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경호·극성팬 문제 공존…연예인 피해 드러나지만 팬 사고 알려지지도 않아
인천국제공항공사 이학재 사장은 7월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공항이 생긴 이래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1년에 수백 명의 연예인이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나가고 있는데 이렇게 사설 경호업체가 엉뚱한 행동을 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지적하면서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또 인천공항경찰은 문제가 된 당일 변우석의 경호를 맡은 3명의 경호원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변우석의 소속사는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한다며 소개를 숙였지만 여론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상황이 악화하자 팬들은 이번 사태를 초래한 소속사를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실 공항에서 벌어지는 연예인 경호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스타들의 공항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공항에 운집한 대규모 팬들 틈에서 연예인을 보호하려는 경호원들과 팬들 사이에서는 크고 작은 마찰과 잡음이 종종 일어난다.
아이돌 스타들의 경우는 더하다. 그 과정에서 경호원들이 팬들을 밀치는 등 과하게 대해 논란이 일기도 하고, 반대로 극성스러운 팬들 때문에 연예인이 부상을 입는 경우도 있다. 연예계에서는 이번 변우석의 과잉 경호 논란을 “언제 터져도 터질 일”이라고 바라보기도 한다.
#변우석의 과잉 경호, 어땠길래…
변우석은 7월 12일 홍콩 팬미팅 참석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최근 아시아 팬미팅 투어를 진행 중인 변우석은 잦은 출입국을 반복하고 있고 그때마다 수백 명의 팬들이 공항에 몰려들고 있다.
논란이 불거진 당일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변우석이 타고 온 차량에서 내려 공항 출입구로 들어서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팬들이 출입구 주변에 진을 쳤고, 변우석이 공항에 들어서자 그를 쫓아 팬들도 대거 움직였다. 경호원들은 안전 등을 고려해 팬들이 따라오지 못하도록 해당 출입구를 몇 초 동안 임의로 막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공항 출국장에서 벌어졌다.
변우석이 한 항공사의 라운지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또 다시 팬들이 카메라를 들고 몰려들자 경호원들은 이들에게 강한 불빛이 나오는 플래시를 쏘기 시작했다. 플래시가 비추면 막무가내로 들이미는 카메라로 사진이나 영상을 찍기 어렵다. 심지어 경호원들은 라운지를 이용하는 일부 승객들의 항공권을 검사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변우석의 일부 극성팬들이 라운지 내부까지 들어오는 걸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그 과정에서 ‘과잉 경호’를 넘어 ‘황제 경호’라는 지적이 불거졌다.
게다가 변우석을 보호하려는 경호원들의 행동이 팬들에게 한정되지 않으면서 논란을 키웠다. 당시 공항을 이용하던 승객들의 목격담에 따르면 경호원들은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 어린 자녀를 데리고 있는 가족 승객들에게도 무차별적으로 플래시를 쏜 것으로 전해진다. 변우석 때문에 라운지가 소란스러워지면서 이용에 불편을 겪었다는 항의도 빗발쳤다. 한 승객은 공항에서 겪은 불편을 호소하면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모두 편안하게 이용해야 할 공항에서 특정인의 경호로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었다.
비난이 쏟아지자 변우석의 경호를 맡은 사설 경비업체 관계자는 몇몇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공항 출입구를 잠시 통제한 것은 공항 측과 사전 협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항 측은 경비업체와 협의 과정이 없었다고 반박하면서 ‘거짓말 논란’으로 확산하고 있다. 급기야 인천공항경찰단은 변우석의 출국길에 동행한 경호원들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당시 현장에 동행한 6명의 경호원 가운데 3명에 대해 폭행이나 강요 등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 라운지 이용을 막고 항공권을 검사한 경호원들의 행위 역시 라운지 운영사의 업무를 방해했는지 살필 예정이다.
#공항은 팬덤 집결 장소…안전 우려에 경호 강화
공항은 스타의 팬들이 가장 ‘선호하는’ 장소다. 어떠한 절차도 필요 없이 좋아하는 스타를 가깝게 만날 수 있는 열린 장소라는 점에서 인기다. 공항은 원할 때 누구나 찾아갈 수 있는 곳으로 콘서트나 팬미팅 티켓을 구하기 위해 치열한 예매 전쟁을 벌일 필요도 없고, 돈도 들지 않는다. 연예계에서 스타들의 ‘공항 패션’이 걸어 다니는 광고판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러나 보니 스타들의 공항 출국길과 입국길은 팬들에게 ‘소장 사진’ ‘소장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자리매김했다.
많은 인파가 한 번에 몰리면 그만큼 사고 위험도 높다. 공항의 특성상 오직 팬들이 자발적으로 안전을 지키는 방법밖에 사고를 방지할 대책이 없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출국장은 물론 항공기 내부까지 동행하는 일부 극성팬도 있어 연예인을 보호해야 하는 경호원들로서는 과도한 경호를 벌일 수밖에 없다는 ‘이해론’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변우석의 경호원들이 플래시를 팬들을 향해 강하게 쏜 것은 이미 인기 K-팝 그룹의 공항 출입국 때 경호원들이 자주 택하는 방법이다. 마구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사진과 영상을 찍는 행위를 막으려는 방법이지만, 이번 변우석의 경우 팬이 아닌 승객들이 몰려 있는 공간에서 플래시를 쏘아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경호원이 적어도, 많아도 문제다. 드라마 ‘눈물의 여왕’을 통해 팬덤을 늘린 배우 김지원의 경우 최근 해외 일정을 마치고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는 과정에서 팬들이 한 번에 몰리면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됐다. 김지원과 팬들로 이뤄진 인파가 밀고 밀리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영상으로 촬영돼 각종 SNS에 공개되면서 심각한 인명피해 우려까지 제기됐다. 그러자 팬들은 ‘허술한 경호’를 문제 삼으면서 ‘경호를 보강해야 한다’고 김지원의 소속사에 요청했다.
K-팝 그룹 스트레이키즈는 2022년 해외 공연을 마치고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는 과정에서 멤버 한이 몰려든 팬들에 밀려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갓세븐의 멤버 잭슨은 공항에서 팬이 모는 차량에 다리를 다쳤다. 수많은 팬들이 저마다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개인정보가 유포되는 피해도 발생한다. 그룹 트와이스의 다현이 손에 들고 있던 여권을 클로즈업해 찍은 사진이 SNS에 유포되면서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피해도 있었다.
또 다른 문제는 연예인들의 피해는 외부로 드러나지만, 인파에 묻힌 팬들이 당하는 사고는 알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 변우석 과잉 경호를 계기로 스타들의 공항 출입에 관한 공항 측의 대책 마련과 팬덤의 자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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