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태양성 이후 최대 정킷방 사고”…재개 준비 불구 한번 영업 중단한 곳이 다시 살아날지 의심 시선
최근 두윈(Dowin) 정킷방을 두고 마닐라 현지 소식통 A 씨가 한 말이다. 두윈그룹은 필리핀 일대에서 정킷방 여러 곳을 운영하는 정킷방 전문 업체다. 두윈은 필리핀 마닐라 오카다, 솔레이어, 헤리티지 등은 물론이고 클락 등에도 정킷방을 운영 중이다. 두윈이 일종의 예금 대량 인출(뱅크런)이 벌어져 영업을 중지했다가 최근 재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영업을 중단했던 두윈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 의심이 시선이 많다.
정킷방은 흔히 국내에서는 연예인, 스포츠 스타가 이용했다고 해 문제가 되면서 대중에게 알려졌다. 정킷방은 ‘유람’을 뜻하는 영어 단어 Junket과 ‘방’을 의미하는 Room의 합성어다. 정킷방 에이전트가 카지노 플레이어에게 여행 경비 일부를 대주기 때문에 이런 단어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정킷방은 보통 사설 사업자가 메인 카지노 일부 공간 하나를 임대해 운영한다. 일부 공간을 임대하기 위해서는 카지노에 납입할 보증금이 최소 50억 원에서 수백억 원이라는 얘기도 있다. 카지노도 사설이지만, 정킷방은 소규모기 때문에 고객 편의에 더 맞춰준다고 전해진다.
정킷방 에이전트는 카지노 손님에게 등급에 따라 항공기 티켓, 호텔 숙박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카지노 에이전트도 비슷한 혜택을 제공하지만, 정킷방 에이전트가 더 친밀하고 혜택이 많다고 알려졌다. 카지노 플레이어가 아니더라도 정킷방을 이용하는 사업가도 많다. 필리핀에서 사업, 무역 등을 하는 사람이 정킷방을 일종의 은행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정킷방을 이용하는 한 사업가 B 씨는 “필리핀에서 은행 업무를 보려면 하세월이다. 그날 당일 처리한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일정 이상 현금을 들고 필리핀을 드나들 수도 없다. 그런데 정킷방은 출금·이체가 곧바로 가능하다. 카지노 어카운트는 안 해주지만 정킷방 어카운트는 전화 한 통이면 내가 원하는 어카운트로 즉시 송금도 가능하다. 정킷방 어카운트에 쌓인 돈 중 최소 70% 이상은 이런 사업자금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정킷방을 여러 국가별로 운영했던 게 태양성(썬 시티)이다. 태양성은 마카오에서 태생해 세계적으로 뻗어나갔다. 태양성은 마닐라, 라스베이거스 등 해외에도 업장을 냈다. 특히 조건부지만 국경을 넘어 글로벌 계정 간 송금도 가능하다는 점이 태양성 인기를 더하게 만들었다. 태양성은 어카운트에 돈을 넣어 놓으면 이자도 준다는 점에서 사실상 은행이나 다름없었다.
연매출 200조 원에 달하는 태양성은 전 세계 카지노 매출 1위를 찍으며 승승장구했고 주식시장에 상장도 했다. 그런데 2020년 앨빈 차우 태양성 회장이 중국 독립을 외치는 홍콩 민주화 운동에 돈을 지원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구속됐다. 이 소식에 태양성에 맡겨 놓은 돈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는 예금 대량 인출이 벌어졌지만, 출금에 성공한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완전히 공중분해 된 태양성은 회장 사건 이후에는 아예 디파짓(예치)해 놓은 수십조, 수백조 원 돈을 찾을 수 없게 됐다고 한다. 당시에는 태양성을 이용하는 한국인 카지노 플레이어가 별로 없어 피해가 덜했다고 여겨졌다. 다만 태양성이 워낙 거대해 믿고 돈을 맡긴 한국인 사업가들이 꽤 있었고, 사업가들은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이 쉬쉬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이때부터 ‘그 거대했던 태양성도 한순간에 망했는데, 정킷방에 큰 돈을 예치하면 안 된다’는 얘기가 돌았다.
2024년 6월 17일부터 두윈을 두고 ‘제2의 태양성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마닐라 최고의 정킷방 그룹 중 하나로 알려진 두윈이 뱅크런으로 영업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두윈은 6월 17일 정킷방 영업을 전격 중단한 뒤 6월 24일 영업 재개를 공지했다가 재개장 하루 전날 개장을 다시 7월 19일로 연기한다고 번복하면서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상실했다.
두윈이 영업을 중단하게 된 건 소문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현지 소식통 A 씨는 “두윈 에이전트가 자신의 고객들에게 ‘요즘 두윈 출금 속도가 느리다. 조심해야 한다’면서 출금을 권고했다고 한다. 이 소문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뱅크런이 걸렸고 두윈이 지급을 못 하면서 아예 영업을 정지했다”고 설명했다.
두윈은 최근 정킷방이 아닌 자신 소유 카지노를 짓고 있고, 주거단지 등 건설 사업으로 뻗어나가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두윈이 어카운트 내 돈을 일부 사용해 고객 돈을 못 돌려주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또 일각에서는 ‘두윈이 자사 카지노를 만들면, 기존 카지노와 경쟁 관계에 돌입하게 된다. 이 때문에 기존 카지노가 두윈을 향해 악의적 소문을 낸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A 씨는 “두윈은 한국인이 중점적으로 이용하는 정킷방이다. 태양성도 피해자가 많았겠지만, 두윈은 사업가뿐만 아니라 카지노 플레이어 중에서도 피해자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7월 17일 두윈은 공지를 통해 “19일 마닐라 오카다, 클락 로이스를 오픈하여 고객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고, 20일 오전 10시부터 정상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다른 업장은 오픈 준비 중이다”라고 발표했다. A 씨도 “두윈 정킷방이 최근 직원들이 오가면서 영업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돈을 한 번에 받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 두윈 고객은 “지금 두윈이 고객에게 직접 전화를 돌려 상황을 설명 중이다. 두윈 측에서는 ‘20일부터 현금 인출 가능하지만, 계정에 있는 돈 중 70%만 지급 가능하다. 나머지 30%는 9월 말 전까지 2차 지급할 예정이다. 남은 30%는 게임 칩으로도 못 받는다’고 말했다”면서 “일단 이 돈이라도 쥐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오늘 당장 마닐라로 가서 모든 돈을 찾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 번 쓰러졌던 두윈이 다시 살아날지를 두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킷방 중 한 번 지급 중단을 했던 곳이 살아난 경우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A 씨는 “두윈이 소액 예치 고객은 70%로 지급하고, 고액 예치 고객은 정킷방 지분으로 지급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다시 영업 중단을 풀고 고객 돈을 돌려준다고 해서 두윈에서 게임을 하거나 돈 맡길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며 “두윈이 다시 살아나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럼 고액을 맡긴 고객은 휴지 조각 지분을 받는 터라 걱정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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