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대표 “초전도체 순도 높여 대량생산 가능한 샘플 제작”…구체적 데이터·검증 계획 안 밝혀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0에 가까운 물질이다. 전력 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꿈의 물질'로 불린다. 이제까지 만들어진 초전도체는 매우 낮은 온도, 높은 압력 등 특정 환경에서만 초전도 특성이 나타나 상용화가 어려웠다.
권 대표는 초전도체 핵심인 '0에 가까운 전기저항'은 아직 측정하지 못했다고 말해 의문을 낳았다. 그러면서도 권 대표는 "초전도 현상 근원인 쿠퍼쌍은 여러 측정장비로 확인했다"며 초전도체 개발에 성공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쿠퍼쌍은 초전도체에서 전자들이 2개씩 한 쌍을 이루는 현상이다. 전자들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쿠퍼쌍 형태로 이동하면서 저항 없이 전류가 흐르게 된다. 권 대표는 "저항이 작게 나오려면 샘플을 굉장히 잘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대표는 초전도체 테마주 광풍, 코스닥 상장사 충북방송(씨씨에스) 인수와 관련해선 답변을 피했다. 지난해부터 이른바 '초전도체 테마주'는 초전도체 관련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들썩였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7월 23일 씨씨에스 주가는 12.42% 올랐다.
권 대표는 이날 서울 강서구 등촌동 한 건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권 대표가 대표이사이자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 '퀀텀포트' 사무실이 위치한 건물이었다. 권 대표는 "2023년 7월 22일 5시쯤 논문을 아카이브(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에 올렸다. 그땐 세상이 이렇게 시끄러워질 줄 몰랐다. 준비된 상황에서 논문을 올린 게 아니었다"고 이날 말문을 열었다. 권 대표는 "물질(초전도체)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며 "작년 8월 퀀텀포트를 만든 이유"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가 주목한 권 대표 논문엔 "초전도체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는 주장과 함께 초전도체 제조 방법이 적혀 있었다. 전 세계 여러 연구팀은 해당 제조 방법에 따라 초전도체를 합성하는 재현 실험에 나섰다. 하지만 대체로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대다수 재현 실험에서 초전도 특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권 대표는 재현 실험 결과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 입장에서 열 받고 화났다"며 "순도 문제"라고 반박했다. 논문에 적힌 방법대로 만들어진 초전도체에 불순물이 섞여 있어 초전도 특성이 명확히 나타나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권 대표는 "저희가 (같은 방법으로) 만든 물질 중 순도가 잘 나온 게 있었다"며 "순도가 최대한 잘 나온 결과를 (1년 전) 논문에 올렸다"고 털어놨다.
권 대표는 아울러 "그동안 순도를 높이는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1년 전 논문에 적힌 방법으로는 순도 50~60% 초전도체가 만들어졌다면 이제는 순도 80% 이상 초전도체 제조 방법을 찾았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권 대표는 순도가 80% 이상이라는 구체적인 근거 자료를 공개하진 않았다. 권 대표는 "일반인은 (자료를) 본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다"며 "이 분야 학자들이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이어 "기존 논문에 있는 방식은 대량 생산 방식이 절대 아니다. 대량으로 (초전도체를) 만들 수 있는 합성 방식을 찾았다"며 "새로운 대량 생산 방식으로 순도가 높은 샘플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권 대표는 "전기저항은 아직 측정하지 않았다"고 말해 의문을 자아냈다.
그동안 초전도체 전문가들은 초전도체 개발 성과를 인정받고 싶다면 증명 방법은 간단하다고 입을 모았다. 초전도체 샘플을 외부기관에 제공해 0에 가까운 전기저항을 측정하면 된다는 설명이었다. 전 세계적인 관심에도 불구하고 초전도체 샘플은 한국에너지공대 단 한 곳에만 제공됐다. 하지만 한국에너지공대 연구진조차 해당 샘플의 초전도체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
권 대표는 "샘플을 달라는 곳이 너무 많았다. 3개월이면 (샘플 제작이) 될 줄 알고 기다려 달라고 답했다. 그런데 1년쯤 걸렸다"며 "(샘플이) 준비되면 (외부기관에)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지금도 샘플을 갖고 있다"며 작은 통 안에 든 가루 형태로 보이는 물질을 기자들에게 보여줬다.
권 대표는 순도 높은 샘플의 전기저항을 측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저항이 작게 나오려면 샘플을 굉장히 잘 만들어야 한다. 벌크(덩어리) 형태로 전기저항을 측정할 수 있고 증착(얇은 막으로 가공)을 통해서도 해봐야 한다. 저항은 증착 방식에 따라서 많이 달라질 수 있다"며 "완벽하게 준비 안 된 상황에서 (저항 측정을) 하면 저는 또 거짓말하는 사람이 된다"고 토로했다.
권 대표는 전기저항 측정을 안 한 상태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초전도체 개발 주장을 거듭한 이유에 관해선 "논문을 올린 지 1년이 됐다. (초전도체 개발 여부를) 매우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해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또 "지금 데이터로 설명할 수는 없다. 학회에서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발표 시점은 특정하지 않았다. 권 대표는 "언제라고 말하면 반응이 민감해 언젠지 말하기는 어렵다"며 "이제 본격적으로 논문을 작성하고 발표하겠다"고 했다.
권 대표는 초전도체 테마주에 관해선 "그쪽으로 코멘트할 게 없다"고 말했다. 코스닥 상장사 씨씨에스 인수에 대한 질문에도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게 아니다"라며 답변을 피했다. 권 대표가 지난해 7월 초전도체 논문을 발표한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선 사업 목적에 초전도체 관련 사업이 포함됐거나 초전도체 연구진과 관련성 있다고 거론된 회사 주가가 급등과 급락을 반복했다. 특히 신성델타테크는 지난해 7월 1만 원대에서 지난 2월 13만 원대까지 올랐다.
권 대표는 비디오 제작업체 '컨텐츠하우스210'과 손잡고 씨씨에스 인수에 직접 나서며 테마주 광풍에 불을 지폈다. 컨텐츠하우스210은 지난해 11월 씨씨에스를 인수하면서 권 대표를 씨씨에스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이후 씨씨에스는 지난해 12월 퀀텀포트가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공시했다. 씨씨에스 주가는 지난해 10월 1000원대에서 지난 3월 6000원대까지 올랐다.
하지만 권 대표의 씨씨에스 인수는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컨텐츠하우스210의 씨씨에스 인수에 대해 지난 1월 부적격 판정을 내리면서다. 씨씨에스 측은 과기정통부 처분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권 대표는 컨텐츠하우스210 측과도 갈등을 빚고 있다. 씨씨에스 이사회는 지난 3월 컨텐츠하우스210 측 사내이사들을 해임했다. 컨텐츠하우스210 측 인사들은 부당한 처사라며 이사회 결의 효력 정지 등 경영권 분쟁 소송을 냈다. 권 대표 등 이사회 구성원들의 배임·횡령 의혹을 제기하면서 형사고소도 진행했다. 씨씨에스 측은 맞소송을 제기했다. 씨씨에스 측은 컨텐츠하우스210 측에 단기매매차익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지난 3월 냈다.
씨씨에스는 당초 권 대표 등을 영입하면서 초전도체 사업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신사업을 설명하는 기업설명회도 열겠다고 지난해 11월 공시했다. 하지만 기업설명회 날짜는 지난해 11월 28일에서 12월 18일, 올해 1월 26일, 올해 4월 30일, 올해 7월 30일로 계속 미뤄졌다. 결국 씨씨에스는 기업설명회 개최를 취소한다고 7월 24일 공시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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