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이후 5번째 경찰대 출신…현 정부 ‘경찰개혁’ 이어왔지만 결국 비경찰대 출신 등장 못해
조지호 후보자가 임명된다면 5번째 경찰대 출신 경찰청장으로 21대 경찰청장 민갑룡 이후 4번 연속 경찰대 출신이 경찰청장에 오른다. 윤석열 정부가 ‘경찰대 카르텔’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경찰개혁을 외쳐왔음에도 또 다시 비경찰대 출신 경찰청장이 등장하지 못했다.
1968년 경북 청송 출생인 조지호 후보자는 경찰대 6기다. 1990년 경찰에 입문해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서울서초경찰서장, 경찰청 인사담당관,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 경찰청 공공안녕정보국장, 경찰청 차장을 거쳐 현재 서울경찰청장을 맡고 있다. 경찰 내에서는 ‘기획통’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상민 장관은 “현장 치안은 물론이고 기획과 인사·정보 등 정책 총괄 기능을 두루 경험하면서 뛰어난 기획능력과 업무추진력으로 대내외의 인정을 받고 있다”며 “부처 간 협업 및 조정 능력과 치안정책 전반에 대한 거시적 안목도 겸비하고 있다”고 조 후보자를 평가했다. 조 후보자는 이날 경찰위 임시회의에 출석 중 취채진을 만나 “경찰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큰 것 같다”며 “엄중한 시기 후보자로 지명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지호 후보자는 2022년 3∼5월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파견돼 인사 검증 업무를 맡은 이후 초고속 승진했다. 2022년 6월 치안감 승진 이후 6개월 만에 치안정감이 돼 경찰청 차장이 됐고, 2024년 1월 서울경찰청장이 되면서 유력한 차기 경찰청장 후보로 급부상했다.
초고속 승진으로 경찰청장에 오른 것은 윤희근 경찰청장과 유사하다. 윤 경찰청장은 대표적인 경찰 ‘정보통’으로 2021년 12월 치안감 승진 이후 6개월 만에 치안정감으로 승진해 경찰청 차장이 됐고 다시 두 달 만에 경찰청장에 취임했다. 치안감 승진 이후 치안총감인 경찰청장 내정까지 7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치안감 승진부터 경찰청장 내정까지 2년 1개월이 걸린 조지호 후보자보다 훨씬 빨랐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경찰대 편중 인사를 손보겠다고 공약했다. 윤 대통령 취임 두 달여 만에 김창룡 경찰청장이 경찰국 신설 등 윤석열 정부의 경찰 통제 강화 행보에 반발해 사의를 표했다. 23대 경찰청장은 비경찰대 출신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지만 경찰청 차장으로 경찰청장 직무대행이던 윤희근 청장이 내정됐다. 윤석열 정부에서 경찰대 카르텔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며 ‘경찰대 힘빼기’가 이어졌지만 결국 24대 경찰청장도 경찰대 출신인 조지호 후보자로 결정됐다.
조지호 청장이 낙점되면서 5번째로 경찰대 출신 경찰청장 임명이 임박했다. 박근혜 정부 때 경찰대 2기인 강신명 청장이 19대 경찰청장으로 임명되면서 최초의 경찰대 출신 청장이 탄생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21대 경찰청장 민갑룡(경찰대 4기), 22대 경찰청장 김창룡(경찰대 4기), 윤석열 정부에서 23대 경찰청장 윤희근(경찰대 7기)이 임명됐다. 그리고 다시 경찰대 6기인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이 차기 경찰청장으로 내정됐다.
과거 경찰대 출신 최초의 경찰청장으로 가장 유력했던 인물은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이다. 경찰대 1기 가운데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은 윤 의원은 2010년 1월 49세 나이로 치안정감에 올라 경기지방경찰청장이 됐다. 경찰대 출신 최초의 치안정감이다. 15대 강희락 경찰청장 후임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16대 경찰청장에 오른 인물은 외무고시 출신 조현오 청장이었다.
이강덕 포항시장도 최초의 경찰대 출신 경찰청장으로 유력했다. 윤재옥 의원과 함께 경찰대 1기의 선두주자로 분류된 이강덕 시장은 ‘MB맨’이자 ‘영포라인’으로 알려졌다. 2011년 11월 치안정감으로 승진해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된 이강덕 시장은 17대 경찰청장 후보로 거론됐지만 이명박 대통령 임기 말인 2012년 5월에 취임해야 한다는 한계가 존재했다. 당시 행정고시 출신인 김기용 경찰청 차장이 17대 경찰청장으로 낙점됐는데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이명박 정부는 이강덕 시장을 해양경찰청장으로 임명해 치안총감으로 올렸다. 경찰대 출신 최초의 치안총감이다. 치안총감은 경찰 최고 계급으로 경찰청장과 해양경찰청장만 이 계급이다. 이강덕 시장은 경찰대 최초의 경찰청장은 되지 못했지만 최초의 치안총감이 됐다.
경찰대 1기를 대표하는 두 명이 경찰청장에 오르지 못한 것은 당시에도 경찰대 출신의 조직 독점 및 집단주의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박근혜 정부는 취임 초기 경찰대 무력화에 초점을 맞춘 경찰개혁 작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최초의 경찰대 출신 경찰청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나왔다. 19대 강신명 경찰청장으로 경찰대 2기다.
비록 경찰대 1기에선 경찰청장이 배출되지 않았지만 윤재옥 의원은 현재 4선 국회의원이고 이강덕 시장은 3선 포항시장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역대 경찰청장 출신 중 선출직으로 당선된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그나마 김화남 4대 경찰청장이 15대 총선에서 당선됐고 이무영 9대 경찰청장이 18대 총선에서 당선됐지만 둘 다 선거법 위반으로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다. 최기문 11대 경찰청장은 19대 총선과 20대 총선에 출마해 모두 낙선했지만 이후 지방선거에 출마해 현재 재선 경북 영천시장이다.
오히려 경찰청장에 오르지 못하고 치안정감으로 퇴직한 이들이 선출직에서는 훨씬 잘나간다. 이번 제22대 총선에서 당선된 경찰 출신 국회의원 10명 중 9명이 치안정감 출신이다. 나머지 1명은 치안감 출신인 재선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이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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