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경기도 성남시 KT 판교빌딩 앞에서 바라본 KT 명판. 사진=이강훈 기자](https://storage1.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718/1721281261963823.jpg)
최근 수년 새 건설물가 폭등에 전국 곳곳서 터진 공사비 분쟁은 KT가 발주한 여러 건설 사업장들도 피해 가지 못했다. 건설용 원자재 값이 2020년 이후 3년 새 30~40% 올랐다며 건설사들의 공사대금 추가 지급을 요구에 KT는 최초 도급계약이 갖는 법적 구속력과 무게감을 강조하며 ‘수용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KT는 2020년부터 △쌍용건설(KT 판교사옥 건립) △롯데건설(KT 광진지사 부지 재개발) △현대건설(KT광화문사옥 서관 리모델링) △한신공영(부산 초량동 임대주택) 등과 도급계약을 맺으면서 모두 계약서에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담았다. 이는 시공사가 착공 후 건설물가 상승을 이유로 발주자에게 공사대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을 금한다는 약속 문구다.
하지만 시공사들은 최근 건설물가가 급등한 배경이 자연적 상승보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가항력적 요인에 속한다며 이를 고려한 공사비 증액을 일제히 요구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KT와 당초 계약한 6149억 원에서 1000억 원대 추가 지급, 한신공영은 KT에스테이트와 최초 계약한 520억 원에서 141억 원 추가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쌍용건설은 KT와 계약한 공사대금 967억 원에서 171억 원 증액을 요구했다가 거부당하자 지난해 10월 직원들이 KT 판교사옥 앞에 몰려가 집단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쌍용건설과 협력사 직원들이 경기도 성남시 KT 판교사옥 앞에서 시공비 추가 지급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쌍용건설 제공](https://storage1.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718/1721281564956443.jpg)
KT는 소송 입장문에서 “쌍용건설 측에 대한 모든 공사비 지급 의무 이행을 완료했으므로 추가 비용 요구에 대한 지급 의무가 없다는 것을 법원으로 확인받기 위해 소를 냈다”며 “쌍용건설과 맺은 건설계약은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포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KT 판교사옥 건설 과정에서 쌍용건설의 공사비 조기지급 요구, 설계 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액(45억 5000만 원) 요구, 공기 연장(100일) 요구 등을 모두 수용했다”며 “상생을 위한 원만한 해결책을 찾고자 노력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쌍용건설은 입장자료에서 “KT는 법원에 소를 제기해 공사비 분쟁에 대한 협상 의지 자체가 없음을 드러냈고, 그동안 성실하게 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었다”며 “지난해 10월 KT 판교사옥 집회 이후 7개월간 KT의 성실한 협의를 기대하며 분쟁조정 절차에 임해왔던 당사는 황당하고 억울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어 향후 KT 본사 앞 집회 등으로 강경 대응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KT 관계자는 지난 17일 ‘일요신문i’에 “쌍용건설의 요구가 도급계약서상 근거가 전혀 없어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수차례 회의·협상을 했다”며 “입찰 과정과 쌍방 합의를 거쳐 체결한 도급계약이 있으니 법원을 통해 법적 판단을 구해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통화에서 “KT의 전반적 분위기는 분쟁 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소송을 통한 장기전에 돌입해 본인들의 책임과 의무 등을 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이 KT와 시공계약을 맺고 진행 중인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WEST(서관) 리모델링' 사업 예상도. 사진=KT 제공](https://storage1.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718/1721282389546955.jpg)
법무법인 바른은 지난 5월 관련 판례동향 보고서에서 “앞으로 건설산업기본법에 의거해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효력이 적극적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결국 이번 소송 판결 내용이 향후 발주자(시행사)와 건설사 간 공사비 분쟁의 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롯데건설이 KT에스테이트와 시공도급계약을 맺고 서울 광진구 옛 KT광진지사 부지(자양제1재정비촉진구역)에 건설 중인 '롯데건설 이스트폴' 예상도. 사진=롯데건설 제공](https://storage1.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718/1721281776184465.jpg)
일각에서는 쌍용건설이 승소해 추가 공사대금 수령에 성공할 경우 다른 건설사들도 같은 조치에 나서야 할 업무적 책임이 내부적으로 발생하고, 담당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배임이 될 소지도 있어 KT를 상대로 공사비 증액 요구 움직임이 빗발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KT와 시공계약을 맺은 한 건설사 관계자는 “KT에서 온당한 공사대금을 받는 일과 향후 KT와 원만한 사업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일이 결코 다른 얘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합리적 이유가 있는 공사비 증액 요청에 대해서는 KT가 협의에 나서서 긍정적으로 해결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강훈 기자 ygh@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