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아무개 회장 양측 연결해준 인물로 알려져…‘구명 의혹’ 이종호 인맥·영향력 과시 허풍 가능성도
#김건희 여사를 소개해 준 서 회장은 누구
2022년에 열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재판에서 이종호 블랙펄인베스트 전 대표는 ‘김건희 여사를 개인적으로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하면서도 “연락처도 모르고 연락할 사이도 아니다”라고 답한 바 있다. 그러면서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통해 알기 전 서 아무개 회장을 통해 김 여사를 소개받았다”고 답했다.
서 회장은 특정 기업의 대표나 회장은 아니었지만 주변에 ‘회장님’이라는 칭호로 불렸는데, 김건희 여사와는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이웃으로 지내면서 알게 됐다고 한다. 서 회장이 평소 알고 지내던 이종호 전 대표를 김건희 여사에 소개해 줬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건희 여사는 2006년 아크로비스타(50평)를 매수했고 2009년 5월 19일 도이치모터스 주식 약 8억 원 상당(약 24만 8000주)을 장외 매수했다. 이 시점에 서 회장을 거쳐 이종호 전 대표를 알게 됐고 비슷한 시기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거쳐 이종호 전 대표를 또 만났다는 것이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이 전 대표는 김 여사의 계좌 운용을 비롯한 주가조작 혐의를 부인했지만 1심 재판부의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서 회장을 안다고 밝힌 한 인사는 “주가조작 때부터 이름이 계속 거론되지만 서 회장이나 이종호 전 대표는 업계에서 이름을 대면 알 만한 그런 인물들은 절대 아니다”라며 “특히 최근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 의혹으로 이종호 전 대표 이름이 계속 언급되면서 서 회장도 조사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조심스러워 하는 것 같더라”고 귀띔했다.
#실제 수사 이어질 수 있을까
공수처는 이종호 전 대표의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 의혹’을 주목하고 있다. 골프모임 단톡방인 ‘멋쟁해병’에서 이종호 전 대표가 임 전 사단장의 구명을 하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는데 이미 공수처는 관련 통화 기록도 확보한 상황이다. 2023년 8월 9일 단톡방 멤버와 통화에서 이 전 대표는 “(임 전 사단장) 사표 낸다고 그래서 내가 못 하게 했다. 그래서 내가 ‘VIP한테 얘기할 테니까 사표 내지 마라’, 왜 그러냐면 이번에 아마 내년쯤 발표할 것이다. 해병대(사령관) 별 4개 만들 것”이라고 얘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성근 전 사단장까지 기소하겠다는 취지의 보고에 화를 낸 뒤 대통령실에서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지시의 배경에 이 전 대표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지점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이 전 대표는 ‘VIP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을 지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가 15일 JTBC와 인터뷰에선 ‘VIP의 대상이 김건희 여사’라고 말을 바꾸는 등 의혹을 자처했다.
때문에 공수처에는 이종호 전 대표의 실체를 확인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돈다. 공수처는 통화에서 언급된 VIP의 실체와 이 전 대표가 실제로 대통령실 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최근 경기도 화성의 해병대 골프장을 찾아 임 전 사단장과 골프 모임이 추진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참여한 인물 등의 출입 내역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이 전 대표를 상대로 한 본격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 역시 이 전 대표와 김 여사의 관계를 주목하고 있다. 주가조작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김 여사를 상대로 한 1차 서면조사가 충분치 않다고 보고, 2023년 여름 김 여사에게 2차 서면질의서를 보내며 이 전 대표와 관계 그리고 주식 매수 경위를 질문했다고 한다.
#‘이종호 허풍’으로 보기도
다만 최근 불거진 구명 의혹은 이종호 전 대표의 ‘허풍’으로 봐야 한다는 말도 적지 않다. 이 전 대표가 본인의 인맥과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허세를 부리는 과정에서 나온 말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JTBC와 인터뷰에서도 “지난해 카톡방이나 통화에서 언급한 VIP가 김건희 여사를 지칭한 것”이라면서도 “김 여사의 연락처도 없고, 연락하지 않는 사이”라고 답했다. 이는 이 전 대표가 재판 증인에서 발언한 내용과도 일맥상통한다.
업계 투자자 중 한 명은 “이종호 전 대표가 평소 얘기를 하고 다니는 스타일을 보면 ‘말이 앞서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벌어진 것도 2009년에서 2010년 즈음으로 이미 10여 년이 넘게 지났고, 그 사이 검찰 수사까지 받았기 때문에 김 여사와 친분이 여전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그의 추론이다. 실제로 이종호 전 대표가 통화를 하면서 ‘VIP에게 얘기를 했다’고 한 시점은 임성근 전 사단장에 대한 일련의 조치는 물론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과 대통령실 간 갈등이 언론에 알려진 뒤다.
이종호 전 대표는 JTBC와 인터뷰에서도 자신의 발언 녹취로 불거진 구명 로비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변호사를 통해 공수처에 자진 출석 의사와 통화 기록 제출 의사를 내비쳤다.
굵직한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사실 여부를 확인해 ‘아닌 것은 아니’라고 확인을 해야 하는 게 이런 정치 사건에서 수사기관의 역할”이라며 “통신사 등에서 통화 내역을 받아 확인하면 되기 때문에 공수처가 이미 움직이고 있을 것이고 유의미한 인물과 통화한 흔적이라도 발견되면 압수수색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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