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명 “매각·백지신탁” 밝혀, 일부는 실효성 논란…박덕흠 의원 “예결특위 강제 배정, 사임할 것”
이처럼 고위공직자 말 한마디에 주가는 출렁인다. 그래서 공직자윤리법은 고위공직자가 본인, 배우자, 직계 가족을 합쳐서 주식을 3000만 원 넘게 보유하면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하도록 규정한다.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에서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심사받은 주식만 매각 또는 백지신탁 의무가 면제된다.
미국에선 국회의원 주식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조쉬 하울리 등 미국 상원의원은 국회의원과 배우자, 자녀 주식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7월 10일 발의했다. 조쉬 하울리 의원은 "돈을 벌기 위해 의회에 있으면 안 된다"며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해 의회에 있어야 한다"고 법안 발의 기자회견에서 주장했다.
일요신문은 제22대 국회의원 300명이 지난 총선 출마 당시 신고한 재산 내역(2023년 12월 말 기준) 중 주식 보유 현황을 전수 분석했다. 보유 주식가액이 3000만 원 이상이라 매각 또는 백지신탁 의무가 있는 국회의원은 88명이었다. 88명 중 보유 주식과 소속 위원회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국회의원은 34명이었다.
이해충돌 의심 주식을 가진 국회의원 34명 중 12명은 주식을 이미 모두 매각했거나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일종(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국민의힘) 최수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이해민(과방위, 조국혁신당) 김남근(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정진욱(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준혁(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병기(정무위, 더불어민주당) 황정아(과방위·예결특위, 더불어민주당) 이종욱(기획재정위원회, 국민의힘) 김병주(예결특위, 더불어민주당) 김기표(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지혜(산자위·예결특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해충돌을 우려해 상장주식을 올해 1~2월 다 처분했다"며 "비상장주식은 윤리위원회에서 이해충돌 문제가 없는 것으로 심사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최 의원과 그의 배우자, 장남은 지난해 말 기준 상장주식 4421만 원, 비상장주식 4억 3200만 원어치를 보유했다. 대웅제약 상무, 바이오 벤처 '파노로스바이오사이언스' 대표 등을 지낸 최 의원은 메디제이, 메디사피엔스 등 제약바이오 업체 비장상장주식을 보유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보유 중인 주식은 하나도 없다"며 "해외 주식은 이해충돌 이슈가 없지만 이 의원 본인이 떳떳해지고 싶어서 모두 처분했다"고 밝혔다. 구글 출신 이해민 의원은 삼성전자, 구글, 애플 등 주식 보유 총액이 지난해 말 기준 3억 6579만 원이었다. 해외 주식은 현행 공직자윤리법상 매각 또는 백지신탁 대상은 아니다.
34명 중 3명은 주식을 백지신탁했거나 백지신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진석(국토위), 강경숙(교육위원회), 진종오(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이었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4월 조국혁신당 당선인 워크숍에서 발표한 십계명 중 '신규 주식 투자 금지'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교육위 소속인 강 의원은 한국교육평가진흥원 비상장주식을 1만 6667주 갖고 있다.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주식 보유 국회의원 34명 중 보유 주식 총액이 가장 많은 의원은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재정·경제 정책을 다루는 기재위는 직무관련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상임위다. 박수민 의원은 의료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업체 '아이넥스코퍼레이션', 마블 코믹스 체험 전시 국내 운영사 '티엠엑쓰', 코로나 진단 키트 수출업체 '아이스페이스그룹' 등 비상장주식을 총 306억 1772만 원어치 보유했다.
박 의원 비상장주식은 단기간 내 매각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박 의원이 창업했거나 경영한 회사 주식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박 의원 비상장주식 지분율은 아이넥스코퍼레이션 36.87%, 티엠엑쓰 84.83%, 아이페이스그룹 100% 등이다.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인 박수민 의원은 2018년부터 창업가와 벤처투자가로 활동했다. 지난 2월 국민의힘 경제 분야 인재로 영입됐다. 박수민 의원실 관계자는 주식 처분 여부와 관련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등을 국회 감사관실 등에 문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유 주식가액이 두 번째로 높은 국회의원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배정된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87억 3111만 원)이었다. 예결특위는 국가사업 전반을 심의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주식과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는 위원회다. 박덕흠 의원과 배우자는 가족 회사인 건설 업체 이준종합건설, 원하건설, 혜영건설 주식을 총 76억 6507만 원어치 갖고 있다. 박 의원 배우자는 10억 6604만 원 상당 상장주식도 보유했다. 박덕흠 의원실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일방적으로 예결특위에 박 의원을 배정했다"며 "예결특위에서 사임하겠다"고 전해왔다.
문체위와 예결특위에 배정된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 측도 박덕흠 의원과 마찬가지로 예결특위 소속이 아니라 이해충돌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박정하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예결특위 소속이 아니고 문체위 소속"이라고 주장했다.
박덕흠 의원은 예결특위에서 사임하더라도 보유 주식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 박 의원 배우자는 중국 최대 조미료 생산 업체인 해천미업 주식을 6866주 보유했다. 지난해 말 기준 약 4971만 원어치다. 국내 식품 산업을 다루는 농해수위 의원이 중국 식품업체 주식을 수천만 원 갖고 있는 건 논란의 여지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 해외 주식은 공직자윤리법상 매각 또는 백지신탁 대상은 아니다. 현행 백지신탁제 허점으로 지적받는 부분이다. 21대 국회에서 해외 주식을 백지신탁 대상에 포함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보유 주식가액이 세 번째로 높은 국회의원은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55억 4038만 원)이었다. 문 의원은 가족 회사인 폐기물 처리업체 '세창이엔텍' 주식을 지난해 말 기준 7만 5010주 보유했다. 문 의원은 지난 6월 10일 국토위 배정 이후 이틀 만인 6월 12일 세창이엔텍 주식을 전량 백지신탁했다.
문 의원 주식 백지신탁은 실효성 의문이 제기된다. 문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국토위원회에 배정돼 세창이엔텍 주식을 백지신탁했다가 3년 뒤 그대로 돌려받은 전력이 있다. 문 의원은 세창이엔텍 주식이 국토위와 직무관련성이 있다는 심사 결과를 받은 뒤 2020년 9월 세창이엔텍 주식을 백지신탁했다. 하지만 백지신탁된 주식은 팔리지 않았다. 문 의원은 2023년 백지신탁 해지로 세창이엔텍 주식을 다시 취득했다. 백지신탁된 주식은 매각이 안 되면 처분시한을 무한정 연장할 수 있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과 배우자는 2023년 말 기준 삼성전자 주식 6만 154주를 보유했다. 본인 4만 8500주, 배우자 1만 1654주다. 지난해 말 기준 47억 2208만 원어치다. 고동진 의원은 삼성전자 사장 출신이다. 산자위는 반도체 산업 관련 법안 등을 다뤄 삼성전자 주식과 이해충돌이 불가피하다. 고동진 의원실 관계자는 "직무관련성 심사를 청구한 뒤 심사 결과를 따르겠다"며 "해당 주식은 고 의원이 사장 시절 의무적으로 취득했던 주식"이라고 밝혔다.
고 의원은 2022년 3월 삼성전자 사장 퇴임 이후 보유 주식 상당량을 이미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 의원은 사장 퇴임 당시엔 삼성전자 주식을 7만 5000주 보유했다. 2022년 3월 이후 1년 9개월간 삼성전자 2만 6500주를 매각한 셈이다.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은 부동산 개발 및 임대업, 태양광 발전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가족회사 '동황' 주식을 16만 5000주 갖고 있다. 평가액은 25억 9349만 원이다. 우 의원은 경북 영천에 태양광 발전소를 보유하다가 지난 5월 매각하기도 했다. 환노위는 태양광 등 친환경 사업에 관여하기 때문에 이해충돌 여지가 있다. 우 의원은 동황 주식 보유와 관련해 "국회 윤리위원회에서 환노위와 이해충돌이 아니라는 심사 결과를 받았다"며 "동황은 공장 등 부동산 임대로 수익을 낸다. 태양광 매출은 1년에 몇천만 원밖에 안 해 주업으로 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정무위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 기재위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 기재위·예결특위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과방위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 예결특위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기재위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 외교통일위원회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유 주식에 대해 직무관련성 심사를 청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헌승 의원이 가진 주식 대부분은 제약회사 HLB(2만 2390주) 주식이었다. 이 의원은 지난해 말 기준 상장주식을 11억 4290만 원어치 보유했다. 이 중 11억 3517만 원이 HLB 주식이었다. HLB 주가는 지난해 말 5만 7000원에서 신약 허가 기대감에 3월 26일 12만 800원까지 올랐다. 7월 22일 종가는 8만 1300원이었다. 정무위원회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어 직무관련성이 폭넓게 인정되는 상임위다.
안도걸 의원은 본인과 배우자가 가진 주식은 없었다. 장남과 차남만 주식을 총 3억 1162만 원 보유했다. 이 중 장남이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 주식 가격이 총 2억 7830만 원이었다. 안 의원은 "장남이 LG에너지솔루션에 근무해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며 "직무 연관성 심사 결과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정연욱 의원과 이인선 의원은 보유 주식 대부분이 해외 주식이라 매각 또는 백지신탁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은 게임회사 '엑스텐게임즈' 비상장주식 121주도 보유했다.
기재위에 배정된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 관계자는 "이 의원 배우자가 갖고 있는 해외 주식은 현재 팔기에 손해가 너무 심해서 팔지 못했다"며 "2년 전 보궐선거 당선 이후 이 의원 본인이 가진 주식은 모두 처분하거나 백지신탁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이 의원은 본인이 가진 주식은 없다. 이 의원 배우자는 중국 전기차 업체 BYD, 중국 제약사 복성제약, 중국 면세점 업체 중국중면 등 중국 주식을 6196만 원 보유했다.
임광현 의원과 한지아 의원은 주식 이해충돌과 관련해 답변을 거부했다. 기재위에 배정된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주항공과 파두 주식 총 3억 8319만 원어치를 보유했다. 임 의원실 관계자는 주식 처분 여부에 대해 "계획이 있다"며 "8월 말 재산공개 자료에서 확인하면 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배우자가 제약회사 셀트리온, 비보존제약 주식을 보유했다. 지난해 말 기준 3384만 원어치다. 한 의원 배우자는 줄기세포 기업 '입셀' 비상장주식도 1000만 원어치 보유했다. 한 의원 장남과 장녀는 미국 원격의료 1위 업체 텔라닥헬스 주식을 각 19주 가졌다.
과방위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무위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교육위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환노위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 산자위·예결특위 박지혜 의원에게선 7월 23일 오전까지 답변이 오지 않았다. 일요신문은 7월 17일부터 의원 본인과 의원실 등에 연락을 취했다.
조인철 의원 배우자는 '글로벌아이디씨' 비상장주식 3125만 원어치를 보유했다. 조 의원은 해당 주식과 관련해 올해 초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졌다. 조 의원이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으로 재직 중이던 2020년 5월 광주시는 글로벌아이디씨와 같은 건물에 있는 인공지능 관련 회사 '엑센트리'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엑센트리 이사회 의장과 글로벌아이디씨 대표는 동일 인물이었다.
이강일 의원은 본인과 배우자가 8600만 원 상당 '에코실버' 비상장주식을 보유했다. 에코실버는 노인 등 사회적 약자 일자리 사업을 펼치는 곳으로 이 의원이 대표를 역임했다. 이 의원 배우자와 장녀, 차녀는 SK하이닉스 등 국내 상장주식을 8201만 원어치 보유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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