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0일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8월 9일부터 음식값의 9.8%를 ‘배민1플러스’ 중개수수료로 받는다고 밝혔다. 기존 6.8% 대비 3.0%포인트(p) 오르는 것이다. 배민1플러스는 점주들이 가입하는 요금제다. 배민이 주문 중개와 자체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울 지역 자영업자가 2만 원짜리 치킨을 주문받으면 점주가 배민에 내는 중개수수료는 600원 늘어난다. 대신 배민은 업주 부담 배달비를 지역별로 건당 100~900원 낮출 예정이다.
배민은 이번 수수료 인상은 소상공인 상생협의체 발족을 앞두고 기습적으로 단행됐다. 공정위·기획재정부·중소벤처기업부·농림축산식품부는 7월 중 배달 플랫폼과 소상공인, 전문가가 참여하는 상생협의체를 꾸릴 계획이다. 협의체는 오는 10월 수수료 부담 완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배민의 수수료 인상에는 모회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압박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DH는 반독점법 위반으로 유럽연합(EU)에서 4억 유로(약 6000억 원) 이상의 벌금을 부과받을 위기에 처했다. 배민은 지난해 4월 DH에 4000억 원이 넘는 중간 배당을 지급하며 DH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앱)·리테일 분석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5월 월간 사용자 수 기준 점유율은 배민(60%), 쿠팡이츠(20%), 요기요(16%) 순이다. 신한은행 ‘땡겨요’와 경기도 공공 배달 앱 ‘배달특급’의 점유율은 합쳐서 4%에 그친다. hy는 6월 ‘노크’를 출시해 이제 막 이용자 확보에 나섰다.
다른 배달 플랫폼 업체들은 배민의 수수료 인상이 온라인 플랫폼 규제 입법에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실제 배민 수수료 인상 이후 플랫폼 규제 논의가 힘을 받는 모양새다. 지난 7월 15일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전국가맹점주협의회·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 10여 개 단체는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 단체는 “정부는 플랫폼 대기업의 독과점 규제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국회는 플랫폼 대기업의 독과점이 더 심해지기 전에 온라인 플랫폼 법안을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도 온라인 플랫폼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7월 15일 국회에서 배민 수수료 인상 조치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배민이 수수료를 인상할 수 있던 이유는 배달업과 관련해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하루 빨리 이런 독점적 행위자들을 적절히 규제해 시장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에는 현재 5개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이 발의됐다. 크게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법과 온라인 플랫폼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안으로 나뉜다. 독점규제법은 온라인 플랫폼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하고 이들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는 자사우대·끼워팔기·멀티호밍(자사 플랫폼 이용자에 경쟁 플랫폼 이용을 금지하는 행위) 제한, 최혜대우(타 플랫폼 대비 가장 유리한 거래조건) 요구가 포함된다. 온라인 플랫폼 거래 공정화 법안은 온라인 플랫폼과 입점업체 사이의 거래 관계를 규율하고 불공정 거래행위를 사전에 대응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 팀장은 “현재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을 통해 부당한 계약을 강제하는 행위를 규제한다. 공정위에 입증 책임이 있는 데다 조사 기간이 2~3년씩 걸린다.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 사업자가 이미 시장을 독과점한 이후에야 사후 조처를 하는 상황”이라며 “거래 공정화법과 독점규제법 모두 통과돼야 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도 플랫폼 규제 입법을 재추진하는 분위기다. 공정위는 지난해 말 시장지배적 지위 사업자를 사전 지정해 독과점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플랫폼법 제정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플랫폼 업계에서 과도한 규제라는 반발이 일었다. 결국 지난 2월 원점 재검토에 들어갔다. 업계 반발은 여전히 거세다. 스타트업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플랫폼 기업은 서버가 우리나라에 없어 매출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매출액 기준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선정하면 규제에서 비켜나갈 수 있는 셈”이라며 “결국 국내 기업만 옥죄는 규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배달 플랫폼 업계에서는 상생협의체를 잘 활용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배달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도 최근 자체 브랜드(PB) 상품 우대 등을 이유로 과징금을 받았다. 굳이 법을 따로 안 만들더라도 상생협의체 등을 통해 수수료 문제는 충분히 소통이 가능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외식업계도 ‘발칵’…이중가격제 만지작
배달의민족(배민)의 수수료 인상에 외식 자영업자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등이 잇달아 성명을 내면서 배민의 중개이용료율 인상을 규탄하고 있다. 물가 상승과 경기 악화로 이중·삼중고에 처한 자영업자들을 외면했다는 주장이다.
배민은 최근 정률제 상품을 확대하는 추세다. 배민은 올해 1월 요금제를 개편하면서 자체 배달은 ‘배민배달’로 대행사를 이용한 배달은 ‘가게배달’로 각각 이름을 바꿨다. 배민배달은 업주 매출이 늘어날수록 수수료가 많아지는 정률제 상품이고 가게배달은 고정 금액 광고료를 지출하는 정액제 상품이다. 때문에 외식업주들은 후자를 선호했다. 외식업주들은 배민이 1월 요금제 개편 이후 가게배달 메뉴 크기를 작게 만들고 쿠폰·무료배달 등의 프로모션도 모두 배민배달로 몰아주면서 정액제 상품을 이용하는 점주들을 차별한다는 불만을 제기해왔다.
김종백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팀장은 “올해 초부터 정률제 요금제를 쓰는 분들을 우선적으로 노출하다 보니까 정액제와 매출 차이가 너무 크게 나기 시작했다”며 “점주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정률제로 넘어갔는데 수수료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정말 힘들어하고 있다. 이번에 수수료율까지 올린다고 하니 막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배민이 정률제 광고상품인 오픈리스트(가장 상단에 노출되는 광고)와 우리가게클릭(고객이 클릭할 때마다 요금이 부과되는 광고)의 노출 영역을 확대한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승미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책위원장은 “점주들을 위해 한다고 하는 건데 이게 확대되면 점주들은 마케팅 비용이 추가로 나갈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이 나보다 먼저 노출되기 때문에 나도 어쩔 수 없이 그 경쟁에 참여해야 하는 구조다. 정률제인지라 광고비 부담 압박도 극심하다”라고 말했다.
배민의 요금제 개편안 발표 이후 일부 프랜차이즈 점주들 사이에서는 본사를 상대로 매장 가격과 배달 가격을 다르게 표시하는 ‘이중가격제’ 정책을 제안하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이와 관련, 배민 관계자는 “이번 요금제 개편에 따른 업주 부담 변화를 정확히 보려면 업주 부담 배달비를 지역에 따라 100~900원 인하한 것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라며 “이번 요금제 개편을 통해 변경된 배민1플러스 중개이용료율은 경쟁사와 동일한 수준이다. 당사는 이번에 인상되는 액수만큼 그동안 저렴하게 서비스를 제공해 온 것이다. 요금제 개편은 그간 무료배달과 관련한 출혈경쟁 과정 속에서 타사 대비 낮은 요율을 유지해온 자체배달의 요금체계를 현실화하고 업주와 고객 혜택을 강화해 지속가능한 사업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