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용 방안 놓고 서울시·강남구 이견…서울시 “용역 마무리 단계, 강남구와도 협의 예정”
서울시는 2014년 4월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 계획 주요 내용은 강남구 한국전력공사(한전) 부지, 서울의료원 부지, 한국감정원 부지 등을 재개발하고 잠실종합운동장과 코엑스를 증축·리모델링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현대자동차와 삼성생명에 각각 한전 부지와 한국감정원 부지를 매각했다. 잠실종합운동장은 잠실 스포츠·MICE 복합공간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MICE는 회의, 관광, 컨벤션, 전시회 등 4가지 분야를 통틀어 말하는 서비스 산업이다.
현대차는 당초 옛 한전 부지에 105층 규모 건물을 건설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55층 2개동’으로 설계 변경을 요구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현대차의 설계 변경을 거절했고, 이에 현대차는 조만간 새로운 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삼성생명 역시 구체적인 한국감정원 부지 개발 계획이 없는 상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획이 결정된 것은 없고, 개발을 할지 매각을 할지 등을 놓고 검토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의료원 부지는 이 중에서도 진행 상황이 가장 더디다. 서울의료원 부지는 다른 부지와 달리 매각조차 진행되지 않았다. 서울의료원 부지에는 현재 각종 건설 자재가 어지럽게 놓여 있었고, 일부 구역에서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랄 정도로 방치된 상황이다. 옛 서울의료원 건물은 철거된 상태다.
서울시는 지난 몇 년간 수차례 서울의료원 부지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소유권도 분산돼 있다. 서울시는 2021년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와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를 맞교환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소유권을 확보한 후 서울시가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 1만 1368㎡(약 3440평)를 LH의 송현동 부지와 맞교환한 것이다. 이로써 서울의료원 북측 부지는 서울시가, 남측 부지는 LH가 각각 소유하고 있다.
서울의료원 부지 매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공공개발 논의가 오가기도 했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2020년 8월 “서울의료원 부지에 공공주택 3000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류훈 전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2022년 1월 “서울의료원 부지에 3000호를 공급하는 것은 비현실이고, 800호 정도로 시작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LH 소유의)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에는 200~250호 정도로 예정돼 있고, 북측 부지에는 550호~600호 수준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규모 차이는 있지만 국토부와 서울시 모두 공공주택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계획까지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란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을 뜻한다.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에 따르면 서울의료원 부지에는 단독주택이나 공동주택의 건설이 허가되지 않는다. 다만 LH 소유의 남측 부지는 지상 연면적 20~30%에 공동주택 조성이 가능하다. 이에 국토부와 서울시는 공공주택 조성을 위해 서울의료원 부지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추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강남구가 거세게 반발하면서 공공주택 건설 추진도 난항을 겪고 있다. 정순균 전 강남구청장은 2021년 “강남구는 공동주택 대안을 제시하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서울시는 일체 응하지 않았다”며 “(공동주택 건설은)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 취지나 강남의 미래 발전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순균 전 구청장은 2022년 퇴임하고 조성명 강남구청장이 새롭게 취임했다. 조 구청장은 후보 시절 서울시와 어느 정도 협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순균 전 구청장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반면 조성명 구청장은 국민의힘 소속이므로 오세훈 시장과 보조를 맞출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조 구청장은 취임 후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상업지구로 조성되는 것이 낫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강남구는 “국제교류복합지구에 걸맞은 MICE 산업 지원시설로 개발될 수 있도록 서울시와 태스크포스(TF) 회의 등을 통해 긴밀한 협조체계 유지 및 주민설명회 등 적극적인 주민 소통을 요청할 것”이라며 “남측 부지에 건립 예정인 공공주택은 MICE 산업 종사자를 위한 주거로 개발될 수 있도록 LH에 적극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2022년 서울의료원의 다른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해 ‘서울의료원 부지 개발구상 마련을 위한 TF’를 구성했고, 2023년에는 부지 사업계획 수립을 위해 외부 업체에 용역을 맡기기도 했다. 당초 용역 기간은 올해 1월까지였지만 아직까지 용역 작업이 완료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서울시 관계자는 “용역이 마무리 단계이며 안이 만들어지면 강남구와도 협의를 할 것”이라면서도 “현재 인근에서 진행 중인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사업이 끝난 후 서울의료원 부지도 개발이 될 것 같다”라고 밝혔다.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사업의 주요 내용은 삼성역에서 봉은사역까지의 지하공간에 통합역사, 버스환승정류장, 공공 및 상업시설이 들어서는 것으로 2028년 완공 예정이다.
LH도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 개발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LH는 한때 서울의료원 부지 매각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LH 관계자는 “서울의료원을 원래 매각하려고 했지만 현재는 상황이 변경돼서 다각적으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결정 난 것은 없다”라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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