수를 받아 왔다. 2.3% 자체 최고 시청률에 그친 ENA ‘지구마불 세계여행2’, 4.3%에 그친 tvN ‘댄스가수 유랑단’ 등 김태호 예능은 대부분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높은 화제성을 자랑했다.
다만 현재 ‘가브리엘’의 가장 큰 문제점은 화제성도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애초 기획은 참신했는데 실제 방송은 공감이 잘 가지 않고 겉도는 분위기”라고 지적하면서도 “출연자별 에피소드로 구성된 예능이라 한 편만 제대로 터져 화제가 유발되면 분위기가 확 달라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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