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김건희 이어 윤 탄핵 여론조작 의혹까지…‘제2의 드루킹’ 확전 시 여야 모두 겨눌 가능성
발단은 김건희 여사가 지난 1월 23일 한동훈 후보에게 보냈다는 문자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시작됐다. ‘제가 댓글팀을 활용하여 (한동훈) 위원장님과 주변에 대한 비방을 시킨다는 얘기를 들었다. 너무도 놀랍고 참담했다. 함께 지금껏 생사를 가르는 여정을 겪어온 동지였는데 아주 조금 결이 안 맞는다 하여 상대를 공격할 수 있다는 의심을 드린 것조차 부끄럽다. 제가 모든 걸 걸고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결코 그런 일은 없었고 앞으로도 결코 있을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1월 23일은 이른바 ‘윤-한 갈등’이 세간에 알려진 직후였다. 이틀 전인 1월 21일 이관섭 당시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한 후보에게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를 했고, 한 후보는 거부했다. 이를 놓고 친윤계와 한 후보 간은 물론 양측 지지자들도 댓글 등을 통해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이 와중에 김 여사 댓글팀 얘기가 돌았고, 김 여사가 직접 이를 부인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여사에 이어 한 후보도 댓글 논란에 휩싸였다.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한 후보가 장관 시절 댓글팀에 해당하는 ‘여론조성팀’을 가동했다고 주장했다. 양문석 민주당 의원은 7월 14일 한 후보의 댓글팀 의심 계정 24개를 발견, 6만여 개의 댓글을 분석했다고 밝혔다. 양 의원에 따르면 이 댓글팀은 한 후보가 장관에 취임한 2022년 5월부터 활동했다고 한다.
그러자 야권은 총공세에 나섰다.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7월 16일 “불법 댓글팀이 운영된 게 사실이라면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는 최악의 국정농단이자 국기문란, 중대범죄일 것”이라고 했다. 조국혁신당의 조국 당 대표 후보도 “자신이 같은 논란을 일으켰다면 검찰이 수사했을 것”이라며 수사를 촉구했다.
한동훈 후보와 각을 세우는 여권 정치인들도 ‘제2의 드루킹 사건’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사실이라면 드루킹 사건과 맞먹는 대형 여론조작 사건”이라고 했고, 원희룡 후보도 “실제로 존재한다면 중대 범죄 행위다. 드루킹 사건을 떠올리면 된다”고 직격했다. 이들은 김 여사 댓글팀과 관련해선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드루킹 사건’은 김경수 전 지사, 닉네임 드루킹 등이 2014년부터 2018년 사이 킹크랩 프로그램을 이용해 19대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댓글을 달고 타 후보를 비방하는 등의 여론조작을 했던 사건이다. 이로 인해 김경수 전 지사는 2년형을 확정 받고 수감됐다.
역설적으로 공세 고삐를 죄고 있는 민주당 내에서 불안한 기류가 감도는 것도 ‘드루킹 사건’ 때문이다. 드루킹 사건 출발은 민주당 수사 의뢰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수사 결과 민주당은 치명상을 입었고, 유력 대선주자 김경수를 잃었다. 이번 댓글팀 논란이 불거진 후 그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말들이 고개를 들었던 것도 ‘공수’가 바뀌었던, 드루킹 트라우마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실제 정치권이 지난 총선 때 여론 조작 목적으로 댓글팀을 활용했다는 정황은 곳곳에서 나온다. 이런 의혹이 본격화하면 여야 모두를 겨눌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댓글팀 뇌관에서 정치권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다.
7월 16일 여의도 한국거래소 인근에서 만난 A 씨는 자신과 몇몇 조력자들이 2023년 12월부터 100여 일 동안 댓글팀을 가동했었다고 털어놨다. 본 직업이 카드 추심업체 소속이라고 밝힌 A 씨는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지인 주선으로 댓글팀을 만들었다. 사무실도 그 지인이 구해줬다”고 했다. A 씨의 지인은 제법 이름이 알려진 여론조사기관 전직 임원으로 파악됐다. 이 임원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A 씨의 말이다.
“평소 컴퓨터를 잘 다뤘다. 지인 소개로 3년 전 비슷한 일을 했었다. 내가 개발한 프로그램을 썼는데, 이번엔 인공지능도 활용했다. 우린 정당 소속이 아니다. 의뢰가 들어온 일만 했다. 기억해보면 여도 있었고, 야도 있었다. 어떤 식으로 댓글을 달아야 하는지 사전에 내용과 방법을 전달받았다. 불법이라는 인식은 크게 없었다. 일이 엄청 많았고, 수입도 좋았다. 여의도에 우리 같은 팀이 두 자릿수 이상이라고 들었다. 팀은 해체됐고, 그때 일했던 다른 동료들과는 연락하지 않는다.”
A 씨에 따르면 특정 후보뿐 아니라 현안과 관련된 댓글도 주문을 받았다고 한다. 일례로 공천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많을 때 이를 반박하고, 상대진영을 비방하는 식이다. A 씨는 “댓글들 달다 보면, 또 다른 댓글팀 흔적을 볼 때가 많다. 그들 역시 조직적으로 댓글을 달고 있는 것이다. 그땐 팀 간에 전쟁이 벌어진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면서 “그만큼 댓글팀이 많았다는 뜻이다. 누가 누구를 욕할 순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때마침 댓글팀 논란으로 수세에 몰렸던 여권도 반격에 나서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론 조성 과정에 조직적이고 인위적인 조작이 있는 것 같다는 주장이 불거진 후다. 인터넷 한 대형 커뮤니티 회원은 ‘탄핵 글을 올리면 1만 원을 준다는 글을 받았다’면서 이를 캡처해 올렸고, 여기엔 비슷한 제안을 받았다는 답글들이 달렸다.
국민의힘 미디어법률단은 “탄핵 게시글 작성을 부탁한 관련자들을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및 업무방해죄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미디어법률단 측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관련 글을 확산시키고, 이를 활용해 여론을 선동하기 위한 명백한 목적성을 띠고 있음이 분명하다”면서 “과거 드루킹 댓글 사건을 보는 듯하다”고 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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