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81)의 인지력 논란을 불러일으킨 TV 대선 토론회부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78)의 피습 사건,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의 중도 사퇴까지 모든 사건이 불과 한 달도 채 되는 않는 기간 동안 벌어졌다. 이처럼 이변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유권자들의 시선은 이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59)에 옮겨가고 있다. 해리스의 깜짝 등판에 놀란 건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모두 마찬가지다.
갑작스런 후보 교체에 양쪽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지금까지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를 물고 늘어지며 맹공을 퍼부었던 공화당은 이제 다른 전략을 내세워야 하는 입장이 됐으며, 민주당 역시 트럼프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가 낮고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평을 듣고 있는 해리스의 지지율을 어떻게 끌어 올려야 할지 고심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과연 해리스는 이런 허들을 극복하고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역사를 쓸 수 있을까.
바이든 대통령의 뒤를 이어서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 원로인사들까지 속속 지지 선언을 하면서 이제 해리스의 대권 도전은 거의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미 과반을 넘긴 대의원 지지도 확보한 데다, 민주당원 79%가 해리스 지지를 표명하면서 사실상 공식 지명만 남은 상태다.
이에 지난 23일(현지시각), 해리스는 밀워키의 유세 현장에서 “앞으로 몇 주간 당을 통합해 11월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준비를 하겠다”면서 “우리는 미래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선언했다. 해리스가 첫 번째 유세 장소로 밀워키를 택한 이유는 이곳이 주요 경합주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불과 며칠 전 바로 이곳에서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렸기 때문이었다. 지난 18일 트럼프는 그 자리에서 대선 후보 지명 수락 연설을 했다.
이처럼 트럼프에게 정면승부를 예고한 해리스를 미국인들은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간 부통령으로서 존재감이 미미했다는 점, 그리고 과연 그가 트럼프의 카리스마와 호소력을 넘어설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어쩌면 이는 기우일지도 모른다. 바이든이 사퇴를 발표한 이후 속속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오히려 해리스가 트럼프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월 22~23일, 로이터 통신과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실시한 가상 양자대결 조사에서는 해리스가 지지율 44%로 트럼프의 42%보다 2%포인트(p)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후보까지 포함한 다자 대결에서는 42% 대 38%로 4%p까지 차이를 벌렸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바이든 사퇴가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이런 흐름의 변화는 기부금 행렬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바이든이 사퇴를 발표한 후 24시간 동안 민주당 선거캠프에는 8000만 달러(약 1110억 원) 이상의 기부금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는 이번 대선에서 하루에 모인 금액 가운데 최대 액수였다. 여기에 더해 해리스는 지금까지 바이든 캠프가 모금한 약 1억 달러(약 1400억 원)를 승계할 예정이다.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자 최초의 아시아계 대통령을 꿈꾸는 해리스는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태생으로, 아프리카계 자메이카 이민자 출신인 아버지와 인도 이민자 출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스탠퍼드대 명예 경제학 교수이며, 지금은 세상을 떠난 어머니는 UC버클리에서 유방암을 연구하는 과학자였다. 어머니가 카스트 최상위 계급인 브라만 출신인 데다 외조부 역시 인도 정부의 고위 관료였기에 어릴 때부터 비교적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다.
하지만 12세 때 부모가 이혼하면서 어머니와 함께 캐나다 몬트리올로 이주한 해리스는 백인들 틈에서 자라면서 끊임없이 정체성 혼란을 겪었다. 이로 인해 자연히 대학은 워싱턴 D.C에 위치한 흑인 명문 대학인 하워드대를 선택했다. 정치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흑인 여학생 클럽인 ‘알파 카파 알파’에 가입해 활동하기도 했다.
고향인 캘리포니아로 돌아온 후에는 UC해스팅스 로스쿨에 진학해 법조인의 길을 걸었다. 1990년 오클랜드 알라메다 카운티 부지방 검사를 시작으로 2004년에는 흑인 여성 최초로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사장직을 맡았다. 2011년에는 흑인 및 아시아계 여성 최초로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으로 선출되면서 승승장구했다. 해리스가 중앙 정치무대에 등장한 건 2017년, 흑인 여성 최초로 캘리포니아주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되면서였다. 그리고 2019년 대선에서는 민주당 예비후보 경선에 뛰어들었고, 당시 경쟁 후보였던 바이든과 맞붙어 치열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바이든이 해리스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하면서 2020년에는 흑인 여성 최초로 부통령직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그리고 이제 해리스는 부통령을 넘어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자리를 넘보고 있다. 이와 관련, 영국의 BBC는 ‘해리스는 트럼프를 이길 수 있을까’라는 기사에서 “해리스가 후보로 확정되면 민주당에게 새로운 강점이 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바이든이 후보였을 때는 부각되지 않았던 약점들도 드러날 것이다”라고 점쳤다. 그러면서 해리스의 주요 과제는 반트럼프 정서를 활용해서 주요 경합주의 중도 유권자들을 끌어들이는 한편, 지난 몇 주 동안 절망에 빠져 있던 민주당에 트럼프를 지지하는 공화당원들의 열정에 맞먹을 만큼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트럼프를 상대로 해리스 진영이 내세우고 있는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즉, ‘미래 대 과거’ ‘검사 대 범죄자’ 구도다. 무엇보다 민주당은 해리스를 내세움으로써 고령 리스크, 더 나아가 치매 문제에서 해방됐으며 그 결과 그동안 바이든의 나이 때문에 가려 있던 정책들과 이슈들로 승부할 수 있게 됐다. 더욱이 해리스가 트럼프보다 20년가량 젊다는 점에서 이제 고령 리스크는 트럼프 혼자 짊어지게 됐다. 트럼프는 이제 미 대선 역사상 최고령 후보가 됐다.
공화당 전당대회 이전에 실시된 워싱턴 포스트-ABC뉴스-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0%는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재임하기에는 너무 늙었다고 답했다. 사정이 이러니 오히려 상황은 역전되고 말았다. 그동안 공화당 쪽에서 고령 및 인지력 저하에 초점을 맞춰 바이든을 공격해왔다면 이제는 반대로 민주당이 트럼프의 건강 문제를 물고 늘어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트럼프 측은 혈압이나 체중 등 구체적인 건강진단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트럼프가 복용하고 있는 약에 대해서도 함구해왔다. 지난해 11월, 주치의인 브루스 아론월드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매우 건강한 상태다”라고 짤막하게 밝힌 게 전부였다. 피습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오른쪽 귀에 난 가로 2cm 크기의 상처를 치료했다는 설명과 함께 머리 부분의 CT 촬영을 마쳤다고만 발표했을 뿐 구체적인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트럼프 역시 고령인 만큼 인지력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실제로 지금까지 몇 차례 말실수를 한 적도 있었다. 자신의 주치의였던 로니 잭슨을 로니 존슨이라고 잘못 부르거나,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와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을 헷갈려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자신의 인지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거듭 밝혀온 트럼프는 “지금까지 인지 검사를 두 번 실시했고, 전부 통과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아버지가 알츠하이머를 앓았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어쩌면 트럼프 역시 유전적으로 알츠하이머를 앓을 확률이 높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해리스는 “이번 선거운동은 우리와 트럼프만의 대결이 아니다. 여기에는 그 이상의 것이 있다”라고 선언했다. 트럼프는 과거요, 자신은 미래라는 의미에서 해리스는 “트럼프는 미국을 뒤로 후퇴시키기를 원한다. 많은 미국인들이 완전한 자유와 권리를 갖기 전의 시대로 돌아가고자 한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미국인들을 위한 더 밝은 미래를 믿는다”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정의로운 검사와 범죄자의 대결이라는 구도를 부각하며 맹공을 퍼붓고 있는 해리스는 “나는 그(검사) 역할을 통해 지금까지 온갖 종류의 범죄자들을 상대했다. 여성을 학대하는 포식자들, 소비자들을 착취하는 악덕업자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규칙을 어기는 사기꾼 등 다양했다”면서 “난 트럼프 같은 유형을 잘 안다”며 불의를 못 참는 검사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성추문 입막음 돈을 건넨 혐의를 포함해 34건의 혐의로 지난 5월 말 뉴욕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트럼프를 상대로 범죄자라는 낙인을 씌우면서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 선거캠프의 공동의장을 지낸 베로니카 에스코바 텍사스주 하원의원은 “특히 이번 대선에서 중요한 점은 법과 질서를 지키기 위해 싸워온 검사로서의 해리스의 이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법을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과 지지자들에게는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굳게 믿고 있는 범죄자다”라고 덧붙였다.
물론 해리스에게 약점이 없는 건 아니다. 해리스를 가리켜 ‘조 바이든 2.0’이라고 비난하는 공화당 측은 바이든 정부의 실책에 대한 책임이 해리스에게도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선거캠프의 스티븐 청 대변인은 “부통령으로서 해리스의 성적표는 완전한 실패와 완전한 무능의 전형이다”라면서 “해리스의 정책이 바이든의 정책이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라고 비난했다. 또한 바이든의 인지력 문제를 해리스가 사실상 은폐했다고 말하는 친트럼프 슈퍼팩은 “해리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보라. 국경 침략. 치솟는 인플레이션. 죽어버린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내용의 광고를 X(옛 트위터)에 게시했다. 트럼프의 러닝메이트인 J.D 밴스 역시 “바이든은 내 생애 최악의 대통령이었고, 해리스는 모든 과정에서 그와 함께했다”고 공격했다.
사실 부통령으로서 해리스의 존재감이 미미했던 건 사실이다. 행정부 초기 시절 미국과 멕시코 국경의 불법 이민자 유입 문제를 해결하는 임무를 맡았던 해리스는 이와 관련해서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이에 해리스를 가리켜 ‘국경 차르’라고 비난해온 공화당의 스티브 이스라엘 전 뉴욕주 하원의원은 “이민자 문제는 민주당의 약점이다. 이는 국경 지역에 거주하는 유권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공정하든 공정하지 않든 그들은 미국의 이민 시스템이 충분히 강력하게 관리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공화당은 바이든 임기 내내 물가 상승으로 고통받았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비록 지금은 물가 상승 속도가 다소 둔화되고 있지만, 공화당은 물가 상승의 책임을 대통령과 그의 정책에 돌리고 있다. 실제 인플레이션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는 민주당의 주요 지지층인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리게 된 주요 원인이었다. 이에 공화당은 해리스가 인플레이션과 이민 문제 모두에서 실패했다면서 바이든 정부에서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지 못했던 정책들을 여전히 내세우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해리스를 가리켜 “대통령이 되기에는 너무 검증되지 않았고 너무 위험하다”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당장 해리스에게 주어진 과제는 이런 비난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무마하는가에 달려 있다. 8월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 전까지 과연 해리스가 미국인들에게 어떠한 새로운 인상을 심어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백악관행이 될 수도 있는 티켓을 손에 쥔 해리스는 이제 자신이 트럼프 대항마로 적합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해리스 정책 방향은? ‘낙태권 보장’ 여성 지지자 결집
민주당 지지자들이 무엇보다 해리스에게 기대하는 바는 다름 아닌 낙태권과 관련된 문제다. 낙태 문제는 최근 몇 년간 민주당의 여러 승리를 이끌어왔던 의제였다. 그리고 부통령 임기를 불안하게 시작했던 해리스가 정치적 입지를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었던 의제이기도 했다. 해리스는 2년 전 대법원이 낙태권을 보장했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49년 만에 무효화하자 약 100차례에 걸쳐 관련 집회에 참석해 목소리를 내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했었다.
바이든과 가장 대조되는 부분도 여기에 있다. 신실한 가톨릭 신자인 바이든은 오랫동안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불편해 했으며, 심지어 ‘낙태’라는 단어를 언급하기조차 꺼려하는 등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해리스는 이와 관련해 스스럼 없이 공개적으로 말해왔으며 여성들과 함께 유산, 낙태 및 난임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어 왔다.
이에 낙태 권리를 지지하는 민주당 여성 후보들을 지원하는 단체인 ‘에밀리 리스트’의 제시카 매클러 회장은 “이번 선거는 낙태 권리 문제로 승리할 것이며, 때문에 유권자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후보는 없다”며 해리스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매클러는 “해리스는 11월 승리에 필요한 유권자들, 즉 젊은층, 여성들, 유색인종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불러낼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를 의식한 해리스는 최근 유세에서도 “트럼프의 극단적인 낙태 금지령을 중단하겠다.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권은 여성 스스로에게 있다. 정부가 지시해선 안 된다”라고 주장하는 한편,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는 모든 주에서 낙태를 불법화하는 전국적인 낙태 금지법에 서명할 것이다. 우리는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이어서 “의회가 생식의 자유를 회복하기 위한 법을 통과시킨다면 미국 대통령으로서 나는 거기에 서명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기후 문제에 있어서는 바이든 정부의 명맥을 잇게 될 전망이다. 부통령 신분으로서 지속적인 청정에너지 확대가 우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던 해리스는 해상풍력 에너지 및 기타 재생 에너지를 확대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을 지지해왔다. 이는 화석연료 옹호자인 트럼프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부분이다.
또한 지난해 해리스는 국제기후협상에 처음으로 참석해서 녹색기후기금에 30억 달러(약 4조 원)를 지원하는 미국의 공약을 발표했으며, 기후문제를 주제로 국제 연설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전국의 납 파이프와 납 페인트를 대체하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환경 보호국 정책에도 적극 참여해 왔다.
이민 정책 역시 바이든 정부의 정책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미국-멕시코 국경 문제를 담당한 해리스는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주민들이 미국으로 이주해오는 근본적인 원인을 조사하는 임무를 맡았다. 당시 해리스가 거둔 주요 성과 가운데 하나는 중남미 국가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 발전을 위해 42억 달러(약 5조 8000억 원)의 민간 부문 투자를 확보한 것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있어서 해리스는 바이든보다 더 강력하게 휴전을 촉구하는 입장이다. 가자에서의 이스라엘 공세를 강력히 비난해왔으며, 이스라엘의 라파 침공을 비난하고 가자에서 발생한 민간인 사망자 수에 충격을 표명하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이스라엘이 ‘인도주의적 재앙’을 완화하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지 않다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이에 알론 핀카스 전 뉴욕주 이스라엘 총영사는 “바이든이 떠나면 이스라엘은 아마도 마지막 시온주의 대통령을 잃게 될 것”이라면서 “새로운 민주당 후보가 그 역학관계를 뒤집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해리스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잔혹하고 비인간적인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올해 뮌헨안보회의에서는 나토의 상호 방어 의무를 명시한 제5조 규정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약속을 다짐하는 연설을 하기도 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협력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리스는 오래 전부터 중국의 영향력에 맞서야 한다는 입장을 초당파적으로 견지해 왔으며, 동시에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여러 차례 중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에는 바이든을 대신해 자카르타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담에 참석했으며, 그 자리에서 중국이 남중국해의 영유권 주장으로 이웃 국가들을 압박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바이든 정부와 마찬가지로 이란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이 양보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확실한 징후가 없다면 어떤 중대한 제안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