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학규 경기도지사(왼쪽),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 ||
대체로 경선 때 손 지사측이 최 대표를 돕지 않은데서 비롯된 감정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일부에선 최 대표가 손 지사 견제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두 사람의 갈등은 향후 한나라당의 차기 대선구도에도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최 대표와 손 지사의 불편한 관계는 경선 당시 ‘도와달라’는 최 대표의 부탁을 손 지사가 거절한 데서 비롯됐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최 대표는 대표 경선운동에 돌입하면서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안상수 인천시장 등 수도권 광역단체장 세 명을 차례로 접촉, 도움을 요청했다. 이들 빅3는 대권 꿈을 가지고 있고, 당내에도 나름대로 기반을 갖고 있는 만큼 무시하지 못할 존재다.
최 대표는 이들 중 손 지사로부터 가장 좋지 않은 대접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최 대표측 관계자는 “손 지사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그냥 헤어졌다”면서 “나중에 알고 보니 서청원 전 대표측을 민 것 같더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은 손 지사측으로부터도 확인됐다. 손 지사측 관계자는 “최 대표가 경선 때 도와달라고 찾아왔기에 어려운 사정을 설명드렸다”면서 “원래 서청원 전 대표로부터 정계입문 당시 도움을 받은 바 있어, ‘인간적 도리상 도우려면 서 전 대표를 도와야 하지만 이번 경선엔 중립을 지키려 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양측의 설명은 조금씩 다르지만 손 지사가 최 대표를 돕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들의 불편한 감정은 최 대표의 당선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최 대표는 대표 취임 이틀 뒤인 6월28일 부산을 방문, “차기 대선후보는 45~55세 전후가 바람직하다”고 이례적으로 대선후보의 연령기준을 제시했다.
47년생인 손 지사는 올해 56세이고, 4년뒤 2007년 대선에선 60세다. 최 대표가 제시하는 연령기준에 다소 빗겨나 있는 셈이다. 최 대표는 구체적으로 연령대를 적시할 필요가 없었는데도 굳이 45~55세라는 기준을 제시, 손 지사를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다.
7월 초 한 사석에서 최 대표는 이 같은 후보기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대표는 자신이 생각하는 차기주자의 경우 60세가 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나라당 내 후보군에 대한 품평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왼쪽)와 손학규 경기도지사의 사이 가 심상찮다. 사진은 지난 98년 ‘다정’했던 모습. | ||
특히 40대 전후의 젊은 의원들이 당내에서 많은 경험을 쌓게 되면 차기 대선후보감으로 손색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최근 당직 인선에서 이들 젊은 의원들을 대거 당직의 전면에 내세웠으며, 높은 기대감을 표명한 바 있다.
무엇보다 최 대표는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지사에 대해서는 ‘2007년 대선에서 나이가 이미 60세를 넘게된다’는 이유를 내세워 ‘쉽지않을 것’이라고 예측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손 지사측은 발칵 뒤집혔다. 손 지사측은 한때 최 대표를 향해 정면으로 항의할 것을 검토했다는 후문이다.
손 지사측에 따르면 강재섭 의원과 손 지사가 불과 한 살차에 불과한데, 손 지사를 나이가 많은 인물군으로 분류한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명박 서울시장이야 실제 4년 뒤 대선에서 66세로 많은 나이지만 60세에 턱걸이한 손 지사를 한 묶음으로 분류한 게 불쾌하다는 것.
한나라당 안팎에선 이 때문에 최 대표가 대권에 대한 욕심을 갖고 손 지사를 견제하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추정을 불러왔다. 최근 들어 각종 정보지에 최 대표의 대선프로젝트까지 나돌 정도다.
최 대표는 여러 차례 “나는 말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며 경선 때 약속한 ‘인큐베이터론’을 거듭 강조했다. 차기 후보를 발굴하고 지지하는데 주력하지, 결코 직접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란 얘기다.
그럼에도 최 대표가 막상 대표 당선 뒤 거대야당의 당권을 거머쥐고, 내년 총선마저 승리로 이끌 경우 대권 욕심을 내지 않을 수 있겠느냐는 의심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최 대표는 우선 가장 강력한 후보인 손 지사를 의도적으로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또 직접 대선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다른 주자를 내세워 손 지사를 견제할 수 있다. 손 지사의 경우 당내 기반이 그리 튼튼하지 못한 약점을 갖고 있다. 손 지사측으로선 최 대표와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하는 입장이다.
물론 두 사람은 이 같은 사실이 그리 유쾌하지 않은 사안인 만큼 공식적으론 불화설을 부인, 추가적인 대립 조짐은 없는 편이다. 하지만 당내에선 두 사람의 관계에서 보여지듯 차기주자 경쟁이 이미 벌어지고 있으며, 최 대표의 발언과 의중에 따라 앞으로도 여러 가지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필지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